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분야에서든 어정쩡하게 잘하면 고통받는다지만, 예체능은 유독 그런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예체능만큼 재능으로 좌우되는 영역이 있을까?
물론 그러한 재능도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무수히 보아온 예체능의 영역들의 끝은 결국 재능이었던 것 같다. 여지껏 패자로 남겨진 이들은 결코 노력이 부족해서 패자가 된 것이 아니었다. 예체능의 영역에 발을 딛는 순간, 그들은 모두 자신의 이름을 끝에 남기기 위해 노력했다. 허나, 자신을 포함한 수많은 이들이 수재에 불과했으며, 천재라 불릴 이가 자신이 아니었던 것뿐이다.
분명히 다른 이들에 비해서 어느 정도 잘하는 편이었는데, 노력도, 기본기 연습도 게을리 하지 않았는데, 뒤늦게 들어온 애가 잠깐 한 두달 배우더니 자신을 금새 추월해버리는 것이다.
버리기는 아까운 재능이지만, 그렇다고 확실하게 꽃을 피울 수는 없을 그런 재능들.. 계륵이 되어버린 수재들의 비애다. 그들은 여느 평범한 사람들처럼 '일'을 하며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예체능이긴 하지만, 예체능이 아닌 듯한, 그냥 일이다.
그러나 신기하리만큼 우리는 예체능에서 노력의 산물을 찾곤 한다. 그들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며, 우리들도 노력을 하면 될 수 있다고 끊임없이 세뇌시킨다. 실상 예체능이야말로 재능의 영역인데 불구하고 말이다. 물론, 노력은 당연히 갖춰야할 기본 자세다. 예체능은 어찌보면 노력의 끝판왕이자, 재능의 끝판왕인 셈이다.
노력하는 이들을 보며 자신의 성장 기회로 삼는 것은 분명히 좋은 행동이지만, 어찌보면 우린 우리가 보고 싶은 부분만 보면서 스스로를 세뇌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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