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선배의 연락이 끊겼다.
이 선배의 느낌은 정말 말 그대로 선배느낌이었다.
차분했고, 다정했으며, 어른스러웠다.
적절한 조언과 가끔씩 던져주는 돌직구는 내 상황을 파악하고 헤쳐가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상담자로서의 이 선배는 마치 동네의 어르신 같은 느낌이었지만, 또 나와 대화를 하거나 장난치는 것을 보면 어린아이 같기도 했다.
아, 좋은 선배구나.
그런 선배가 어느 순간부터 연락도 잘 안 됐다.
졸업식 때 본 이후로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다.
문자를 보냈다. 늘 하던 대로, 자연스럽게.
오빠, 잘 지내요?
답장이 왔다.
잘 지내지. 너는?
이 답장 하나가 뭐라고, 왠지 이런 일, 저런 일, 털어놓고 싶었다.
지금 당장만 해도 남친과 싸워서 말도 안하고 있는 일, 화해는 하고픈데, 꼬여버린 이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할 지 감이 안 잡혔다.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랜만에 연락해서 그런지 말이 술술 나왔고, 좀 더 자주 상담하게 되었다.
친철하게 상담해주는 모습에 역시 선배는 변함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배가 서울에 올라왔다고 만나자고 한다.
반가운 마음에 알바도 미뤄가면서 보기로 했다.
과거에 있었던 이야기를 이제 와서 다시 해보니 뭔가 감회가 새롭다.
선배가 요즘 잠수타고 있을지라도, 언젠가 다시 볼 수 있을 거 같다.
이 선배는 변함없으니까.
그리고 우린 또 다시 즐겁게 이야기 할 수 있겠지.
또 보자는 말을 끝으로 헤어졌다.
선배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분명히 연락이 닿을 것임을 믿는다.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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