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존실/떠오르는

매어 있다는 것은 관계가 끊어진다는 것

어둠속검은고양이 2020. 5. 30. 19:05

어딘가에 매어 있다는 것은 관계가 끊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치 말뚝에 목줄이 매어 있어서 일정한 반경에서만 왔다갔다 하는 동물들처럼.

어딘가에 매어 있게 된다는 것은 정해진 반경을 넘어서는 것이 특별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우린 고정된 축, 딱 그 만큼의 반경만 일상을 살아가고, 그 반경 너머의 것들과의 관계는 자연스레 끊어지게 된다. 늘 고정되어 있는 말뚝은 옮겨 지게 되는 것이 특별한 경우가 되는 것처럼 우리의 만남 역시 이젠 특별한 경우처럼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의 만남의 의미가 특별하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단지 일상처럼 흔치 않아졌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우린 살아가는 동안 늘 어딘가에 매어 있을 수 밖에 없고, 그로 인한 시간적, 물리적 한계만큼 우리의 인간관계도 파편화되어 간다. 결국 우린 나이를 먹어갈수록 인간관계가 파편화될 수 밖에 없으며, 이는 세월의 끝에 선 이들이 옛 동창들을 찾아나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반대로 매어 있다는 것은 매어 있는 순간만큼은 그 곳에서 새로운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결국 어딜가서든 나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는가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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