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존실/잡념들-생각정리

바닷가와 명상

어둠속검은고양이 2023. 5. 28. 09:51

연휴를 맞이해 부산에 놀러 왔다 가요.

마지막 날, 오전에 일어나 바닷바람을 맞으며 탁 트인 바닷가를 걷다보니 인간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게 되네요. 지난 날을 생각하면서요.  ......울고 웃었던 날들. 사회적 체면 때문에 부끄러운 진실들을 감추는 어른들. 그리고 얼마나 도덕적인가 옥신각신 싸우던 날들. 싸우는 이들. 울고 웃는 이 모든 이들이 사람이라는 걸 생각해요.

나쁜 짓을 하는 것도 사람. 이를 바로 잡는 것도 사람.
옳다 그르다 싸우는 것도 사람. 갈등을 일으키는 것도, 그것을 극복하는 것도 사람. 우는 것도. 웃는 것도. 감정들을 드러내는 것도, 숨기는 것도 사람. 살아간다는 것 그 자체가, 삶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모든 감정들이 사람이라는 걸요.

그 사람이라는 걸 한 단어로, 한 작품으로 표현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어째서 예술가들이 인간 그 자체를 드러내보이려고 하는지 언뜻 알 것 같기도 해요. 삶에 대한 판단 이전에 인간이라는 혼돈 그 자체를 드러내보이고 싶은 거죠. 그것을 평가하는 것도 인간일테고요.

옳고 그른 것을 열심히 구분짓고 따지던 치기 어린 날의 제 모습과 변해버린 나를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난 날이 부질 없었다고 판단치는 않아요. 어떤 의미를 부여하지도 않고요. 그냥... 고민하는 것도, 제멋대로 판단하는 것도, 살아갔고, 살아가는 그 모든 행위들이 사람이니까요. 나도 사람으로 살아갔던 것 뿐이죠.

비 오기 전 오전의 바닷가는 사람을 명상에 잠기게 만드네요.
기분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