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존실/떠오르는

힘 잃은 종교, 무너진 도덕과 질서

어둠속검은고양이 2024. 3. 4. 05:33

종교의 힘은 내세관에서 나온다.
종교는 내세관을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그 이야기를 끝으로 사람을 교화시키고 믿음을 갖게 만든다.
그리고 그 내세관은 대체적으로 현실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을 때, 이를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다.

그러나 현대 사회로 넘어오면서 과거엔 이해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이 과학적으로 이해되고 설명되기 시작했다.
이제 사람들은 종교를 믿지 않는다. 현실을 믿는다.

그래서일까.
도덕과 질서가 무너지는 느낌이다.

법은 최대한의 질서가 아니라 최소한의 질서다. 법만 지키면 살아갈 수 있는 게 아니라 법을 지키지 않으면 사회에서 격리해야 할 대상이 된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이 법대로 했는데? 불법 아닌데? 하며 법을 어기지 않았으니 문제없다는 것을 방패로 삼는다. 법대로만 돌아간다면 사회는 절대로 돌아갈 수 없다. 사회는 보다 넓은 예의와 예절, 관습과 문화로 돌아가고 있으니까. 그리고 그런 사람의 선한 마음에 기대어 돌아가는 시스템은 종교의 역할이 컸다.

이제 사람들은 종교를 믿지 않는다.
현실을 믿고, 현실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돈을 믿는다.

'법만 어기지 않으면 돼.'
'법적으로 형량을 채웠으니 죄는 다 받았어. 이제 난 무죄야.'

내세관이 사라진 지금, 사람들은 지독한 현실주의자가 되었다.
그리고 현실주의자들은 돈만 좇고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온갖 사기와 횡령이 횡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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