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존실/떠오르는

그리움

어둠속검은고양이 2025. 2. 3. 19:37

퇴근하고 집에 가는 길, 함박 눈을 맞으며 걸으면 문득 외롭거나 그리워진다.
아니, 외로운지 잘 모르겠다. 분명 그리운 것과 고독은 별개의 감정인데.
그립다는 것이 외로운 것을 나타내는 것일까.

외로움을 다른 매체로 떠넘기는데 익숙해져 버려서, 외롭다는 감정도 잊혀지는 것 같다.
그러나 그립다는 감정만큼은 분명하다. 오자마자 글을 쓰는 것이 그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니까.
날씨가 추워서 그리운 것일까. 아니면 내리는 함박 눈이 그립게 만드는 것일까.

그리운 감정을 느껴보는 것도 오랜만이다.
난...무엇을 그리워하는 것일까.
명확한 대상은 없는데 그냥 막연히 그립다는 느낌이 든다.
내가 그리워하는 것은 그 시절일까. 그 사람일까. 그 상황일까. 무엇일까.

.......글을 써야겠다 체크해놓은 것도 몇 번. 결국 지금까지 글을 쓰지 않았다.
의무감처럼 느껴져버린 글쓰기가 나의 이 게으름을 이겨내지 못 했기에.

말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는데, 이젠 침묵한다. 침묵하다보니 이젠 행하는 것 자체가 귀찮다. 머리를 비우고, 생각도 점차 비워간다. 살아가지는 것이 아니고, 살아가야 한다고 했는데. 이제보니 내가 그 말을 그렇게도 강조했던 것은 이렇게 되리라는 걸 느끼고 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어느 순간부터 관성적으로, 타성적으로 살아간다. 아니, 어느 순간이 아니라 점차 점차 그렇게 되어가고 있었다.

난 언제부터 내려놓게 되었을까. 내려놓은 것인지, 내려놓게 된 것인지. 딱히 물욕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다. 내가 만족할 수 있는 그릇은 너무나도 작아져서 그냥 이렇게 이따끔 맛있는 음식이나 먹고 적당히 일해서 사는게 편하다. 삶의 동력은 사라지고 그저 숨쉬고 있는 식물만이 남아있다.

그래도.
이런 나에게 원하는 것이 하나 남는다면.
이 그리움이 결국 어디로 향하는지 떠올린다면.

그건 바로 당신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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