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The lover, L'Amant) (1992)
감독 : 장 자크 아노
장르 : 로맨스,멜로, 드라마
개봉일 : 1992. 6. 20 / 재개봉일 : 2016.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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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이라는 장편소설을 장 자크 아노 감독이 영화한 작품이다.
지금의 잣대로 보면 말이 많을 영화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15세 소녀와 중국 대자본가의 아들은 젊은 남자와의 사랑을 그린 이야기다.
영화의 내용이 전혀 다르지만, 설정이 비슷한 영화로는 롤리타, 은교 등이 있겠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어린 여성과 나이 든 남성과의 사랑을 다룬 영화가 제법 있는 듯하다. 영화 <은교>가 2012년도에 개봉했으니, 7~8년 전까지만 해도 자유롭게 만들어졌던 영화들이 지금은 논란의 중심에 설 것을 각오해야 한다는 걸 생각해보면, 과거엔 느슨했던 도덕이 시대에 따라 발전된 것인지, 아니면 역으로 검열로서 퇴보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필자는 후자라고 생각하지만, 도덕은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법이다.
사랑과 나이.
한국에서 사랑에 있어서 나이는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진다. 연인 간에 다소의 나이차는 허용되나, 나이 차가 심한 경우엔 상당부분 부정적으로 본다. 사랑에 있어서 젊거나 어리다는 것은 굉장히 우월한 지위 중 하나로 여겨져, 나이 든 사람이 어린 사람을 사랑하는 경우는 거의 금기시 되며, 육체를 탐하는 더러운, 경멸의 대상이 된다. 반대로 어린 사람이 나이 든 사람을 사랑하면 대체적으로 나이 든 사람이 지닌 재산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젋어 보이는 연예인들을 보면 나이 차가 나도 잘만 결혼하고, 또 다들 그러려니 하는 분위기니, 나이라는 것은 외적 모습을 상징하는 것 같기도 하다. 외적인 모습에서 나이 든 사람과 어린 사람이 서로 끌리거나 매칭되는 것은 다들 허용하기 어려운 것 같다. ( - 오지랖이 참 넓다고 생각되나, 나이에 따른 외적인 매력도 차이로 인해 나이차가 많은 커플들이 성사되는 것은 드물다는 걸 생각해보면 낯설어하는 것이 이해되기도 하다.)
사랑의 판타지?
이 영화는 10대 백인 소녀와 부유한 젋은 중국인 남성의 사랑을 다룬 영화다.
둘은 결국 맺어지지 못하지만, 부유하고 잘생기고, 젋은 이 남성은 10대의 프랑스 소녀를 사랑하고, 그 소녀가 늙은 후에도 끝까지 사랑한다고 말한다. 잘생기고, 부유하고, 능력있는 남성이 한결같이 사랑한다는 설정은 여성들의 판타지에 자극하며, 반대로 어리고, 피부 하얗고, 예쁜 여자애가 나이 든 남성을 좋아한다는 것은 남성들의 판타지를 자극한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면 단지 그러한 대리충족 욕구를 위해 제작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 영화는 오히려 이룰 수 없었던 젊은 날의 사랑에 대한 섬세한 감정선과 그 아련함을 담아냈으며, 많은 이들이 이 영화를 에로한 영화가 아닌 명작으로 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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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 15세 프랑스 소녀인 제인 마치와 중국인 양가휘는 처음 만날 때부터 서로에게 끌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글로 쓰고 보니 어떻게 보면 말도 안되는 대목이지만, 서로에게 첫 눈에 반한다는 말이 있듯이 70억 인구 중에 이런 일 하나 없겠는가 싶기도 하다. 어쨌든 이 영화는 그 첫눈에 이끌리는 그 모습을 매우 섬세하게 잘 담아냈다. 바로 많은 이들이 명장면으로 꼽는 차 안에서 서로의 손가락이 닿는 장면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손가락이 닿는 그 장면은 양가휘의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다가가게 되는 모습에 초점을 두고 있다. 차에 어린 소녀를 태워다 주면서 슬그머니 허벅지로 손이 가는 그 장면을 객관적으로 설명하면 굉장히 파렴치하고, 더럽고, 불결하지만, 영화 속 이미지를 통해 에로티시즘을 극대화시킴으로써 양가휘의 내적 심리를 아주 훌륭하게 담아냈다.
이 둘의 심리적 묘사는 정말 끝내준다.
양가휘는 이 소녀의 매력에 겉잡을 수 없이 빠져드는 것이 두려워서 '널 사랑하게 될까 두려워.'하고 말하고, 그런 그에게 제인 마치는 자신의 감정을 부정하듯이 '난 부자인 당신이 좋아요.'라고 말한다. 이러한 대사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 그 둘의 모습은 이미 서로에게 푹 빠져 버렸다는 것을 보여준다. 처음 양가휘와 제인 처음 베드신을 찍기 전 모습에서 배우들의 연기가 폭발한다. 그 장면에서 관객들은 에로함보다는 그 둘의 감정선에 푹 빠져든다.
