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존실/떠오르는

당신의 라디오를 끄세요.

어둠속검은고양이 2020. 3. 1. 08:15

세상사는 너무도 많아서.
그래서, 그래서 소재는 늘 넘쳐납니다.

작게는 오늘 하루 일과에서부터 내 생활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것들, 그리고 크게는 세계경제, 세계산업, 외교, 정치와 같은 것들까지. 인구가 많은 만큼이나 세계는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은 나와 상관없으면서도 나에게 끊임없이 영향을 미치지요. 그렇기에 우린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어나는 그것을 사고라고 부릅니다. 세계가 통합될수록 이 사고는 잦아질 것입니다.

성을 쌓고 도로를 제한하여 국경을 구축하는 것이 상식이던 시대에 로마는 과감하게 도로를 건설하여 사람과 물자의 이동을 늘렸고 그 결과 상업이 융성하여 평화를 구축했습니다. 그러나 그 도로를 통해 침공한 게르만족에게 멸망했습니다. 우리 역시 세계 2차 대전 이후 개방 무역을 통해 부를 키웠고, 기술 발전을 통해 통신과 교통을 발전시켰으며 교류의 증가로 세계를 하나로 묶었습니다.

용수철이 튕겨 오를 때, 천장과 바닥 사이가 멀수록 서로 튕겨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튕겨지는 횟수도 적지만,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그 시간은 짧아지고, 튕기는 횟수도 잦아집니다. 교통이 발달하고, 통신이 발달하며, 언어가 가까워질수록 이 세계는 서로를 향해 충돌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린 그 세계 속에서 휩쓸리며 살아가겠지요.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말이지요.

그렇기에 우리는 우리 삶을 위해서 우리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그 모든 것들을 들여다 보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끝이 없습니다. 우리를 둘러싼 세계는 너무도 밀접해졌고, 그 시스템은 너무나도 커져 버렸습니다. 우린 그 시스템을 따라가는데 모든 삶을 쏟아내도 따라가질 못합니다.

그래서 결국 우린 타협해야 합니다. 어디까지만 관심을 둘 것인지, 어디까지가 내가 소화할만한 범위이고, 어디까지가 내 통제가 가능한 부분인지 말이지요.

내 삶뿐만 아니라 나아가 정치와 사회에 참여하고, 세계에 관심을 갖는 것이 시민의 자세라고 손쉽게들 말하지만, 개인이 관심을 갖기엔 세계가 너무도 넓습니다. 그렇다고 무시하기엔 세계가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TV 채널은 마음에 안 들면 돌려서 취사선택할 수 있지만, 세계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취사선택할 수 없습니다. 우린 그렇게 사건 사고를 정면으로 받아들이며 살아갑니다. 관심을 갖기엔 너무나도 넓고, 무시하기엔 미치는 영향이 큰 것이 바로 현 세계입니다.

그렇기에 우린 타협해야만 합니다. 소재는 넘치고, 할 말도, 쓸 글도 많아도 우린 침묵해야만 합니다. 이러한 내 삶을 이루는 모든 것들에 대한 관심은 정작 내 삶을 소홀하게 만들고, 도피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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