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존실/떠오르는

모든 것은 때가 있다 & 자연스러운 대화

어둠속검은고양이 2018. 9. 24. 13:26

모든 것은 때가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당연시하는 것이 늘어난다.

그것은 응당 '일반적으로', '사회적으로' 살았다는 가정 하에서 이루어지는 것들이다.

20대엔 취직, 군대, 연애 이야기, 30대엔 결혼, 직장, 집, 육아 이야기, 40대엔 아이, 교육 이야기....등으로 채워진다.


예를 들어 이런 것이다.

(자연스레 여자친구나, 연인이 있다는 가정을 하고) 결혼 언제 해? 라든가, (자연스레 취직은 했으라는 가정 하에서) 직장은 어디 다녀? 와 같은 것들이다.


주된 컨텐츠가 아닌 것들은 자연스레 배제되거나, 이미 '이루어서' 이야기할 필요가 없는 것들이다. 말해봐야 입만 아프다는 걸까. '일반적으로','사회적으로','당연하게'에 못 미치는 이들은 배제된다. 허나, 이것에 일일히 따지고 들어갈 필요는 없다. 상대가 그렇게 가정하는 이유는 그들에게 그것이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이다.


1.

그것은 일종의 퀘스트와도 같다. 나이를 먹을수록 '이 나이대 정도면 이정도는 다 했어야 하는 것들'이라는 가정이 대화에 붙는다. 그러한 가정에 어긋나는, 퀘스트를 완수하지 못한 이들은 묘한 죄책감에 빠져들고, 뒤쳐졌다는 생각에 자연스레 자신감, 자존감 하락으로 이어지곤 한다. 나이를 먹어서 무언가를 성취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뒤늦은'이라는 눈칫밥을 먹기 십상이며, 어떠한 것들은 나이를 먹었기에 영영 성취할 수 없게 된 것들도 생긴다. 


모든 것은 때가 있다. 진실로.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단 낫다.


2.

그러나, 그들에게만 자연스러운 대화가, 그들의 주된 컨텐츠에 들어가지 못하는 이들은 '부자연스럽다'거나, '일반적이지 않은', '이상한'이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무시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자신의 입장에서만 '자연스러운' 대화를 하는 것은, 필요 이상으로 가정하거나 생각지 않기 위함이다.


예를 들어, 남자에게 여자친구 있어? 라는 질문은 자연스럽게 상대방이 이성애자라는 가정하에서 물어보는 질문이다. 그것은 질문하는 이가 이성애자라는 뜻이고, 그것이 그들에게 자연스럽기 때문에 그들의 입장에서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질문이 동성애자는 이상한 사람들이고, 배제시켜버려야 한다거나 무시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사람들은 늘 자신의 입장에서 자연스러운 것들을 가정하고 대화를 이끌어간다.

어떠한 입장에 대해 염두해두는 것은 좋은 습관이지만, 과한 것은 부족함과도 같다. 특히나, 일상적인 대화에서 말이다. 모든 것들에 대해 가정을 한다면, 우린 대화를 할 수가 없을 것이다. 대화하기 위해서 우린 상대방을 파악하기 위해 여러 질문을 해야 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것들을 한번씩 더 생각해보자는 취지에는 공감하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