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꿈의 편지

어둠속검은고양이 2019. 1. 16. 09:34

노트북을 켭니다.
편지를 쓰는 것은 참으로 오랜만입니다.

분명히, 조만간 겨울 편지를 쓸 거라 말했는데 말입니다. 사실 지금도 편지를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그것은 마치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녹슬어버린 연장과도 같습니다. 쓰는 법을 잊어버린 것은 아닙니다만, 감각을 잊어버렸다고나 할까요. 연장이 녹슬었다고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니까요. 단지 삐걱대거나 거칠어질 뿐입니다.

이번 편지의 주제는 '꿈'이 될 것 같습니다. 겨울편지와는 주제가 거리가 있다고 생각하나, 미세먼지와 따뜻해져버린 겨울 날씨를 보자면 겨울 이야기를 쓸 기분이 나질 않습니다. 일종의 고정관념이겠지만, 겨울은 눈과 차가운 날씨, 그리고 담요와 난로가 있어야 겨울답다는 생각을 합니다. .....고구마와 귤도 추가해봅니다.

최근에 악몽을 꾸다 잠에서 깼습니다. 악몽에 관하여 이야기 하고 싶었는데, 마침 편지를 써야겠다는 생각에 글을 씁니다.  악몽을 꾼 적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그 꿈이 어떤 내용이었는지도. 저는 악몽을 꾸고 나면 그 충격적인 기분의 원인을 되짚어가며 꿈을 확인해보곤 합니다.

저의 악몽은 묘하게도 현실성을 띕니다. 아무래도 상상력이 빈곤해진 탓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군가 살해당한다든지, 그런 장면을 목격한다든지, 혹은 범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에게 쫓기는 꿈입니다. 이번에 꾼 꿈은 살해된 장면을 목격한 어머니께서 비명을 지르시는 것을 목격하는 것이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공포스러움이 범인도, 살인 장면도 아닌, 비명소리에 놀라서 깬 것입니다.

꿈은 기존에 읽었던 책이나 영상에 영향을 받는다는데, 어릴 때는 워낙 공포이야기를 좋아하는 저라, 종종 귀신이 나오는 꿈을 꾸었을지 몰라도, 나이를 어느 정도 먹은 뒤로는 악몽이 현실성을 띕니다. 여전히 공포 이야기를 좋아합니다만, 사회 분위기가 '과학화 시대'로 변한 까닭인지 아쉽게도 출판시장에서 책이 사라진 지도 오래입니다. 어렸을 때 읽었던 공포 이야기를 지금의 내가 읽는다면 어떤 느낌일지요. ...아마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귀신보다 사람이 무섭다'는 것을 깨달을 때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생각해보면, 지난 밤 꾸었던 꿈에 대해 타인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한번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꿈에 대해 금새 잊어버리거나, 이야기 나눌 만큼의 가치도 없다 생각하여 무시해버립니다. 문득, 추운 겨울에 따뜻한 아랫목에 앉아 공포 이야기나 악몽따위에 대해 담소를 나누는 상상을 해봅니다만, 나이를 먹어버린 지금은 시시함만 남을거라 아쉬워하며 글을 마칩니다. 분명히 날씨가 추워지면, 겨울편지를 쓸 일이 생길거라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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