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존실 991

싫음 말고 정신

우린 '싫어? 싫음 말고.' 정신을 가져야 한다. 약간의 뻔뻔함을 가져야 한다. 낯짝이 두껍다는 말이 별로 좋은 소리가 아닐 지라도, 세상을 살아가려면 좋게 말해, 넉살이 좋아야 한다. 주관이 없으면 휘둘리기 쉽다. 타인에게 맞춰주기만 하면 관계 형성이 편안해질지언정 결코 누군가에게 매력적인 사람이 될 수 없다. 백날 잘해줘봐야 한번 화내면 바로 사이코패스가 되는 것처럼. 이것은 오래 전부터 필자가 말해오던 자존감과도 연관되어 있다. 스스로를 좀 더 존중하고, 본인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귀기울여서 그것을 당당하게 표현하거나 요구해야 한다. 그것이 어느 쪽으로 결과를 가져오든 간에. 물론 이러한 사고방식이나 행동들은 바로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지했다고 바로 고칠 수 있으면 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

인생의 부표가 되는 강렬한 경험들

강렬한 경험들은 삶의 부표로 남게 된다. 삶은 선형으로 이루어지지만, 강렬했던 경험들은 점형으로 드문드문 일어난다. 그리고 그 짧지만 강렬한 경험들은 사람들의 몸과 마음에 남아 사람 자체를 형성하기 시작한다. 가치관을 형성하고, 성격을 만들어 내며, 인생의 부표가 되어 앞날의 삶까지도 영향을 끼친다. 강렬했던 기억들은 삶을 고착화한다. 그것이 인생에 좋은 부표일지 나쁜 부표일지 알 수는 없지만. 그렇기에 타인이 한 사람의 사고방식이나 삶의 태도를 변화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 사람에게 있어서 또 다른 인생의 부표가 될 정도로 커다란 충격이나 느낌을 주기 전까지는 말이다. 과연 나는 인생의 어떤 부표를 가지고 있으며, 또 누군가에게 어떤 부표가 되었을까.

다양한 군상들이 모인 영화나 드라마들

- 이건 하나의 불평에 가깝고, 개인의 생각일 뿐이다. 영화나 드라마의 재미는 현실에 있는 다양한 군상들이 담긴 인물들을 통해 사건을 보여줌으로써 현실감을 재현하는데서 온다고 생각한다. 같은 상황, 각자의 입장, 각기 다른 반응.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영화나 드라마는 평면적이고 이분법적 캐릭터로 영상을 만들지 않는다. 매 번의 상황이 다르고, 입장이 다르며, 반응이 다르다. 판에 박힌듯 평면적이고 이분법적 인물들만 등장하길 원한다면 유아용 동화책을 추천드린다. 선민의식에 빠져서 모든 문화적 컨텐츠들을 검열하려는 이들을 보며 드는 생각이다. p.s 좀 더 쎄게 말하자면, 그들의 목적은 검열을 통한 우월감 충족에 있을 뿐 진정 사회나 문화를 위한다 보기 어렵다. 그들은 직접 컨텐츠를 생산할 생각은..

낙화

너와 함께 보던 낙화(落花)는 온데간데 없고 낙화(落火)만이 타오르며 떨어지는구나. 우리의 지난 날의 사랑처럼. p.s 1박 2일, 함안 낙화놀이. p.s 2 낙화(落花). 낙화는 꽃잎이 져버리는 안타까운 상황임에도 그 떠나는 모습이 무척 아름다워서 무릇 많은 이들이 매력을 느끼게 만든다. 흩날리며 떨어지는 무수한 꽃잎들을 보고 있노라면 별천지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낙화와 관련된 시 3곡 수록. - 낙화,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

그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그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살아가다보면 꼭 내 주변 뿐만이 아니라, 어찌 저찌 소식이 들려오던 이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없다. 그들도 저마다의 직업에 종사하며 사회의 부품으로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 터지만, 그냥 나와의 연결고리가 사라진달까, 사회 속에 묻힌 달까 그렇다. 그냥 사람 하나 하나가 부품화되어 사회라는 바다 속에 풍덩 빠져 버리는 것 같다. 물은 저마다 특징을 지니고 있지만, 바다에 섞이면 바닷물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부품은 부품으로서 역할을 다하면 될 뿐이지, 다른 부품이 뭐하는지 연구할 필요가 있나. 그러고 보면 어린 시절 진로나 적성 검사를 하는 것도, 좋게 말하면 나 자신의 장점을 찾는 것이지만 결국 사회에서 어느 부품으로서 적합할 것인지 따져 보는 것 아닌가. 사회에 잘 맞는..

소시오패스를 권장하는 사회

어쩌다 pd수첩의 연예인들의 부동산 투자에 관한 영상을 보며, 그들의 행태에 대해 법적으로 뭐라할 수는 없지만 도덕적으로는 문제가 있지 않나 성토하는 방송을 본 적이 있다. 이에 든 의문은 자신이 지닌 가치와 자산, 그리고 법적 분석과 빠른 정보를 통해 발빠르게 투자하는 것이 과연 '나쁜' 것인가? 였다. 우리는 왜 모든 것을 도덕적 옳고 그름으로 따지려 드는가. 모든 거래의 협상의 기본은 자신의 강점을 세우고, 상대방의 약점을 붙잡고 흥정하는 것이다. 상대의 손해가 나의 이익으로 돌아오는 판단에서 도덕적 잣대가 들어갈 이유가 없다. 다만 당사자들의 상황이나 처지를 개인적으로 이해해주거나 참작해줄 순 있다. 그냥 인간적으로. 그러나 그것은 개개인의 성격, 인간미, 감정과 관련된 것이지, 사회에서 말하는 ..