필자는 둘이 맺어지는 장면을 보면서 문득 든 생각은 '과연 제인은 양가휘가 가난했더라면 사랑했을까?'였다.
재산이나 뭐 이런 외적인 것 말고, 그 둘이 서로에게 끌렸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서로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든 것들이 과연 무엇일까. 우린 종종 '당신'이라서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 당신은 나를 만나기 전까지 구성되어온 경험의 집합체이며, 그 경험들은 취향의 집합체이기도 하다. 이러한 집합체는 외모나 가정 환경에 의해 성격, 자신감, 매력은 크게 달라진다. 만약 남자 주인공으로 나온 양가휘가 배가 튀어나오고, 얼굴은 험악하게 생겼으며, 대머리였다면 어땠을까. 아니면 매우 가난한 사람이여서 성격이 뒤틀린 사람이었다면 어땠을까. 우린 외모를 보는 것도 진정한 사랑이라 말하지 않고, 재산을 보는 것도 진정한 사랑이라 말하지 않으며, 뭔가 사람의 내면을 봐야지 진정한 사랑이라 말하지만, 사람의 내면들은 그 사람의 태도와 행동과 같이 겉모습에서 드러날 뿐이고, 그러한 겉모습들은 각자 살아온 삶의 채취들의 집합체다. 우리가 서로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은 결국 아무리 포장을 해도 결국 겉으로 드러난 것들 뿐이다. 어린 제인 마치와 젊은 남성인 양가휘가 서로에게 끌리고, 사랑하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그것이 수긍될만한 외모와 매력을 지녔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양가휘와 제인 마치의 감정들
대부호 중국인의 아들로서 정혼자가 있었던 양가휘는 제인 마치와 맺어질 수 없는 상황이었고, 제인 마치는 그녀의 어렸던 탓에 그녀의 감정을 아직 잘 몰랐다. 그렇기에 양가휘와 제인 마치는 필사적으로 자신의 감정들을 부정한다. 양가휘와 제인 마치는 우린 돈으로 잠을 자는 사이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결국 양가휘는 자신의 감정을 받아들이고 만다. 그리고 아버지께 자신의 감정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지만, 아버지는 정혼을 파기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는 아버지 없는 자신에 대해 확신을 하지 못했다. 자신을 무능력하다 여겼고, 그렇기 때문에 그는 자신의 집안을 포기할 수 없었다. 집안을 포기하면 제인 마치 역시 떠나갈 거라 생각했기에. 제인 마치는 그런 그에게 '당신은요?'라고 묻지만, 양가휘는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다. 제인 마치는 그에게 '난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라고 말하며, 자신의 감정도 애써 거부한다.
참으로 아이러니컬하다. 많은 연인들이 그렇지 않은가.
흔히들 여성들이 남성들에게 끊임없이 사랑을 시험하고, 확인받고 싶어한다고들 하지만, 남성 역시도 끊임없이 불안해한다. 남성들은 자신이 능력이 없으면 자신의 매력이 없어질거라 생각하기에 자신의 능력에 매달린다. 사랑 앞에서 자신감을 잃는다. 그런 남성들에게 여성들은 다 떠나서 그냥 이것저것 다 떠나서 네 마음이 어떴냐고 묻는다. 능력이고 뭐고 간에 난 당신을 위해 어떠한 희생이나 포기도 감수할 것이라는, 사랑한다 그 확신을 받고 싶어한다. 그러나 정작 남성들은 능력으로서 확신을 줘야한다고 여긴다. 남성들은 자신의 능력이 떨어지면 여성에게 차일까봐 능력에 매달린다. 그냥 서로가 서로에게 확신이 없는 것 같다. 사랑 앞에선 서로 확신하지 못하고 을이 되는 모양이다. 만약 양가휘가 제인 마치에게 '네가 좋다. 난 아버지와 집안을 모두 버릴 것이다'고 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난 힘이 없어."라고 말하는 양가휘의 모습에서 이 시대의 남성들이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나 역시 누군가를 책임질 만큼 매력적이지도,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자신에게 확신이 있어야 상대방에게 확신을 심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데, 이 시대에 누가 자신에게 확신을 가질 수 있을까.
앞서 리뷰한 퐁네프의 연인과 매우 상반된 느낌의 영화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았던 영화로서, 로맨스, 멜로를 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드리고 싶다.
요즘 로맨스나 멜로와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배우들의 연기와 감정선을 본다면 분명 후회하지 않을거라 자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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