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존실/잡념들-생각정리

다수의 소수에 대한 횡포에 정당성을 부여해주는 민주주의

어둠속검은고양이 2017. 2. 1. 05:16

민주주의의 맹점은 다수의 소수에 대한 횡포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자유주의는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정부와 개인과의 관계에서 정부의 힘을 다소 제한하는 것에 초점을 두는 반면, 민주주의 다수라는 집단에게 힘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집단주의적 성격을 지닌다.


따라서, 다수결은 언뜻 보면 공정해보이고, 평등해보이지만, 자유주의적 관점에서 보자면, 평등하다고 볼 수는 없다. 1인 1표의 정치적 기회의 균등함이 평등으로 보일지라도, 추후에 나타날 결과가 개인의 자유에 있어서는 제한을 가하는 형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동성애 결혼을 합법화 하자고 했을 때, 다수의 사람들이 거부할 시에 합법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불법은 아니다. 정식적으로 법적 지위를 얻을 수 있느냐의 문제다.) 헌법의 개인의 행복추구권까지 따지면 다소 복잡해지나, 일단 판결이 날 때까지는 동성애 결혼이 합법화되어 있지 않으므로 이에 대해서는 법적 보장이 되지 않을 것이다. 즉 동성애 결혼의 합법화에 대해서 1인 1표로 권리를 행사함에 있어서 평등하다고 할 수 있으나, 개인적 행복추구권의 자유는 억압, 일종의 침해 당하는 형태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결혼하고 이 결혼을 법적으로 보장받음으로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데 반해, 어떤 이들은 결혼이 법적 보장을 받지 못하게 됨으로서 자유를 침해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아, 물론 결혼한다는 행위 자체는 제한없이 가능하긴 하다. 


민주주의는 다수의 소수에 대한 횡포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해줄 뿐이다.


다수의 의견이니까, 소수는 이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1인 1표라는 신화에 가까운 '모두에게 공평하고 평등하다'는 믿음에서 절대적인 힘이 나온다. 1인 1표라는 정치적 평등은 개개인에게 있어서 최고의 힘을 부여하고, 정당함을 부여하지만, 무리 대 무리하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는 그다지 평등함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맹점이 있다. 어떠한 견해에 대해 A무리와 B무리, C무리가 있다고 했을 때, A가 100명 B가 50명 C가 30명이라고 한다면, 이에 대해 투표를 했을 시, A의 독주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물론 이는 1인 1표, 다수결이라는 '정담한 절차'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완벽히 보장된다.


그렇다면 민주주의를 대체할 것이 있는가 하면, 또 그렇지는 않다. 다만, 여러가지 법적, 제도적 절차를 통해 민주주의를 보완할 뿐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동성애에 대해 다수결에 의해 불법으로 규정될지라도,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통해서 이 법안이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심각하게 위배했다는 판결이 떨어지면 이 법안은 즉시 효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그나마 소수가 다수에게 대항할 수 있는 무기라고 할까. 


허나, 이 역시도 법적, 제도적 철자의 일부로서 겨우 보완하는데 그칠 뿐, 궁극적으로 소수의 의견을 보장해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이 역시도 다수의 의견에 의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역시 민주주의 맹점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히틀러는 정당한?? 독재를 위해 헌법을 뜯어 고쳤다.) 게다가 사회는 법과 제도만으로 굴러가지 않않는다. 삶 그 자체기 때문에, 법과 제도의 외곽에 있는 지극히 일상적인 것들에 있어서의 소수에 대한 차별은 여전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하나. 각자의 의견을 완전히 보장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따로 사회를 구성하는 일일 수도 있다. A무리는 A무리대로, B무리는 B무리대로, C는 C무리대로....이런 방식으로 말이다. 허나, 사회를 구성함에 있어서 수많은 법률과 수많은 제도에 대해 각자의 생각이 다를진대, 그 때마다 무리를 나눌 수도 없는 일일 것이다.


결국 민주주의는 역사상 가장 최선의 제도이기에 마지못해 차용해서 쓰는 것일 뿐이다.

허나 민주주의는 현 시대에 1인 1표의 정치적 평등, 절대적 평등을 보장해주는 제도로. 신화로 포장되어지고 있다. 집단과 집단과의 권리주장에 있어서 결코 평등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는 어쩔 수 없는 부작용과도 같다. 민주주의는 개인 대 개인에 있어서는 가장 공정하고 평등함을 보장해주는 제도로서, 그 의견이 무리에 반영이 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가 없다면, 개개인의 의견은 결코 무리에 반영되지 못할 것이다. 굳이 개개인의 의견을 무리에 반영할 필요가 있는가? 하고 되물을 수도 있지만, 이러한 질문은 앞서 말한 것처럼, 그렇다면 인간 모두는 무리 생활을 청산하고 개개인 각자로서 살아야 한다는 것과 같다. 그리고 그러한 삶은 오히려 평등을 해치고, 자유를 헤치며, 개인을 파멸로 몰아갈 것이다. 사회를 구성하며 살아갈 때, 개인의 삶이 지켜질 수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컬하지만, 개개인 하나는 이 세상을 살아가기에 너무나도 미약한 존재가 아니던가. 물론 그 사회가 역으로 개인을 말살하는 방향으로 흐르기도 하지만서도......


p.s

여담으로 글을 쓰다 고대 아테네의 도편추방법이 떠올랐다.

도편추방법은 합리적인 제도같다. 개개인이 도편추방제에서 6000표 이상을 받지 않기 위해, 평소 행실을 좀 더 조심하고 사회 통합을 위해 힘쓰게 된다는 점에서, 예방차원에서 좋은 듯하다. 현재 공동체에 알맞지 않은 이들을 판별해서, '그래, 네 삶의 방식은 잘 알겠어. 근데, 너는 지금 이 공동체의 삶과 어울리지 않은 것 같으니까, 이 공동체랑 잠깐 떨어져서 지내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마주치지 말고 살자. ' 라는 느낌이다. 


p.s2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도편추방법은 다수결의 맹점을 가장 잘보여주는 제도이기도 하다. 불법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국가위험인물'이라는 이유만으로 쫓아내는 것은 다수결의 힘을 이용해 개인의 자유를 명확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 다수결을 설득하기 위한 작업들 - 선동, 왜곡을 통해 정적들을 제거함으로써 다수결이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준다. 


p.s3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엄벌에 처해야 할 것은 살인도, 강도도 아니고, 선동, 왜곡, 여론조작, 중우정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