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밤하늘 깊은 바다와 미리내

어둠속검은고양이 2019. 5. 24. 03:35

새벽이 다가올 늦은 밤, 글 하나 남기기 위해 노트북을 엽니다.

모두가 잠시 여행을 떠나는 이 때 글을 남기는 까닭은,
당신 앞으로 배달될 이 소근거림이 당신도 모르게 조용히 놓여 있길 바라기 때문일거라 생각합니다.
그것이 아니면 이 소근거림이 밤하늘과 어울린다는 단순한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은 저의 이 작은 말들이 넓은 밤하늘에 묻혀 떠다니길 바라기 때문일까요.

저는 밤하늘 깊은 바다와도 같은 당신의 어둠을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제가 알 수 있는 것은 밤하늘엔 미리내가 펼쳐져 있다는 것입니다.

어둠은 분명히 알 수 없기에 무섭고, 우리는 그 어둠과 같은 미래를 지나쳐 가야만 합니다.
하지만 어둡기에 별들이 빛날 수 있듯이 알지 못하는 불확실함이 목표를 확실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별자리를 이정표 삼아 밤길을 걷듯이 우리 역시 목표를 이정표 삼아 걷게 될 것입니다.

흔해빠진 말로서, 근거없이 다 잘 될거란 말은 해 드릴 순 없을 것 같습니다.
진부한 위로나 격려는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할 뿐이니까요.

계절마다 별자리가 다른 위치에 있듯이, 우리의 이정표도 매번 달라질 것이고, 흔들릴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이정표들은 우리가 원치 않은 위치로 우리를 이끌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는 분명히 걷고 있다는 사실이고, 걷는 것이 지속되는 한, 결국엔 원하던 지점을 향해 걷게 될 것이란 것입니다.

어두운 밤길은 우릴 몰아넣을 테지만, 그렇기에 별빛을 똑똑히 보여주게 될 것입니다.

저의 부족한 말주변으로 쓰인 이 글은 매우 딱딱하고, 진부해서, 당초 원했던 소근거림이 아니라, 어설픈 외침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양해해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