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존실/떠오르는

가을을 알리는 편지

어둠속검은고양이 2018. 8. 12. 11:19

휴일 오전, 거리에 불어오는 바람은 입추라는 말을 실감나게 합니다.

언제 작열했던 여름이 존재라도 했냐는 듯이 말이지요.


한낮은 여름의 영역이지만, 오전만큼은 가을의 색을 점차 물들이고 있습니다.

가을은 분명히 풍요의 계절이라 배웠지만, 어째서인지 가을의 날씨만큼은 풍요로움보다는 가라앉음에 가깝습니다. 이는 소멸의 계절인 겨울을 맞이해야 한다는 긴장감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장마같지 않던 장마가 지나가버리고, 여전히 비소식은 없습니다만, 또 어느샌가 비가 내리고 나면 순식간에 가을이 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 가을이 모습을 드러내면 나는 어느 순간, 시간에 대해 생각을 꺼냅니다. 이는 시간이 지니는 덧없음이 가을이 지닌 분위기와 매우 잘 어우러지기 때문일테지요.


세월은 흘렀습니다.

당신의 시간도, 나의 시간도, 각자의 세월이 흘렀고, 이 세월은 우리의 얼굴에 흔적을 남길 것입니다. 흘러간다는 것은 분명히 자연스러운 일이라 받아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썩 달갑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싫다거나, 거부감이 드는 것은 아닙니다. 아마 현재를 사는 이들에게는 흘러갈 모습이 자연스레 기다려질테고, 과거를 사는 이들에게는 흘러가는 모습이 달갑지 않을 것이라 생각도 해봅니다만. 당신은 어떠신지요?


사랑한다고 말할 때마다 한 걸음.

그립다고 말할 때마다 또 한 걸음.


그렇게 걸었던 발자국은 여기까지입니다.


이젠 씁쓸할 때 한 걸음.

추억을 회상하며 한 걸음.


이 걸음들은 분명히 보폭이 작을거라 생각합니다.


가을과 시간과 사랑, 그리고 편지

이 글 내 블로그의 가을을 알리는 시작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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