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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남성의 여혐 인식의 차이는 왜 생길까?

어둠속검은고양이 2016. 8. 3. 23:13

원체 쓰잘데기 없이 생각만 많아서, 요즘 한 가지 주제로 여러 글을 자꾸 쓰게 된다.


이번 티셔츠 사건을 계기로 메갈리아, 웹툰작가, 진보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분에서 시끄럽다. 가만보니, 메갈리아 문제는 차지하고서라도, 기본적으로 '여혐'이라는 단어에 있어서 언론이나 커뮤니티의 반응을 보면 대한민국 국민간의 인식차가 큰 것 같다. 


사실 내가 쓴 저 제목도 온당치 못하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쓰고자 하는 글의 방향을 생각한다면, 어떻게 표현할 길이 없어서 저렇게 쓴 것에 대해 양해를 바란다.


우선 단어의 정의를 명확히 내려야 한다.

여혐에 쓰이는 혐오라는 단어의 정의는, 여성을 단순히 싫어하고 경멸하는 것을 넘어서서 무의식적으로든 의식적으로든 완전히 동등한 하나의 인격체가 아닌, 어떤 도구화 혹은 성적 상품화의 대상(여기서 말하는 것은 외모 프레임을 씌워서 외모 점수 평가를 하는 것을 말함. 외모 프레임을 쓰운다는 것이 중요)하는 것, 혹은 여성을 '여성'으로서 규정짓고 그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혐오의 범위는 매우 넓다.

그리고 어렵다.

왜냐면, 애초부터 가부장제로 만들어져 온 뿌리깊은 대한민국은 이미 사회적 구조, 제도적인 부분에서, 또 언어적인 측면에서 여혐적 요소를 많이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 혐오라는 단어에 안 걸리는 것이 걸리는 것보다 더 어려울 정도다. 자칫 잘못하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적용될 수 있는 것이 여혐이라는 단어다. 


혐오라는 단어는 여혐을 넘어서서 남혐에도 충분히 적용될 만하다. 어찌됐든 간에, 이 글에서는 저런 혐오라는 단어, 특히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여혐'이라는 단어의 인식이 어째서 다른가 고찰해 보고자 한다.




가부장적 사회 그리고 군대.


지겹다고 생각하실 것 같다. 그놈의 군대, 군대, 군대. 여성에, 여혐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바로 군대다. 임신도 있겠지만서도. 그런데, 군대가 나올 수 밖에 없다. 이 사회의 기반은 바로 군대에서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군대에 의해 재생산되는 제도와 그 제도에 맞춘 재사회화는 가부장제를 확대시키고, 강화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다.


일단 한쪽 측면만을 입장으로 군대에 대해 주장하는 소리를 들어보자.


회사에서 여성이든, 남성이든, 성별 차이없이 인재를 뽑는 것은 당연하다.

-남자는 군대를 갔다왔으니까, 상명하복문화에 익숙하고, 협동적이다.

-여자는 군대를 안 갔다와서 그런가, 이기적이고, 개인 밖에 모른다. 불만투성이다.

-힘쓰는 일이 있으면, 남성들은 부려먹기 좋지만, 여성들은 맨날 핑계대느라 부리기 힘들다.

-여성은 생리휴가, 육아휴가 등등 챙겨줘야할 게 많다.

고로, 내가 회사 사장이라면 여성 대신 남성을 뽑겠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대한민국은 자본주의의 사회의 과정을 고스란히 밞고 올라왔는데, 이 자본주의는 서양의 남성우월주의를 기본 바탕으로 함께 발전해왔다. 결론을 짧게 말하자면, 자본주의 하에서 기본적으로 남성이 돈을 벌어오고, 여성이 집안일을 돌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가정'으로 간주되어 왔다. 4인 가족 중심으로, 남자는 돈을 벌고, 자녀를 교육시켜서 다시 훌륭하는 노동자로 만들고, 아내는 일을 하고 지친 남편이 휴식을 취하고 내일도 열심히 일을 할 수 있도록 내조하는 시스템으로 구축되어져 왔다. 그렇다보니, 소비의 주된 층은 여성을 타켓으로 나왔고, 이러한 소비성향, 소비패턴은 다시금 남성은 일하고, 여성은 내조한다는 '가정'을 재생산하는데 기여해왔다.


