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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약대 40%, 지역인재 할당제에 대한 생각 마무리

어둠속검은고양이 2021. 6. 4. 19:02

과거에 필자는 지역인재 할당제에 대해 비판의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리고 이번에 지방 의대, 약대 정원의 40%를 지역인재로 뽑는다는 기사를 보았다. 추후에 지역인재 할당제로 이 티스토리를 찾아오는 이가 많아질 것에 대비하여 글을 정리해본다. (쓴 지 4년이나 됐는데 지금도 그 글을 보러 오는 이들이 많다.)

과거 공기업 지역인재 할당제 대해 필자가 비판한 근거는 '대학교 졸업을 근거로 한 지방인재'라는 것이 정책의 취지와 알맞지 않다는 점이었다. 지방의 인재들이 수도권 대학을 나와 수도권에 취직함으로써 지방이 수도권에 지속적으로 인재 유출이 되는 것을 타개하는 것이 이 정책의 목표였는데, 지방대를 기준으로 하면 우수 인재라는 기준 자체가 어긋나기 때문에 문제였다. 이는 다른 정책과 연동되어 문제였다.

1.농어촌전형과 상충되며.
2.지방인재가 맞는지.
3.지방 공기업에 취직할 때 포기하는 정도.
4.지방대 기준이 학연과 지연을 불러들일 가능성.
5.역차별

따라서 필자는 지방 거주기간을 고려한 지역인재를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주장은 정책을 펼치기 전 대학에 진학했던 지역인재의 기준에서 한 말일 뿐이다. 필자 역시 정책 시행 전 사람으로서 취준생이기도 했으니....

무슨 말이냐면 정책을 펼친다는 것은 앞날의 기대효과를 생각한다는 것이다. 지방대를 기준으로 한 이후로 실제로 지방대의 특정과는 커트라인이 올라갔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우수 인재들이 이제 고민을 한다는 것이다. 서울로 진학할 것인지, 지방대의 메리트를 받을 것인지 말이다.

다만, 과거 필자가 지적한 문제가 남아있긴 하다.
서울의 인프라를 가지고 지방대에 합격한 사람들이 간접적 혜택을 보게 되는 것이고, 필자 같은 사람이 혜택을 못보게 되는 것이다(?). 어쩌겠나. 정책은 혜택 보는 자와 불이익 보는 자로 나뉘는데. 다만, 그것이 공기업 취직이라는 민감한 주제라서 더 크게 보이는 것이다.

이 정책 실시 이전의 지역인재들은 필자처럼 서울에 남게 될 것이고 이것의 혜택을 볼 일부 수도권 출신 지방대 사람들은 정책의 의도대로 지방에 머물거나, 경력을 쌓아 이직하거나 이전신청을 할 것이다. 물론 후자 가능성이 높다.

기분이 안 좋지만, 정책 이전 사람들은 정책의 고려 대상이 아니다. 버리는 패다. 다만 앞으로 지방의 인재들이 지방대에 진학할 유인책이 되었다는 것은 분명하고, 이는 지방의 인재들이 수도권 대학을 나와 수도권에 취직함으로써 지방이 수도권에 지속적으로 인재 유출이 되는 것을 타개한다는 목표에도 부합되게 된다는 사실이다. 더불어 지방대 육성법에도 적합하다 할 수 있다. 다만, 지방에서 대학을 다니는데 부담이 될 수도권 사람들은 입장에선 분명히 볼멘소리가 나올 법하고, 필자 같이 일찍이 인서울한 지역 인재(?)는 취직을 이유로 지방에 내려갈 이유가 줄어들 것이다.

필자가 제시한 실거주기간을 골자로 한 지역인재는 지역인재라는 기준에 적합할지 모르나, 인재가 유출되는 것은 여전해진다는 점에서 지방대 육성을 포기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다만, '지방대를 기준으로 한 지역인재' 할당제는 지방대가 경쟁력이 악화되는 근본 원인 중 하나인 우수한 교육환경, 인프라 구축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니 포기하고 정책으로 떼우겠다는 소리나 다름없다. 예를 들자면, 전통시장이 경쟁력이 약화되니, 근본원인인 인프라를 구축할 생각은 안 하고, 대형마트 의무휴일을 지정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할까. 뭐 그렇다.

자, 이제는 약대와 의대 지방 인재 할당제에 대해 이야기할 때다. 과거 필자의 발언을 보면 이것에 대해 비판적일 거라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여기서 지역인재는 고등학교와 더불어 중학교 소재지도 비수도권 학교를 나와야 한다는 것으로 요건을 강화했다. 중-고-대학(지방의대/약대)까지 지방에서 나왔으면 거의 지방인재가 맞지 않나 하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따라서 앞서 비판의 원인이었던 지역인재라는 기준에도 부합되지 않을까 싶다. (사실 초등학교도 지방 소재지에 나와야 한다는 조건이 더 명확해 보이지만서도) 따라서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도 부합하다. - 물론 위장전입이나 이런 편법이 있겠지만, 그것은 제도의 문제가 아닌, 법적으로 관리 감독해야 할 문제다.

현 지방의대,약대의 상황을 보면 이 정책의 목표도 이해할 수 있는데, 현재 지방의대, 약대는 대부분 수도권 출신들로 이루어져 있다. 우수한 교육인프라를 바탕으로 공부한 수도권 아이들이 전문직 자리를 꿰차는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불평등이니 뭐니 그딴 도덕점 관점이 아니라, 지방에 의사가 남아있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초-중-고를 나온 우수한 인재가 지방의대에 와서 같은 수도권 친구들과 공부한 후에 졸업하고 나면 과연 어디로 갈 것인가. 어디에 개원을 할 것인가다. 지방의 병원, 의료 서비스가 개박살이 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방의 보건소, 지방병원은 페이를 아무리 높게 불러도 정원 미달이 되고 있다. 물론 '지방 인재일지라도 지방에 남는다는 보장이 어디있는가. 졸업후 전문자격증이 있으니 서울로 가면 그만 아닌가?' 라는 반문을 할 수도 있다. 그것까지는 어찌할 수 없지만, 지방인재를 할당제로 뽑으면 아무래도 수도권 출신보다는 지방에 남을 가능성이 높다. 기반이 지방에 있고, 지방 인프라에 익숙한 이가 지방에 남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자명하다.

이 정책은 앞으로 지방의대에 들어가려는 수도권 학생들에게는 날벼락인 것이 분명하다. 앞선 정책처럼 특정 TO가 줄어드는 것은 분명하니까.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

제일 좋은 방법은 의대 진학 후 의무적으로 지방에 근무하도록 하는 것이 좋지만, 이는 헌법상 직업이나 거주 이전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모든 비용을 대주면서 서약하도록 하면 모를까.

이 정책 역시 부작용도 있을 것이다.
지방인재를 할당해서 뽑는다면, 지방인재 육성이라는 취지는 자체는 맞을지 모르나, 반대로 함량 미달인 의사들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또한 그 함량 미달인 의사들이 지방에 근무하게 될 것이다. 다만 이것은 졸업요건을 강화함으로써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이로써 지역 인재에 대한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4년 전에 쓴 글임에도 많은 분들이 꾸준히 관심 가져 주시고 참조 하신다고 하여 쓰는 글이다. 그 때 당시와는 생각도 일부 바뀌었으니 말이다. 다각적으로 생각해보면 하나의 정책엔 늘 장점과 단점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어려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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