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존실/떠오르는

동물-바지에 관하여

어둠속검은고양이 2023. 7. 15. 12:32

사족보행 동물에게 있어서 바지는 어떤 형태일까.

하나 재밌는 논쟁거리에 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강아지가 추울까봐 바지를 입혔어요' 라고 말한다면 강아지가 입은 바지 형태는 어떨까. 아마도 대다수가 뒷다리부터 꼬리, 골반을 감싸안는 형태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면 앞다리는 어떤가.

말 그대로 앞'다리'지 않은가. 바지는 밑으로는 다리를 넣어 가랭이를 지나치고, 위로는 통으로 터져 있는 의류를 가리킨다. 그럼 '사족'보행인 강아지들의 바지는 뒷다리부터 출발해 꼬리와 골반만 감싸는, 몸통을 세로로 감싸는 것이 아니라 네 다리 모두 집어넣고 몸통을 가로로 절반만 감싸안는 형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럼 누군가는 그런 형태면 골반을 가릴 수 없다고 할 것이다. 사족보행 동물들의 골반은 뒷쪽 윗부분에 걸쳐 있으니까. 바지는 골반까지 올라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니 다리만 네 개를 감싸안는 형태는 바지가 아니라 할 것이다.

하지만 다시 잘 생각해보자.

바지는 옷 중에 어딜 가리는 옷인가. 바로 하반신이다.
하반신이란, 몸을 두 부분으로 나눴을 때 하, 아래쪽에 해당된다는 말이다. 그럼 사족보행 동물은 어떤가. 앞서 말했듯이 동물의 골반은 몸통 윗부분에 위치한다. 그러니, 골반을 감싸안느냐, 못 감싸안느냐는 바지를 가늠하는데 있어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 단지 사람이 바지를 입을 때 엉덩이나, 골반이 아래쪽에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가려진 것에 불과할 뿐이다. 만약, 인간의 골반이 가슴에 있었다면, 사람들은 상의를 가지고서 골반을 가렸을 것이다.

결국 바지라는 형태를 '두 다리'와 '골반'을 기준으로 생각한다면, 그건 철저하게 인간 중심적인, 이족보행 동물의 기준점에서만 생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동물의 앞다리가 앞'다리'이지, 앞 손은 아니지 않는가. 그러니 네 다리와 나머지 몸통의 '하'반신을 가리는 형태가 맞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다만 강아지나 동물 의류를 파는 곳은 뒷다리와 골반만을 감싸는 걸로 고집을 피울 것이다. 그래야 재료비도 적게 들고, 가공비도 적게 드니까.

강아지용 기저귀는 또 다르다. 그건 골반-엉덩이 구멍을 통한 배변기능과 연관된 물건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족보행 동물들에겐 바지와 기저귀가 다른 형태일 수 밖에 없다.

두 손과 두 발을 지닌, 이족보행 사람과 다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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