그런고로, 대한민국도 초기에는 그런 구조로 이루어졌다. 게다가 조선식 유교와, 조선식 성리학 덕분에 강화된 가부장제도 같이 있으니 얼마나 좋은 구조인가! 아주 딱 맞아 떨어진 관계는, 남성은 일하고, 여성은 내조하고, '성실한 아버지와 자애로우신 어머니 밑에서 우리 두 자녀는 컸습니다.'가 완성되는 것이다. 실제로 IMF 이전에는 사회가 이렇게 되어져 왔고, 사회가 남성들의 리그다 보니, 남성 시각에 맞춘 법, 제도가 만들어지고, 회사도 그러한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남성 중심의 문화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그 회사내의 남성 중심의 문화에는 '군대를 나온 남자들'이라는 군필자의 시각이 제대로 담겼다.


이러한 문화에서, 여성은 당연히 이 문화에 적합할 수가 없다.

애초에 남성들의 문화로 만들어진 회사구조가 여성들에게 맞을 수가 있나.

그래서 나온 결과는?

상명하복식 문화에, 아랫사람은 묵묵하게 윗사람이 시키는대로 할 뿐, 반발할 수 없다. 이런 구조에선 부패가 자리잡기 쉽다. 난 남성을 까는 것이 아니다. 사회, 역사적으로 한국의 군대문화와 융합되어 버린 대한민국 사회, 회사 제도 자체를 까고 있는 것이다.


위에서 말하는 바를 다시 곱씹어 보자.

-남자는 군대를 갔다왔으니까, 상명하복문화에 익숙하고, 협동적이다.

-여자는 군대를 안 갔다와서 그런가, 이기적이고, 개인 밖에 모른다. 불만투성이다.

-힘쓰는 일이 있으면, 남성들은 부려먹기 좋지만, 여성들은 맨날 핑계대느라 부리기 힘들다.


결국 상명하복식의, 복종 문화에 익숙한 군필자들. 협동이라는 미명하에 말살되는 개인의 의견, 불만들....그리고 그러한 것은 이미 '군대'를 통해 체험, 습득한 남자들.

즉, 아주 훌륭한 노예가 군대를 통해 재생산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노예정신은 다시 회사를 통해 발현된다. 회사는 그런 사람들이 좋은 인재인 것이다.


여기에 익숙해진 대한민국 군필자 남성들은 위 주장을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회사는 인재를 원하다는 대전제에 따른, 남성이 여성보다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회사에서 남성을 뽑는다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게 되는 것이다.


필자의 말에 수긍을 하면서도, 하지만...현실에 진짜 여자들은 맨날 힘쓰는 일에는 피하는게 사실이라서...라고 생각하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다. 힘쓰는 일을 당연히 하는게 문제인거다. 피하는게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특성상 두 사람이 할 일을 한 사람에게 몰아넣고 과다업무를 시키는데 익숙하다. 회사에 자잘한 일은 말그대로 '자잘하기 때문에' 그냥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소하는 것, 생수통에 물 가는 것 등등 힘 쓰는 일.


기본 업무 넣는다면 넣을 일이만서도, 기본적인 '사회생활의 상식'이라는 이유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부터가 문제라고 지적하고 싶다. 아 물론, 누군가 청소하고 있을 때 '도와줄 수'는 있다. 여튼 자잘한 일이 있으면, 자잘한 일을 할 사람을 뽑아야지, 자잘한 일은 자잘한 일이니까 사원이 하고, 중요한 일은 중요한 일이니까 사원이 한다?


비슷한 것이 떠오른다.

