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존실/떠오르는

혼란과 처벌

어둠속검은고양이 2020. 3. 6. 11:47

매번 대한민국이 위기에 빠질 때마다 국민들은 똘똘 뭉쳤다.

난 어릴 때 국민들이 금모으기 운동에 동참하던 것을 눈으로 봤다. 그리고 교과서에서는 국채보상운동을 봤고, 물산장려운동을 전개했다는 사실을 배우고 자랐다. 지금은 의료인들이 나서서 지원하고, 여력이 되는 분들과 기업들이 저마다의 방법으로 기부하는 것을 보고 있다.

학연이니, 지연이니, 이것저것 따지면 맨날 치고 박고 해도 힘 합쳐야할 땐 또 잘 뭉치는 대한민국이다. 분명 이 위기는 지나가게 될 것이고, 우린 그것을 잘 헤쳐 나갈 것이다.

하지만 나는 또 이 와중에 분열을 일으키고, 혼란을 이용해 자신의 이득을 취하려는 자들을 보고 있다. 뭐, 이익 추구가 정당한 권리라고 말한다면 내 할 말은 없지만서도,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수준에 다다른 이익추구가 참으로 고까와 보인다.

과거 금 모으기 운동을 할 당시에 많은 대기업들이 부가가치세 환급을 악용해서 돈을 벌었고, 일제 강점기에 국채보상운동, 물산장려운동을 할 때도 친일파들은 존재했었다. 두 사건 모두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고 흐지부지 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전염병으로 나라가 혼란한 지금, 이 때를 틈타 매점매석, 매크로, 사기를 통해 이득을 편취하려는 자들이 있다. 실제로도 사기와 매점매석은 엄연히 불법이며, 매크로는 불법이라기 보단 편법에 가깝지만, 되팔 목적으로 저지르는 경우 역시 불법이다.

매번 그래왔다.

나라가 힘들 때마다 누구는 똘똘 뭉치는데, 누구는 그 때를 기회로 편취하려 든다. 그리고 그 편취에 성공한 자들은 제대로 된 처벌이 풀려나 떵떵거리며 살아왔다. 우리 국민들은 그걸 보고 자랐다. 학습의 결과일까. 이번에 유독 편취하려는 자들이 더 많이 보이는 듯하다. 혹은 정보 공개가 더 활발해져서 눈에 띄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지금 다시 뭉치고 있다. 만약 이번에도 저들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다시는 절대로 뭉치지 않을 것이다. 범죄로 인한 이득이 손해보다 클 땐 누구든지 범죄에 물들기 쉽다. 입법부, 사법부 제발 일 좀 하길 바란다.

필자는 어려운 이 때 누군가에게 기부를 한다거나, 자원봉사를 갈만큼 의로운 사람은 못되지만, 최소한 남에게 피해끼치 않도록 조심스럽게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타인에게 선행하라 뭐하라 왈가왈부할 자격은 없지만, 최소한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인간들에게 한 마디 던져 보는 것이다.

혼란을 틈탄 도둑과 사기꾼이 있을지라도, 우린 한 뜻으로 뭉칠 것이고, 잘 이겨낼 것이다.
매번 그래왔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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