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존실/잡념들-생각정리

여름

어둠속검은고양이 2021. 5. 23. 21:12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처럼, 삶의 방식이 익숙해지면서 안정감이 생기면 변화의 폭은 줄어들고, 생활은 고착화되며, 삶은 점차 늘어지기 시작한다.

삶 속에서 경험들은 비슷한 형태로 데이터화 되거나 기억할만한 가치가 없는 것으로 분류되어 하루의 대부분이 쉽게 잊혀지게 된다. 대부분의 행동들은 축적된 데이터로 인해 비슷해진다. 물론 감정과 추억까지도.

사람이 자신만의 색채-매력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같은 곳에, 같은 활동을 하더라도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경험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너라서. 너이기에 그 추억이 특별한 것이고, 너이기에 고유한 추억이 되는 것이다.

......
그런 의미에서 나와의 추억이 당신에겐 어땠을지.
나는, 나는 당신에게 어떤 사람이었을지.

스쳐 지나쳤던 여느 연인처럼 같은 경험의 반복은 아니었을까. 아니면 '너라는' 이유로 추억 한 켠에 묻어둘 만한 사람 정도는 되지 않았을까.

어느새 또 여름이다.
나에게 있어서 당신은 계절로 남았고, 지금 계절로 남아있다.

추억은 희미해졌고, 당신을 향한 감정마저도 사라졌지만, 당신의 뒷모습과 그 한여름 밤의 꿈 같던 설렘만은 여전하다. 그래서 여름이 다가올 때면 나도 모르게 조금씩 설레곤 한다. 익숙해져 버린 삶의 방식처럼 나의 여름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지나갈 테지만 까닭 모를 설렘은 여전하다. 언젠가 이 더위가 너와의 밤 산책의 회상으로만 끝나지 않길 기대해본다.

한 여름 밤의 꿈 같았던 사람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