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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원본이 사라지면 미러링도 사라진다에 대한 필자의 견해

어둠속검은고양이 2016. 8. 18. 17:33

피해자라고 해서, 소수라고 해서 그들의 모든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아마 내가 이렇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피해자가 아니고, 소수에 속하지 않는 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피해자이자, 소수자였던 이들에게 있어서 내 말은 단지 모든 여혐론자들과 똑같이 개 짖는 소리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 귀막고, 눈막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면서 어떻게 연대하겠다고 하는지 묻고 싶다. 궁극적인 목표는 양성평등으로 목표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나머지 반쪽의 생각을 들어야만 한다.)



시사in에서 '원본이 사라지면 미러링도 사라진다'라는 시사 에세이를 내놨다.

그 기사에서 기고자는 '이들은 막말을 한 적 없다. 누군가를 실명으로 비판한 적도 없다.'

고 글을 쓰고 있다.


(과연 저말이 맞는가는 일단 제쳐주고서라도) 말이야 바른 말이다.

누군가를 콕 찝어서 실명으로 비판한 적이 없을 것이다.

'한남충'이라는 단어는 한국 남자 라는 매우 추상적이고 광범위한 정의를 지니기 때문이다. (너가 한남충도 아닌데, 왜 발끈해? 설마 한남충이니? 너가 한남충이 아니면 되잖아? 이런 태도야 말로 김치녀에 대한 올바른 대응 미러링이다.)


한남충이라는 단어를 본인이 내재화하지 않으면 아무런 느낌도 오지 않을 단어이긴 하다. 예를 들자면, 서울이라는 '도시'에 사는 사람에게, 시골 촌놈 새끼들은 무식해! 라고 말하는 것과 '시골'에 사는 사람에게 말하는 것이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것처럼...


하지만 그렇게 논의를 해버리면 일베에 대한 과거의 응징도 모두 잘못된 것으로 비춰질 수 밖에 없다. 그들이 과거에 했던 말처럼, 너가 김치녀인 것도 아닌데, 왜 발끈해? 이런 식으로 흘러가게 되는 것이다.


일베는 여성혐오라는 것, 지역비하발언 등으로 큰 곤혹을 치뤘다.

그런 그들을 응징하는데 앞장섰던 이들이, 이제와서 같은 이유로, 누군가를 실명으로 비판한 적도 없다고 발뺌하는 것이 참으로 우습기만 하다.


툭하면 나오는 것이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야.' 라는 말이다. 지난 정권에서부터 현 정권에 관련된 기사가 나오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단골멘트다. 이것이 지금 이 기사에서 오버랩되는 건 내가 이상해서인가?


'이게 다 원본 때문이다. 이게 다 일베 때문이다. '


가해자가 나쁘다. 피해자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 는 것은 명확하다.

그런데 그 피해자들이 무차별적인 대상을 향해 가해자와 똑같은 짓을 하는 것까지 비난하지 말고 옹호해줘야 한다는 것은 오산이다. 과연 그 원본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가부장적 사회? 남성중심적인 시스템, 사회구조 그 자체? 그렇다면 그 시스템, 사회구조를 공격해야지 어째서 애꿏은 그 시스템, 사회구조 아래에서 자라난 남성들을 공격하는가? 그러한 사회구조에서 자라났기 때문에, 남성들이 무의식적으로 여섬혐오적인 발언을 내뱉는다던가, 여섬혐오적인 사고를 지니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럼 여혐 바로 알기 캠페인을 벌일 것이지, 사람들 자극하는 단어를 써서 미러링이라면서 공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끝에 무엇이 남는가? 남는 것은 연대하자는 공감대가 아닌, 남성들의 날선 공격 뿐이었다.




과연 막말을 한 적이 없을까? 실명으로 비판한 적도 없을까?

특정 커뮤니티에 가입한 사람들 사진을 가지고 와서 한남충이라고 하면서, 그들의 가족까지도 욕하는 것은 과연 실명으로 비판한 것이 아닌가? 사진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위인'으로 불리는 이들을 가지고 욕하는 것은 어떤가? '위인'은 공인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 희화화와 욕설은 순전히 공인에 대한 개인의 의견인가? 그리고 막말의 정의는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가? 누가봐도 악플인데, 누가봐도 말도 안되는 이유로 '비난'을 하는데, 그것이 이 기고자분께서 생각하는 막말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모양이다.




기고자는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미러링의 근거가 되는 성차별적 원본을 만들고 퍼 나르는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비판받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정확히 맞는 말이다. 그런데 어째서 그들만을 응징할 생각을 하지 않고, 그들을 포함하여, 그들이 행했을 때 침묵했다는 이유를 빌미로 '모든 남성'들을 공격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주장하는가? 정확히 말하면 모든 남성이 아니라, 남성 그 자체를 공격하는 것이겠지만... 세상을 이루는 절반, 그 자체를 공격대상으로 넣고 나면 남는게 무엇인가? 연대가 있을 수 있을까?




