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존실/떠오르는

고백

어둠속검은고양이 2021. 6. 8. 06:34

그 날은 날씨가 더웠던 것 같기도 하다.

당신 뒤를 쫄래쫄래 따라가면서 말할까 말까 고민하다 끝내 입을 다문 그 날. 터져 나오려는 말을 참지 못하고 말을 걸었지만 결국 아무것도 아니라며 바보같이 입을 다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멋대가리 없는 고백이었다.
입을 다물거면 말을 꺼내지 말든가. 말을 꺼냈으면 확실히 말을 하든가. 그런 나를 두고 무슨 말하려는 거냐며 채근했다. 결국 실토하듯이 더듬더듬거리며 멋대가리 없는 고백을 했다.

사귀어 달라는 내 고백에 생각해보고 답변을 준다고 했지만, 답은 정해져 있었다. 우물쭈물 하다 끝내 속으로 삼켜 버리는 나를 말할 수 있도록 떠밀어준 건 당신이었으니까.

어쩌면 그 날 자신의 숨기고 싶은 개인사를 하나씩 하나씩 보여주던 것도, 그리고 자신이 살던 곳까지 안내했던 것도.
그 모든 것이 어쩌면.

그렇게 멋대가리 없었던 고백은 성공했다.
내 생애 첫 고백이자, 첫 성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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