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함께 보던 낙화(落花)는 온데간데 없고
낙화(落火)만이 타오르며 떨어지는구나.
우리의 지난 날의 사랑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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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 함안 낙화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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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落花).
낙화는 꽃잎이 져버리는 안타까운 상황임에도 그 떠나는 모습이 무척 아름다워서 무릇 많은 이들이 매력을 느끼게 만든다. 흩날리며 떨어지는 무수한 꽃잎들을 보고 있노라면 별천지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낙화와 관련된 시 3곡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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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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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 조지훈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박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어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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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 유치환
뉘가 눈이 소리 없이 내린다더뇨
이렇게 쟁 쟁 쟁
무수한 종소리 울림하며 내리는 낙화
아 길이었다
손 하나 마주 잡지 못한 채
어쩌지 못한 젊음의 안타까운 입김 같은
퍼얼펄 내리는 하아얀 속을
오직 말없이 나란히 걷기만 걷기만 하던
아아 진홍 장미였던가
그리고 너는 가고
무수한 종소리 울림하는 육체 없는 낙화 속을
나만 남아 가노니
뉘가 눈이 소리 없이 내린다더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