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습관형성프로젝트

속 빈 강정이 되지 마세요.

어둠속검은고양이 2019. 4. 22. 11:41

안녕하신가요?

며칠 전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 먹어놓고 이제서야 글을 올려요.

2일 전쯤에 비가 내렸어요.
벚꽃도 따라 내리고, 이제 여름은 초록 잎사귀를 몰고 오겠죠.
이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오전부터 햇볕이 내리쬐네요. 오늘은 조금 더울거라고 해요.
할 말은 많아요. 조금은 우울할 수도 있는 글이 될지도 몰라요. 두서가 없을 수도 있구요. 미리 양해 부탁 드릴게요.

현재에 자신이 없을 때, 과거를 자꾸만 돌아보게 돼요. 그러나 과거는 지나버렸고, 돌아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과거를 통해서 교훈을 얻는다고 하죠. 사실 얻을 교훈은 없어요. 어째서 일이 잘 안 풀렸는지는 이미 몸으로 깨닫고 있으니까요. 구태여 과거를 생각하며 후회에 잠길 필요가 없다는 거죠. 그건 쓸데없이 자신을 갉아먹는 행위에 불과하니까요.

잠깐 제 과거를 이야기해볼게요.

몇몇 글에서도 밝혔다시피 전 관계라는 것에 집착을 많이 했어요. 집착이라 말하면 굉장히 부정적이고, 뭔가 매달릴 것 같은 그런 상상이 떠오르지만, 그런 건 아니에요. 그래도 이제와 생각해보면 집착이었다 생각해요. 자신의 그릇에 비해 과하게 욕심 냈으니까요. 그 땐 정말 주변 사람을 챙겼어요. 주변 사람을 위한 것이었다고 핑계대지는 않을거에요. 그건 내 외로움과 자기만족을 위한 것이었으니까요. 문제는 그것에 치중한 나머지 나 자신에는 소홀했다는 것이에요. 나름대로 해놨던 미래 설계는 다 허그러졌고, 나를 위한 일정은 미루기 일쑤였죠. 사람을 만나는 것이 최우선이었고, 주변 사람 일정에 내 일정을 맞췄죠. 그 땐 원래 내 사람 하나 얻는 것이 쉽지 않다 내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했지요.

속 빈 강정이 되지 마세요.

지금 당장의 관계에 공들여도 내가 내 인생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면 모든 관계가 다 사라져요. 물론 남는 관계도 있긴 해요. 하지만 온전히 독립하기 전까지는 서서히 사라져 가요. 집중해서 제 나이 때에 맞게 취직하고, 연애하고, 자기 인생을 찾는 것이 오히려 관계를 지키는 길이에요. 난 속빈 강정이 되어 버렸어요. 내가 꿈꾸던 인간상은 정말 꿈이 되어 버렸어요. 자신의 인생도 챙기지 못하는데, 어찌 타인의 인생을, 타인과의 관계를 챙길 수 있겠어요. 자신의 인생을 챙기고 나서야 타인과 친구들이 보여요. 상대방도 당연히 마찬가지구요. 끼리끼리 어울린다는 것이 그런 의미 같아요.

그리고 무기력해지지 마요.
자기 연민에 취해 있지 마요.

이 두 가지 만큼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이고, 굉장히 위험한 것이에요.
물론 무기력이라는 것이 하지 말아야겠다고 해서 안 하는 것은 아니죠. 그건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감정 같은 거니까요. 무기력에 빠져서 허우적대는 자신을 보다 보면요, 자기연민이 생겨요. 그런데 그 무기력과 자기연민은 자신을 뼈 속까지 갉아 먹어요. 삶의 원동력과 의지를 잃어버리게 만들어서 산송장으로 만들어버려요.

힘든 것 알아요. 정말 견디기 힘들다는 것도 잘 알아요. 세상이 지랄맞은 것도 알고, 문제가 많은 것도 잘 알아요. 하지만요, 우린 그걸 견뎌내야만 해요. 하소연 하는 것을 지인들이 들어줄 순 있어요. 하지만 해결해주진 않아요. 결국 스스로 달라져야 하고, 스스로 극복해내가야 해요. 백날 비판하고, 자신의 처지를 설명해도 핑계대거나, 자기 합리화한다는 소리밖에 못 들어요. 

들어주지 않는 그들이 나쁜 건 아니에요. 스스로의 인생을 짊어지는 것도 힘든데, 남의 한탄을 들어줄 여유는 없거든요. 이러한 삶들이 지랄 같고, 서글픈 현실이지만 그것이 나의 삶이에요. 내 삶을 내가 챙겨야지, 나조차도 포기하면 누가 거두어줄까요. 그냥 내 삶의 위치에서 물러나지 않도록 발버둥치는 거에요.

정말로 쉬지 못하면 자살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면 쉴 수도 있을 거에요. 그런데 그 정도로 절박하게 몰려있는 정도가 아니면 쉽사리 포기하거나, 무기력에 빠지지 마세요. 목표가 없더라도 계속 달리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요. 무기력에 한번 빠지면 다시 달리는 것은 쉽지 않아요.

