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감정의 되새김질, 사는대로 생각하는 내가 있다.

어둠속검은고양이 2018. 12. 17. 22:54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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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을 썼던 과거의 나는 어느 새 희미해졌고, 사는대로 생각하고 있는 내가 있다.

나는 언제부터 사는대로 생각하게 됐지?  ...그것은 분명히 목표를 잊어버리면서 시작됐던 것 같다. 새내기 때 성실하게 세웠던 목표들과 계획들은 현실에 맞춰 수정되더니 어느 새 사라지고, 졸업할 때가 되서야 한참을 달리 걸어온 것을 알았다. 현실에 쫓기면서 나는 사는대로 생각하기 시작한듯 싶다. 아, 쫓아가기도 벅찬 현실.


이따끔씩 머리 속 한켠에 있는 첫사랑을 꺼내어 틀어보곤 한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잊지 않으려는듯. 하지만 첫사랑은 딱딱하게 굳어버린 이미지의 나열에 불과하다. 그건 오래된 영화의 필름처럼 덕지덕지 먼지가 끼고 열화되어, 추억보정을 사용해야 겨우 떠올릴 수 있다.


많은 것을 잊어버리고 살았다.

사랑이라는 감정도, 사회적 교류도, 퇴색되고 희미해져 간다. 난 분명 그것들을 사랑했는데.

사랑과 사회적 교류와 따뜻함과 추억들. 난 분명 그것들을 사랑했고, 가꿀거라 생각했는데.


난 분명히 현실을 살았고, 나대로 쭉 이어서 걸어왔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다보니 사는 대로 살아가는 내가 있다. 흐르는대로 살아가는 내가 있고, 말라 비틀어진 감정과 추억들이 있다. 잊지 않으려 꺼내 봐도 감정들은 이미 증발되고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따끔 스크린을 통해 눈물을 흘리거나, 웃음으로써 현재의 감정을 그리는 것 뿐이다. - 감정은 현재를 살아간다.


군중 속에서 고독을 느낀다는 것은 참으로 괴로운 일이다.

그건 연애에서 오는 외로움과는 다르다. 그것은 사회에 섞이지 못하는 이질적 존재 - 이방인과도 같다. 그럴 때면 아무도 모르는 자연 속에 숨어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멀리 도망치듯이.


생각대로 사는 것이란 삶을 이룩한 자의 것이다.

현실조차 따라가지 못해 허덕이는 내 삶은, 생각대로 살 수도 없다. 그렇다고 사는대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내 삶은 분명하게도 추락하고 있기에. 감정을 되새기는 작업을 언제쯤에야 그만둘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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