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건
그대일까
그때일까
하상욱
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 난 그 아이를 어느 정도 마음에 두고 있었던 것 같다.
귀염귀염했던 그 아이의 외적 모습은 어느 정도 내 취향이기도 했다.
성격은 음... 그냥 귀여웠던 것 같다.
그냥 호감을 지니고 있으니, 다 너그럽게 보이는 느낌이다.
하지만 우리 둘 사이에는 아무런 징조도 없었다.
그 아이에게 있어서 나는 다루기 쉬운, 간편한 사람이었다.
메인 요리에 있어서 곁들여져 있는 소스같은 존재랄까.
없어도 그만, 있으면 좀 더 낫고.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같이 있으면 즐겁지만, 없어도 그만.
연락 오면 나가지만, 연락 안 오면 연락하지 않는 그런 관계.
우리 둘은 그저 취미가 같아 공유될 여지가 남아있는 그런 관계였다.
.....동지에 가깝지 않았을까나.
졸업을 앞두면서 방학을 기점으로 그 아이와 연락을 끊은지도 오래였다.
잠수를 타면서부터 연락오지 않으니, 자연스레 연락이 끊겼다.
나 역시 서울을 벗어나면서 많은 관계들을 정리해야겠다 싶었다.
하지만 여전히 몇몇 관계들은 남아서 나를 얽맨다.
남을 사람은 남고, 갈 사람은 가는 거겠지.
그 아이는 갈 사람이었나보다.
그런데, 문득 그 아이와 연락하고 싶었다. 번호는 있는데...
뭐라 연락해야 할 지 고민이다.
......왜 연락하고 싶어졌을까.
그대가 그리워서일까, 아니면 그때가 그리워서일까.
아니면 둘 다 일까...
세월이 흐른 뒤, 문득 보고 싶고, 대화하고 싶은 건 어떤 이유에서일까.
문득 그 아이가 생각나는 밤이다.
하지만 우리 둘이 다시 연락하게 될 일은 없을 것이다.
그 아이와의 인연은 그 때 그것으로 스쳐지나갈 정도, 그 정도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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