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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매체의 영향력과 검열의 바람

어둠속검은고양이 2019. 6. 15. 23:29

미디어 매체는 사람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러한 영향들이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주체적으로 미디어 매체를 받아들이는 이는 스스로 사리분별에 맞게 선택적으로 '받아들일' 것이고, 아직 주체성을 확립하지 못한 사람들(-스펀지 같은)은 미디어 매체를 그대로 주입하고, 그대로 행동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중요한 것은, 미디어 매체와 수신자라는 이 2가지에 의해 발생하게 되는 미디어 매체의 영향력을 '어떻게, 어느 것을 통해 규제할 것인가' 결정하는 것이다.

흔히들 말하는 검열이 바로 '미디어 매체'를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것에 속한다.
이것을 찬성하는 이들은, 사람은 수동적인 존재이기에 미디어 매체가 틀어주는대로 무조건 따라가므로, 미디어 매체를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들의 시각에는 다분하게도 선민의식이 숨겨져 있다. 사람이 수동적인 존재라 미디어 매체대로 따라간다고 했으나, 미디어 매체를 검열하는 것도 바로 사람이다. 사람인 이들은 어떻게 검열을 할 수 있는 것인가. 미디어 매체를 만들어내는 것 또한 사람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이러한 미디어 매체의 검열을 찬성한다.
마치 자신은 이 일로부터 자유롭게 외부에 있는 것마냥, '그래, 다른 사람들이 미디어 매체를 보고 따라할 수 있으니 규제해야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상은 '자신은 영향을 안 받는다'고 생각하듯이, 생각보다 영향을 안 받는 이들이 많다. 그들은 결코 다른 이들을 '자신처럼' 영향을 안받는, 주체적인 사람으로 만들 생각을 하지 않는다. 미디어 매체와 수신자 사이에서 수신자의 역량을 키울 생각을 하지 않고, 미디어 매체를 검열하는 방식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실은 국가가 이러한 방향으로 가는 것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순 있다.
교육을 통해 사람의 역량을 키우는 것은 자원 소모도 크고, 100% 성공할지 불확실하다. 그렇기 때문에 잘 간편한 방식인 검열을 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민사회의 시민은 쉽고 빠른 검열을 주장하기 보단, 시민의 역량을 키우는 방향을 선호하지 않을까.

필자가 뜬금없이 미디어 매체와 사람의 영향력, 그리고 정책을 따지는 이유는 요즘 미디어 매체에 부는 PC(Political Correctness)의 바람 때문이다.

매체에 등장하는 남성이, 여성이 잘난 사람으로 표현된다고 해서, 현실의 남성이나 여성이 잘난 사람이라는 것이 증명되는 것도 아닌데, 어째서 호들갑으로 작품의 본래 취지와 방향성을 훼손하는가.

이는 비단 미디어 매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PC의 검열에 의한 작품 훼손은 수 많은 예술 작품들, 웹툰들, 영화 등 사람들이 창작하는 문화 전반에 퍼져 있다.

사실 PC 자체는 문제가 되질 않는다. 그리고 일부분 조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나름 일리 있는 말이기도 하다. 특히, 아이들이 공부하는 교과서나 매체는 분명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항상 주석이나 설명을 달아서 아이들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자극적인 이미지를 지양할 필요가 어느 정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PC를 빌미로 일어나는 각종 검열과 아이들을 위한 교육매체가 아닌, 성인들이 보는 영화나 미디어 매체에 부는 검열이다. PC를 이유로 무수히 많은 작품들이 검열을 받는다. 하지만 그러한 검열은 '올바른' 검열이라는 미명하에 아무도 반대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린다. 반박하는 즉시 그들은 차별주의자이며 혐오론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남성이라는 이유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잘난 사람으로 표현하도록 강요하고, 혹은 남성이라는 이유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피해자로 만들도록 강요한다. 작품의 구도 자체를 망가뜨린다. 하지만 그들은 일회성 도구에 불과한 작품따윈 망가지든 말든 알 바 아니다.

역량을 키우는 어려운 길보다 검열이라는 쉽고 빠른 길을 시민사회가 알아서 해달라고 하는데, 국가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매체에 있는 남성과 여성을 구하기 전에 현실에 있는 남성과 여성부터 구하는 것이 정부와 시민사회의 역할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