비정규직이니까, 정규직보다 일을 더 많이 해야 하고, 비정규직이니까 정규직보단 돈을 더 적게 받아야 하고....


말이 옆으로 좀 샜다.

-여성은 생리 휴가, 육아 휴가 줘야 한다.

이건 사회구조상 당연한 거다. 사회 내 인류의 재생산을 위해서(여성들이 들으면 기분나빠하실지 모르겠지만, 사회적인 입장에서 쓰는 말임을 이해주시길 바란다.) 우리 모두가 부담해야 할 비용 같은 거다.. 오히려 사회적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려는 회사가 나쁜 것 아닌가? 이익은 사회 내에서 쪽쪽 뽑아가면서, 사회적 비용은 부담하지 않으려고 하다니? 여성의 생리휴가, 육아휴가는 무조건 시행해야 하는 것이며, 남성들에게도 육아휴가는 보장되어야만 한다.


좀 자잘한 걸로 이야기가 샜는데, 요역하자면 그렇다.

대한민국 구조상 가부장적으로 이루어졌고, 그 가부장적인 구조는 징병제식 군대문화에 의새 재생산되고, 확대, 강화된다. 그리고 그 문화는 자연스레 회사의 구조 또한 가부장적으로 탈바꿈시켰고, 이 문화에 여성들이 적합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사회에서 성공한 여성들을 보면 두 부류로 대개 나뉜다. 남성의 회사 문화에 남성보다도 더 잘 적응한 사람. 남성적인(?) 사고방식을 지니고, 마초적인 분. 혹은 여우같아서, 남성을 잘 다루시는 분.....(마땅히 지칭하는 단어가 없어서 현재 회사내 제도적, 사회적, 사고방식을 남성이라고 지칭했다. 그리고 여우같다는 말도 지칭하는 단어가 딱히 떠오르지 않아서 썼다. 양해바란다.) 남성보다 더 남성적이게 되거나, 남성을 잘 다루는, 남성들이 욕하는 '요물'이 되거나 둘 중 하나인 것이다. 그 외 여성들은 자연스레 사라진다. 공대에 남겨진 여성들을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실 것이다. 문화에 완전 적응하던가/남자를 잘 이용하거나.


여튼, 이러한 문화적 바탕에서 여혐에 대한 시각차이가 나오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회사내에서, 여지껏 당연하다고 여겨온 문화와 제도에서 자라온 남성들은 현재 여성들이 '적합하지도 않고, 적응하려고도 않는 주제'에 권리만 주장하는 파렴치한 사람으로 보이게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 군필자인 남성으로서 감히 국방의 의무도 지지 않으면서, 맨날 회사내에서도 이기적이면서, 이거해달라, 저거해달라, 불만만 많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문화에는 건강한, 대한민국 군필자에게만 해당될 뿐, 장애인, 비군필자, 여성들은 기본적으로 해당되지 않는다. 오히려 적응하기 힘들다. 또한, 엄밀히 말해, 징병에서 여성을 뺀 것은 대한민국 병무청이지, 여성이 아니다. 만약 군대도 가지 않는 2등 시민인 여성들이 그렇게 아니꼽게 보인다면, 그 남성들은 병무청에다 항의를 해야지, 여성에게 화살을 돌려선 안 된다.


누군가는 필자에게 이리 말할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럼 징병제 여성에게도 적용해달라고 해야지, 왜 간부에 대해서만 헌법소원내는데요? 이거야말로 이기적인거 아니에요?'라고.


글쎄다.

이기적이라는 말을 우리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종종 이기적이라는 말과 개인주의라는 말을 혼용해서 사용한다. 어느 누가 '의무'를 더 달라고 하겠는가? '권리'는 더 받고 싶고, '의무'는 받고 싶지 않는 게 당연하다. 굳이 국가에서 여성보고 오지 말라고 하는데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가 뭐가 있나.


