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간결한 직접적인 표현도 좋지만
은연중에 살포시 떠오르는 표현도 좋다.
어감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대화에 의미로서 큰 영향을 지닌다.
이는 단순히 전자는 너무 사무적이라 분위기가 딱딱하고 후자는 간접적으로 돌려말하기 때문에 분위기가 부드럽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전자는 필요에 의한 해야 할 말만 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고 이는 너와 너의 관계는 필요에 의해 맺어진데 불과하기에 필요 이상의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암묵적인 의미가 담겨 있지만, 후자는 돌려 말하기 때문에 상대가 끝까지 나에게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요구가 들어 있고, 이는 내 생각이 어떠한지 자꾸 생각해보길 바라는 마음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물론 '너와 관계는 필요에 의해 맺어진데 불과하다'는 것은 너무 나아간 해석일 수도 있다. 사람에 따라서 효율성을 중시하거나 쓸데없는 기력 낭비를 싫어하는, 단순한 기호의 차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연인들간에 간접적 표현들이 선호되는 것은 대화를 주고 받고 하는 것처럼 상대방의 말에 집중하고 해석하는 시간을 보내면서 서로간의 이해도와 내적 친밀감이 쌓여가기 때문이다.
나의 의도를 틀릴 가능성이 있지만, 그러한 위험과 고난(?) 끝에 나온 결론들이 나의 생각과 맞아떨어질 때 마음이 통한다는 걸 느끼게 되는 것이다. 틀릴 수도 있지만 결국 맞췄고, 틀렸더라도 그 과정을 통해 점차 틀린 횟수가 줄어들테니까.
그래서 돌려 말하고, 간접적으로 살포시 표현하곤 한다. 이심전심을 느끼기 위해서. 한쪽이 수수께끼를 내고, 다른 한쪽이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을 답답해하는 연인들이 많다.
남성들은 좀 확실하게, 직접적으로 말하라고 답답해하고, 여성들은 자신들의 수수께끼를 맞추지 못하는 남성들에게 왜 이런 것도 모르냐며 답답해한다.
이 지난한 과정을 겪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이심전심은 포기하고, 그냥 빠르고 효율적인 대화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 이심전심이든 뭐든 익히는 과정이 필요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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