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은 공격적인 글이 될 지도 모르겠다.
요즘 자신들은 '팩트'를 말한다며 이성적인 척 이야기하면서 반박이나 대화의 시도를 흐리는 사람이 많다.
예를 들자면 이렇다.
A라는 사람이 사람을 죽였다고 해보자.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A 라는 범죄자를 향해서 A는 나쁜 놈이고, 문제다! 라고 욕한다. 그런데 누군가 나서서 이렇게 말한다. A가 살인마이긴 한데, A가 10년 전에 헌혈도 많이 하고, 봉사활동도 많이 해서 상을 받은 적이 있어요.
여기서 그 '누군가'의 발언은 문제가 되는가?
사실은 문제가 될 것이 없다. A라는 사람이 사람을 죽인 것도 사실이고, 10년 전에 헌혈도 많이 하고 봉사활동도 많이 해서 상을 받은 것도 사실이니까.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러한 사실을 '왜' 하필 지금 주장하느냐는 말이다. 어떤 이들은 그 누군가의 주장이 정말 사실인지 따져볼 것이지만, 대체적으로 대부분은 '쉴드치려고 물타기 하네'라고 생각할 것이다.
대화라는 것은 한쪽의 일방적인 외침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외침을 하고, 그 외침의 의도를 분석하고, 다시 피드백하고, 주거니 받거니 이루어지는 것이 대화다. 그렇기에 모든 대화는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
가령 내가 누군가에게 '나 점심으로 비빔밥을 먹었다'고 이야기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나는 왜 '점심 먹었다'는 말을 했을까? 점심 먹은 사실을 전하기 위해서? 사실을 전해서 뭐하려고? 그러한 말을 꺼낸 이유는 '나는 이미 점심을 먹었으니, 따로 점심을 먹으라'라는 의도를 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상대방이 '점심으로 뭐 먹었어요?'라고 물어봤다면 그건 사실을 전달하기 위한 답변이다.
마찬가지다.
모든 대화는 그 때 그 상황, 환경, 주제에 따라 무수히 많은 의도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많약 그러한 상황, 환경, 주제에 상관없이 난 '팩트만 말해'라고 한다면, 그건 둘 중 하나다. 대화하는 법을 모르거나, 사회적 눈치 자체가 없거나.
과거에 필자는 A집안과 B집안이 있는데..하면서 식민지 근대화론에 대한 이야기를 썼었다.
그 이야기를 통해 필자는 '자발적이냐 강제적이냐'를 핵심으로 짚었다. 왜냐면 식민지 근대화론 자체가 '발전시켜주었다'는 긍정적인 의도를 담고 있는 것이라 보았기 때문이다. 현재 식민지 근대화론에 대해 이야기하는 많은 이들이 의도가 뭐였든 발전시켜준 것은 '팩트'라며 그건 사실이라 말한다. 100번 양보해서 그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그 사실을 왜 지금, 이 상황에서 굳이 꺼내서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주장을 하는 화자의 의도는 그래서 결론은 식민지 근대화론 = 당시 조선에 '좋은 것'이었다 는 말을 하기 위함이 아닌가. 이 의도가 아니라면, '반일을 하는 너네가 문제야'라고 주장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사실이든 주장이든 반대되는 말을 꺼낸다는 것은 너네와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이지, '사실'을 말하기 위함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본인의 이러한 의도는 쏙 빼놓고, 사람들이 지적을 하면 '난 사실만을 말했을 뿐이야. 왜 사실을 가지고 발끈해? 팩트 그 자체는 선악으로 나눌 것이 아니지, 난 사실만을 이야기할 뿐이야'라고 쏙 피해간다. 앞서 말했듯이, 만약 정말로 순수하게 의도없이 사실만을 말하려고 했던 것이라면, 나는 대화하는 법을 몰라요 하는 소리니, 대화하는 법부터 다시 배워야할 듯 싶다. 뻔히 보이도록 의도를 드러내놓고, 의도하지 않은 것으로 포장하지 말자.
차라리 지금의 반일운동이 감정적으로만 격화된 느낌이 있으니, 조금만 더 자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거나, 일본이 과거에 문제는 있었지만, 현대에 들어서 많은 협력을 한 나라로서 같이 가야할 이웃이라고 말하거나, 혹은 일본과 한국은 경제적 체급 자체가 다르므로, 반일운동은 한국에게 오히려 손해이므로 일단은 일본의 말에 따르는 것이 낫다고 말하는 것이 오히려 이해와 대화의 여지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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