막말로 남성에게 오지 말라고 하면 안 갈 사람이 대부분이다. 간다고 하는 사람은 국가를 생각하는 마음이 큰 것이고, 희생정신이 있는 사람이다. 사병으로 간다는 소리는 안했지만, 간부로 간다는 소리를 했다는 것 자체가 이기적인 것은 아니다. 간부로 여성들도 갈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요구한, 여성의 권리 찾기 운동인 것이고, 병사-징병제를 허용해달라고 하는것은 여성의 의무 찾기 운동인다. 권리를 찾는데, 이기적이라고 하면 안 된다. 그들은 단지 똑같은 권리를 달라고 햇을 뿐이고, 굳이 국가가 여성에게 징병제의 의무를 지우지 않는다고 하니까 달라고 안 했을 뿐이다. 징병제 한다고 하는데, 여성이 나서서 반발하면 그것에 대해서는 이기적이라고 욕할 수는 있겠다.


다시 돌아와서, 남성들은 여성에 대한 시각에서부터 그렇게 삐딱하게 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제도내에서 쓰여왔던 언어적인 측면, 부정적인 시각에 대해서 어느덧 수긍하게 된다.


그 결과는?

아니, 여성들 지위도 많이 올랐어. 솔직히 어느 정도 이제 평등해졌어. 우리도 이제 가사노동도 분담하고, 맞벌이도 해. 근데 더 요구하고 있어. 이기적이야. 여혐이라니? 여혐이 아니라, 이기적인 것을 '정당하게' 비판하는 거야. 


또 하나, 봐봐 아직까지 여자는 혼수, 남자는 집 마련 해오잖아? 그런데 여성은 그깟 혼수 몇 푼해오면서 남자보고는 집가지고 오라고 그래. 이것은 여성이 문제가 아니라, 그렇게 구조화된 가부장제에서 남성이 피해 입고 있는 것이다. 앞서 말했든 자본주의 사회에서 남성이 일하고, 여성이 내조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가정'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니 당연히 남성이 집을 해오고, 여성이 어느 정도 혼수해오는 것이 당연지사였다. 허나, 사회는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 현재 20~30대들은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 집값은 미친듯이 오르고 있는데, 혼수용품-가전제품은 가격이 많이 저렴해졌다. 반대로 월급은 둘 다 적어졌고, 일자리도 줄었다. 가지고 있던 파이를 나눠먹게 생겼는데, 남성의 의무, 혹은 남성의 그 허위의식은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다. 남성입장에서도 여성에게 먼저 우리 집 반반씩 하자 라던지, 집 적으 평수로 하자고 감히 말을 못 꺼낸다. '능력은 곧 남자의 자존심'인 대한민국에서 이는 내가 무능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내가 별볼일없다고 연인에게 누가 말하고 싶겠는가. 데이트 비용에서도 똑같은 문제다.


만약, 어느 여성분이 남자는 집 해와야 하고, 데이트 비용도 남자가 내야 해. 한다면, 그 여성분은 가부장제에 최적화되신 분이다. 가부장적인 남성을 만나서 집에서 내조하면서 살면 된다. 허나 그러한 의식을 가지고 있는데, 여자들은 차별받고 있어, 좀 더 권리를 보장해줘야 해. 하시는 분이 있다면, 이제 가부장제를 깨닫고, 조금씩 발을 빼고 계신 분인다. 좀만 더 노력해보자. 혹은 어떤 여성분이 가부장제를 이해하고, 정확하게 양성평들을 지향함에도 불구하고, 집은 남자가 해오고, 데이트비용은 남자가 부담해야지 않겠어? 하신 분이 있다면, 그 분은 이기적인 분이 맞다. 이기적인 분은 우리가 안 만나면 된다. 그냥 이기적이신 남성/여성 모두 각자 알아서 잘 만나서 가면 된다.


