연민과 공감에는 큰 차이가 하나 존재한다.
그것은 위치의 구분이다.
연민은 나의 위치에서 서서 대상을 바라보고 감정을 느끼지만, 공감은 상대의 위치에 같이 서서 상대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래서 연민은 매우 조심해야 할 감정 중 하나다.
그 위치의 구분이 누군가에게는 매우 불쾌하게 다가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건 ' 감히 누가 누굴 함부로 불쌍히 여기는가?' 와 같은 것이다. 본인이 만족하면서 열심히 살아가는데, 다른 이가 자신만의 잣대로 '저렇게 살다니 불쌍하다.'와 같은 눈빛을 보낸다면 어떤가.
공감은 그런 면에서 불쾌함이 없다.
엿 같은 상황에 처했는데, 나와 똑같은 상황에 처했던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작은 위로가 될 수가 있는 법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감은 처한 상황 보다 상황에서의 감정에 더 집중됨으로써 연대감이 생겨나지만, 연민은 감정보다 그 상황에 치중하게 됨으로써 자신만의 잣대로 판단하는 것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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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연민이라는 감정은 순수한 자신만의 감정으로서, 타인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연민하고 있다는 '티내는 것'은 굉장히 무례한 것이다. 감정의 표현은 자유지만, 표현에는 타인과의 관계가 내포되어 있기에, 관계에서 오는 책임이 필요한 법이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공감과 연민이 많아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공감과 연민의 '티내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것은 대상을 위한 공감과 연민이 아닌, 연민하고 있는 나 자신과 공감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보기 위한 자기만족에 가깝다. 우리는 기만적인 연민과 공감을 구분해야 하고, 구분해서 사용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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