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6시에 만나기로 약속하면
나는 5시 반까지 나와 30분 동안 설렘 속에서 기다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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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였더라.
점심 약속을 잡으면 아침부터 정성스레 꾸미고 나가던 때가.
점심 때 어디로 갈 지 만나기 전까지 이곳저곳 알아보던 때가.
만나기 직전에 거울 보며 머리 다듬고 향수를 뿌리던 때가.
늘 오래 기다리면서도 만나면 좋아서 헤헤 거렸던 때가.
꽤나 오래된 시절이다.
이젠 내 일이 먼저고, 약속은 약속일 뿐이다.
약속에 과하게 준비하지 않으며, 기대하며 기다리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 주며, 시간은 예의만큼만 맞춘다.
한 때의 기다림이 사랑의 징표임을 믿는 때가 있었다.
기다림을 징표로 다시 사랑할 날이 올 때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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