오랜기간 우리를 지배해온 문화에서 이제 겨우 벗어나고 있는 단계다. 당연히 과도기일 수 밖에 없다. 서양이 수백년에 걸쳐서 이륙한 민주주의를 대한민국은 본인들이 원해서가 아닌, 타 국가에 의해 강제로 만들어졌다. 국민들 손으로 민주주의를 이륙했다고 말하지만, 글쎄....기본 토양은 타 국가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은 민주주의 과도기이고, 이 과도기는 더욱 심각할 것이다. 그런 가운데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성, 남성, 국민들 누구나 다 가부장제를 탈피하고 벗어난다??? 그건 불가능하다. 사람마다 서서히 바뀌어 갈 것이고, 결국 바뀔 것이라는 것이다.


이 또한 차별적 발언일 수 잇는데, 결혼시장과 연애시장에서는 아무래도 여성이 우위에 설 수 밖에 없다. 남성의 권력이 더 쎄지만, 연애와 결혼만큼은 남성이 아무래도 여성에 매달린다. 이는 남아선호사상에 힘 입은 성비 불균형과 가부장제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된 남성들(자신들과 생각하는 비슷한 수준의 여성들보다도 능력을 못 갖추게 된 남성들...요즘엔 수 많은 20~30대 백수/취준생..비하할 의도가 결코 없다. 가부장제 하에서 보자면, 그렇게 낙인되어 버린다는 걸 말하는 것이다.) 때문이다. 갈수록 살기 팍팍해지고, 돈과 권력은 소수에게 독점되어져 가는 와중에 여기서 탈락한 남성들은 암담할 뿐이다. 상대적으로 선택권은 여성에게 있다. 아직까지, 대한민국 결혼시장은 '남자면 능력, 여자면 외모'라는 공식에 따르기 때문이다. 결혼정보 회사 등급을 보니 남자 정규직이면 15등급(비정규직은 등급도 안 줘ㅠ.ㅠ)/여자는 무직 15등급 이렇게 써져 있었다.

여튼 이렇게 암담한 현실 앞에서, 가부장제에 적합하지 못하다는 죄의식과 열등감에 좌절하는 현재 20~30대 남성들은 절규할 곳 조차도 없다. 남자가 징징거리는 것 역시도 남자답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선택권은 남자다움을 어필할 수 있는, 공격적 태도를 보이는 것 뿐이다.


여성 입장에서는 화가 날 일이다.

뭐가 달라졌는데? 여전히 적응하기는 힘들고, 우리가 주장하는 것마다 이기적이라고 하고. 일상적인 직업단어를 봐. 여의사/여교사/여직원/여교수/여기사 등등 기본적인 직업에서도 여자가 하면 '여'라는 말이 붙어. 이런 사소한 것에서부터 이미 차별적 의식이 드러나고 있어. 또 김치녀, 된장녀, 김여사와 같이 부정적 의미로 쓰는 말에도 여성화시켜서 붙여. 성추문이 나면, 남자는 능력이고, 자랑하고 다니지만, 여성은 여전히 걸레라는 꼬리표가 붙어. 등등....


애초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것을 자각하는 것은 어렵다.

운동장이 움푹 들어간 부분은, 눈에 잘 띈다. 그 부분은 여성들도 한 목소리를 내고, 남성들도 인정하면서 고쳐진다. 하지만 교묘하게 시스템적, 구조적으로 아예 전체적으로 경사져 있는 것은 서로가 눈치채기가 힘들다.


또 어떤 이들은 느끼는 것 자체가 둔감할 수도 있다.

에이, 그냥 '여'가 붙냐 안 붙냐 차인데, 뭘 그렇게 따져. 프로불편러세요? 라고. 아마 여혐에 대한 시각 차는 여기서 나오는 것인지 모르겠다.


현실에 대한 인식이 경험의 차이에서 나오니까. 여성들이 하는 말이 그들에게 있어서 얼머나 심각한지, 혹은 억울하게 받아들여지는지 이해가 안 되는 것이다.