이런 글을 내가 쓰면서도 참으로 X 같다는 생각을 해요. 대체 얼마나 절박해야 하는데, 대체 얼마나 사람이 몰려야 하는데 라는 반발심도 들어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현실은 우리의 사정을 일일히 고려해주지 않는 걸요. 그건 니 사정이고, 내 알 바 아니라고 해요. 세상 사람들은 당신의 힘듦을 알아주지 않아요. 그냥 무능력자의 핑계로 볼 뿐이죠. 세상이 우리의 사정을 일일히 헤아려 줄 정도로 자상하지 않다는 것을 사실 잘 알고 있잖아요.

꿈을 찾아라, 힘들 땐 쉬어도 좋다 라는 말은 다 빛좋은 개살구에 불과해요. 원래 악마의 말은 달콤하지요. 그들의 위로가 내 인생을 책임져주진 않아요. '쉬고 났더니 현실에 뒤쳐졌다구요? 그건 내 알 바 아니죠. 당신이 선택한 거잖아요.' 하겠죠. 귀기울이지 말아요.

쉰다는 것도 자격이 필요하더라구요.
능력 있는 자가 쉬는 것은 열심히 살다가 쉬는 것이지만, 무능력자가 쉬는 것은 쉬는 것이 아니에요. 무능력의 근거이자 낙인이 돼요. 목표가 없다고 하거나, 꿈이 없다는 말도 다 핑계에 지나지 않게 돼요. 꿈을 좇는 사람을 전 비난할 생각이 없어요. 하지만 무능력한 사람이 꿈을 좇는 건요, 주제도 모르는 사람, 생각없는 사람으로 탈바꿈 돼고, 그 역시 무능력의 근거가 돼요.

앞으로 더 그럴 거에요. 그건 네 사정으로 치부될 거고, 내 알 바가 아닌 걸로 치부될 거에요. 함께 가자는 연대의식은 사라질 거구요, 가장 밑바닥부터 서서히 쓰러질 것이고, 점차 우리 차례가 올거에요. 원래 시대가 힘들수록 그래요. 타인을 고려치 않는다고 비난할 순 없죠. 그들이 나쁜 건 아니에요. 그들도 그 자리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걸요. 약자들도, 강자들도 모두 자신들만의 카르텔을 만들려고 하지요. 우린 되도록 강자들의 카르텔 속에 들어가기 위해 달려야 하고, 독해져야만 해요. 스스로를 채찍질 해야 하구요. 그 안에 못 들어가면, 거기까지가 내 운명인 거겠죠. 물론 '안' 들어가는 선택도 있어요.

우린 갈수록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살거에요. 갈수록 공감도 사라질거고, 네 사정, 내 사정을 구분해서 보겠죠. 고려라는 말은 사라질 거구요.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지 말고 내가 원하는대로 살라는 말은 달리 말해서 연대나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하지 말라는 소리에요. 최소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스스로의 의지로, 내가 원할 때만 공감하고, 공감받으며 마음대로 살라는 거죠.

자신에 대해 설명하지 말아요.

우리는 상대방에게 이해받기 위해 끝없이 설명하고, 근거를 붙여요. 어떤 험난한 것에 도전할 때 주변 사람에게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설명하지요. 내가 실패할 때 변명하기 위해서요. 물론 성공했을 때, 내가 더 빛나보이는 효과도 있지요. 어찌됐든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얼마나 잘 설명하든 간에 이해 못할 지점이 생길 거구요, 꺼려하게 되는 지점도 생겨요. 본인도 본인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데, 타인이라고 이해할 수 있겠어요. 투명한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에요. 자신에 대한 설명들은 변명, 합리화로 비춰질 뿐이에요.

억지로라도 외향적으로, 사회적인 성격으로 바꿔 살아야 해요. 순전히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요. 얇고 넓은 인맥이라고 사람들은 비웃지만, 거래관계에 있는 순간만큼은 확실하게 보장된 관계에요. 금새 사라지고 말 인맥일지라도 인맥은 인맥이고, 활용할 수 있는 '패'니까요. 물론 상대방도 나를 하나의 패로 인식할 뿐이겠죠.

다음 생에서 뭔가 해야겠다고 말하지 마요.

어차피 인생은 하나뿐이라는 걸 잘 알잖아요. 불만스러워도 결국 내 인생인걸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지속해야만 해요. 그 와중에 잘 돼서 성공하면 다행이고, 성공 못하면 그걸로 끝이죠. 계속 달리고 노력하는 자세를 견지해야만 해요. 목표가 있든 없든 말이죠.

제 말이 꼰대같고, 채근하는 것처럼 느껴졌으리라 생각해요.
그렇다면 미안해요. 하지만 제가 외칠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에요. 이 말들은 나도 모를 누군가에게 쓴 글이지만, 나 자신에게 쓴 글이기도 해요.

다짐한 걸 지키기는 어렵네요. 앞으로도 숱하게 내 다짐을 어기게 되겠죠.
그리고 다짐했다고 현실이 극적으로 달라지지도 않을 거구요. 하지만 부디 이 작은 변화가 내 인생의 분기점이 되었다고 회상하는 내가 되었으면 하네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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