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존실/떠오르는

문명인은 무례한 말을 해도 머리가 쪼개지지 않는다.

어둠속검은고양이 2020. 4. 1. 06:49

문명인은 무례한 말을 해도 머리가 쪼개지지 않기에 야만인보다 무례하다.

- 로버트 E. 하워드, 코난 사가


p.s

'어린이들은 때려서라도 훈육해야 한다'라는 말은 이제 매우 구시대적이고, 야만적인 교육관을 상징하는 문장이 되어 버렸다. 인간이 인간을 때린다는 것은 분명히 폭력이고 야만적이다. 그러나 '봐주면 머리 꼭대기까지 오른다'라는 말처럼 어떠한 한계선을 보여주지 않으면 꼭 그 선을 넘어서는 인간들이 있다. 그리고 그 한계선을 넘었을 때, 문제가 된다는 것을 처음 체감하는 것은 대부분 체벌로부터 시작된다. '나쁜 짓을 하면 응당 벌을 받는구나.'는 것을 가장 잘 알려주는 것인 바로 이 폭력인 것이다. 그들의 그 경험을 통해서 한계선을 지켜야 한다는 진리를 배우게 된다.

어른들은 죄를 지었으면 감옥을 간다.
그리고 그 감옥이라는 것, 전과자라는 낙인이 얼마나 무서운지 어른들은 잘 이해하고 있다. 그렇기에 그들은 한계선을 넘지 않기 위해 조심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그 낙인이라는 것이 앞으로의 인생에 있어서 얼만큼이나 발목을 잡는 것인지 제대로 알지 못해서, 한순간의 감정으로, 허세로 한계선을 넘어버리곤 한다. 게다가 넘어봐야 어리다는 이유로 죄를 묻지 않는 것은 덤이다.

분명히 체벌로 행동을 교정하는 것은 즉각적이며, 효과가 빠르다. 괜히 '주먹이 법보다 가까이 있다'는 말이 나오는게 아니니까. 그러나 그것은 교정된 것처럼 보이기만 할 뿐, 진정 감화나 설득이 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길고 긴 설득의 어려움 대신 효율적이고 편리한 길을 선택한 것일 뿐이고,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넘어가는 것이기도 하다.

정해진 답은 없다. 과연 어느 것이 답일까.
어떤 한 명의 사회적 인간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p.s 2

아이들이 한계선을 넘는 것도 넘는 것이지만, 다 큰 성인이라고 또 선을 안 넘는 것도 아니다. 다 큰 성인들은 법의 한계선만을 최대한 지키려고 조심할 뿐이지, 법의 허용 테두리안에서의 한계선은 너무나도 쉽사리 넘는다. 현대인들은 직접적인 주먹을 사용하지 않을 뿐이지, 누구보다도 더 야만적이고 폭력적이다. 그들은 온갖 술책을 쓰고, 혓바닥과 손가락을 이용해 선을 넘나들며 사람을 정신적으로 황폐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들은 직접적인 주먹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들의 폭력성과 야만성에 일종의 면죄부를 받는다. 마치 어린 아이들이 어리다는 이유로 처벌받지 않는 것처럼.

그리고선 그들은 분노의 주먹을 휘두르는 자에게는 야만적이라며 돌을 던지곤 한다. 불법이니까. 현대인들은 '우린 성숙한 문명인이야. 우린 인간이야. 폭력은 짐승들의 전유물이며, 야만의 상징이야.'라는 그들의 그 알량한 도덕심과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 어린 아이들이 한계선을 몰라서 문제가 되는 것엔 신경쓰지 않는다. 그들은 본인들이 문명화 되었다는 징표가 중요할 뿐이다. 그리고선 그 징표를 지키기 위해서 교묘하게 드러내는 야만성은 모른 척한다. 그것들이 더큰 폭력과 야만성을 지니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현대인들이 눈을 감은 대가는 한계선을 모르는 야만인들이 넘치는 세상으로 돌아올 것이고, 우린 그 대가를 치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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