'아주 난리났구만. 그냥 여성전용칸 말고, 남성전용칸, 장애인 전용칸, 아예 계층마다 다른게 칸 만들지 그래?" 하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은 일상생활에서 혹은 일생동안 살면서 성희롱적 발언, 성추행 등을 굉장히 많이 겪는다. 그렇기에 그런 칸이 나오는데 그렇게 환영의 표시를 내는 것이다. 배려해서 여성칸을 만드는 것은 괜찮은데, 반대로 모든 남성들은 범죄자새끼들이야! 라고 매도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여성칸을 만드는데 있어서 남성이 범죄자 취급을 당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불쾌야 할 게 전혀 아니다. 모든 남성이 범죄자라 보기 때문에 여성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범죄자가 남성들 사이에 숨어 있기 때문에 원천차단을 목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열등감, 피해의식이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여성혐오'는 드러난다.

그런데 이 열등감, 피해의식...대한민국 남자들 대부분이 가지고 있다. 부장제 하에서 남성은 여성에 비해 우월해야 한다는 의식을 가지고, 더 뛰어난 능력을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이런 압박감은 무의식적으로든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누구나 어느 정도 갖게 되는데, 이 압박감에 비해, 현재 향상되어지는 여성의 권리를 보다 보면 이것이 위기의식, 열등감으로 인해 여성혐오로 번져 나갈 수 있다.


아마, 이 글을 읽으시면서 대부분의 남성분들은 불쾌하셨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왜 멀쩡한 사람을 여성혐오론자 만들어? 난 양성평등을 원하는 평범한 국민이야. 라고 생각하실 것이다. 안다. 여러분은 양성평등을 원하는 남성분들이실 것이다. 진정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정말로도 그렇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것은 여러분들도 모를, 여러분들의 이면에 가려져 있는 부분이다. 내 자신이 모르는 걸 니 따위가 어찌 알아? 라고 말하신다면, 나도 드릴 말씀이 없다. 하지만 여성분들이라면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이실지도 모르겠다.


필자가 분석해보기엔 그렇다는 것이다.

제도적, 문화적, 시스템적으로 이루어지고 사회 속에는 여혐이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그 사회에 살아가는 대다수의 남성들은 여혐론자도 아니고, 피해자다. 제도와 구조에 의해서 이 사회에서 가장 알맞게 '재사회화' 되어 버린 인간일 뿐이다.


그렇기에 여혐이나, 여성차별에 관련된 기사가 떳을 때, 반응이 그렇게 나뉘리라 생각한다. 둘의 반응이 극명하게 다르다면, 그것 분명히 경험적 인식의 틀 차이 때문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경험적 인식의 틀 차이는 사회적,구조적인 차이로부터 발생한다. 필자는 그 사회적, 구조적 단면을 고찰해보고자 했다.



+ 아니, 쓰고 나서 읽어보면, 제대로 고찰하지 조차 못했다. 원론적인 이야기만 내세운 느낌이다. 어떤 부분이 어떻게 직접적으로 남성을 재사회화 하는지, 그리고 그 재사회화가 어떤 방식으로 사회 제도로 퍼져나가 어떤 것으로 드러나게 되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했다. 아마 이 부분을 꼼꼼히 파고 들려면 수 많은 논문과 수 많은 자료와 인터뷰가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첨언

- 필자는 메갈리안도 아니고, 메갈리아 방식에 찬성하는 사람도 아닙니다.

- 단지 인식의 차이가 어디서 비롯될까 고민하면서 썼으며, 가부장제 하에서 남성도 여성도 모두가 피해자이기 때문에, 갈리아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하면서 남성을 공격하는 행위'는 피해자가 또 다른 피해자를 구타하는 것과 같다고 봅니다. 또한, 아무리 '숭고한 운동'이라고 할지라도, 한 명의 무고한 사람이 피해 입으면 소용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 메갈리아가 말하는 '기울어진 운동장, 우리 모두 여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에는 동의하는 편입니다. 다만, 남혐도 포함해서 입니다.

- 만약 제 글을 읽고 불편하신 남성분들이 있다면, 어째서 내가 불편함을 느꼈는지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제 글에 문제점이 있어서 지적해주신다면 그 또한 감사히 받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