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색이 빨간색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겨울의 흰 눈을 생각하면 빨간색이 떠오른다.
그건 아마도 눈 내리던 날 너와 마시던 빨간 센쥬 때문일 거라 생각한다.
아니면 크리스마스 색때문일지도.
눈 내리던 겨울과 빨갛던 센쥬와 술에 취해 뻘개진 너.
지금은 사리지고 없지만, 대학로에 있던 꼬치구이집 일본식 주점에서 너와 석류주를 마셨다. 그 때 그 석류주가 참으로 달달해서 내 취향이었다. 그 때 그 석류주를 너는 1병, 2병 비우더니 곧 술에 취해 낄낄거렸다.
그 날은 유난히도 추운 날이었다.
너는 집에 가기 싫다는 듯이 술을 마셔댔고, 마지못해 주점을 나와 걸었다. 추위에 떨면서도 뭐가 그리 좋은지 팔짱까지 끼고선 낄낄거리며 비틀비틀 걸었다. 이 추운 날 패기롭게 동아리방에서 자면 된다며 대학교로 걷던 너.
그 주점이 있던 자리에는 식빵 가게가 자리잡고 있다.
나름 인기 있던 주점이었는데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더니, 이어서 페스츄리 가게, 식빵 가게가 차례로 들어섰다. 내가 모르는 또 다른 가게가 왔다가 지나쳤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렇게 눈이라도 내릴 것 같이 우중충해지는 날이면 흰색과 빨간색이 떠오른다.
그 석류주를 다시 맛볼 수 없다는 것은 참으로 아쉽다.
겨울에는 어묵탕과 빨간 센쥬가 그렇게 별미지만, 아직은 겨울이 아니다.
아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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