기고자는 성차별 해소에 대한 담론은 어느 순간 성대결 프레임으로 변질되곤 했다며, 이러한 논의 지형이 사회를 향해 말하기를 시작한 여성들에게 큰 위협 요소로 작동한다고 말하고 있다. 정확히 맞는 말이다. 그런 요소가 몇몇 있다. 심산과 출산에 대해 여성의 주체적 결정에 있어서 '태아는 생명이다.'라는 논의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여 논의를 흐리게 만드는 것, 여성의 자기성적결정권 논의에 있어서 공창제를 인정해야 하냐 마냐라는 소리로 논의가 흘러가버리는 것 등등.... 기고자는 이러한 생각을 현재 상황에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성대결프레임으로 변질되어 버렸고, 그로 인해 남성들이 날뛰고 있다고. 성대결프레임으로 변질된 부분이 일부 있기도 하다. 메갈이 만들어 낸 신조어가 '남자만을 공격하기 위한 의도'로 만들어졌다고 인식하고, 그에 대해 불같이 반응하는 것이 더러 있기 때문이다. 아마, 기고자의 눈에는 전부로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름대로 그들은 미러링에 대한 분석도 하고, 그게 왜 문제인지 지적하기도 한다. 무조건 덮어놓고 자신들을 공격하니까 나쁘다는 식으로 사고하지 않는다.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지적한다. 이 사건은 성대결프레임이 일부 섞이긴 하겠지만, 결코 성대결프레임이 주가 되진 않는다. 그리고 그 성대결프레임을 섞이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메갈이 원인이다. 일베 같은 경우 남성층이 많았기 때문에,  커뮤니티 다수가 남성에 의해 주도되는 담론이라는 점에서, 성대결프레임으로 가지 않았다. 일베vs 반-일베의 구조가 만들어졌다. 허나, 지금, '여성' 커뮤니티라는 곳에서 '남성' 그 자체를 타켓으로 내뱉는 말들은 성대결프레임이 되는데 일조를 했다. 남성이 남성을, 여성이 여성을 까면 성대결프레임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남성이 여성을, 여성이 남성을 까면 성대결프레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 커뮤니티로서, 주된 담론자인 '남성'의 커뮤니티를 향해 남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땐, 그 점을 염두해두고 접근했어야 한다. '여성'이라서? '소수'라서? '피해자'라서? 피해자들이 그런 것까지 다 신경쓰고 접근해야 하냐고, 피해자 탓을 한다고 주장하신다면 나도 할 말은 없다. 허나, 여성=피해자=소수=약자 라는 인식의 틀이야말로 페미니즘이라면 지양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고, 어떠한 담론을 펼칠 때 가해자와 피해자가 어딨는가? 현실은 가해자와 피해자일지언정, 담론적으로 논의를 펼칠 때는, 가해자와 피해자로 접근해선 안된다. 담론자와 담론자만 있을 뿐이다.





기고자는 달이 아닌 손가락만 보고 있는 행위라며, 이들에 대한 우려와 논쟁을 미뤄두어도 좋다고 말하고 있다. 글쎄....기고자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는 알겠다. '표현적인 부분'에 대해서만 남성 커뮤니티가 너무 불같이 반발하는 것이 아닌가 싶으실 것이다. 사실은 그 표현 이면의 것을 좀 봐 달라는 것 같은데..... 남성 커뮤니티는 그렇게 멍청하지 않다. 그 표현의 이면을 보고 있다. 알고도 있고. 허나, 표현적인 부분은 '분명히 문제'가 될 소지가 있기에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도덕적 무결점에 발목잡혀서 또 이렇게 '사소한 것'에 붙잡혔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다. 허나, '대중'을 설득하기 위해서라면, 그것이 필요하다. 도덕적 완벽성이 있을 순 없다. 그리고 그 완벽성 때문에 매번 진보는 좌절되고, 분열이 일어났다. 도덕적 완벽성까지는 아니더라도, 대중을 설득하기 위해 앞에 섰으면, 그 대중이 납들할만한 수준까지는 나아갔어야 하지 않는가. 용인되기 어려울 정도이기 때문에 배척받는 것이 아닌가. 어째서 사소한 우려 정도로만 생각하는가. 물론 커뮤니티가 집단이라는 점에서 표현 때문에 빡치셔서 행동하는 분들도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쩌면 대다수가 그렇게 빡쳐서 행동하는 것이라고 기고자는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부분을 모르겠다. 실질적으로 과열된 조짐이 보인다. 그 과열은 분명히 기고자분께서 지적하신, '손가락만 보는 이들' 때문일 것이다. 그들이 과열, 그리고 행동들이 눈에 더 띄기 때문에, 그들의 목소리가 크기 때문에 그들이 현재 커뮤니티의 주된 담론을 이끌어가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행동을 배제하고서 보면, 결코 커뮤니티의 담론 그 자체는 그들이 중심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