현실적 조건

현실을 따지던 아이는 사랑을 택했고 사랑을 따지던 아이는 현실을 택했다. 둘 다 얻을 수 있었다면 더욱 좋았겠지만서도. 어릴 땐 사랑이 전부라 여겼고, 사랑만으로 먹고 살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어느 새 이런 저런 현실적 조건을 따지고 있다. 지켜야 할 것들이 있고, 뒤쳐지지 않기 위해 현실적 조건들을 손으로 꼽는 나다. 모든 걸 다 품고 갈 수 있을 정도로 내가 강인했다면 좋았을텐데. 지키기 위해서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이, 그렇게 비정해지는 사회가 참으로 비극적이다. 언젠가는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해줄 수 있는 내가 되고 싶다.

얼마전에 밤을 주웠다. 그래, 밤. 가시가 잔뜩 달린, 초록빛 나는 밤송이다. 밤송이를 감싸는 가시는 무척 따갑지만, 그 속에 들어있는 밤은 무척이나 달고 맛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밤을 좋아한다. 살아가다보면 이렇게 밤송이처럼 가시가 잔뜩 돋칠 때가 있다. 밤송이 안에 밤처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주고 관심도 받고 싶은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 못해서 밤송이마냥 가시를 잔뜩 세우는 그런 날 말이다. 나도 나름 달고 맛있는 저 밤처럼 매력이 있는데,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아서 속상한 것이다. 인터넷을 보면 그런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 것 같다. 나 역시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자존감이 많이 떨어진 적도 있었고. 그러나 슬프게도 사람들은 밤송이의 가시를 보며 피할 뿐, 그것을 억지로 까서 맛있는 밤을 얻으려고 하지 않..

선하다는 것

선함은 오직 의도로만 판명되어야 한다. 의도만이 선을 판별하는 잣대다. 그렇다면 그 '선이라 불리는 의도는 무엇인가'에 대한 답변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평생을 착한 척을 한 악한 인간이 있다면, 그건 선한 인간이다.' 라는 글귀를 본 적이 있다. 그러나 그건 선인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건 착한 척을 평생한 악인일 뿐이다. 착한 척을 한, 겉으로 드러나진 행위로 선함을 판별하는 것은 오직 결과로만 선을 판별하는 것과 같은 것이고, 이는 결국 그 과정에 대한 무시로 이어진다. (물론 우린 물리적 한계 때문에 오직 행위를 통해서만 상대방의 의도를 추측할 수 있고, 인간을 판단한다.) 만약 어린 아이가 다친 환자를 도우려다 더 크게 다치게 만들었다면, 그것은 나쁜 것인가? 나쁘다고 말할 수 있는가? '끝까지..

도덕과 정의, 그 불분명한 것에 관하여

1. 정의의 반댓말은 또 다른 정의다. 2. 정의가 선이 되기 위해선 다른 정의들이 악이 되어야 한다. 3. 도덕이란 수 많은 정의들 중 한 가지에 불과하다. 4. 도덕은 사회적으로 어렴풋하게 공유되어 온 잣대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는 매우 불분명하고, 불안정하다. 5. 도덕을 논하는 사람은 불분명한 기준을 가지고서 분명한 정당성을 가지려 들기에 다툴 수 밖에 없다. 6. 도덕적으로 옳은 주장을 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그 단체가 옳은 것은 아니다. 7. 약자라고 선한 것이 아니며, 약자이거나 선한 자라고 해서 그들의 주장이 다 옳은 것도 아니다. 8. 도덕적 주장이 면죄부가 되어 주지 않는다. 9. 악행은 늘 선한 자의 가면을 쓰고 정의의 이름으로 행해졌다. 10. 자신이 옳다고 믿는 절대적 확신이야 ..

시골에 산다는 것

시골에 산다는건 다재다능함을 요구한다. 정획히 말해선 1차 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해당되는 말이지만서도. 드라마에서 유래된 맥가이버라는 말처럼 한정된 자원과 한정된 서비스 속에서 문제의 순간 순간을 넘길 수 있는 임기응변과 판단력, 그리고 기술적 능력이 중요하다. 인프라가 갖춰진 도시에선 분업을 통해 자신만의 전문성만 갖추고 나머진 타인에게 맡기면 그만이지만, 인프라가 덜 갖춰진 시골에선 제한된 서비스로 인해 혼자서 어떻게든 해결해야 될 일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시골에 산다는 것은 삶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모든 것들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고 다룰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삶 그 이상의 것들에 대해 신경쓸 여력도 시간도 모자라다. 이는 시야가 좁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p.s 그..

세상을 공부한다는 것 - 기준

어른들은 세상을 공부하라고 한다. 세상을 공부해야 더 큰 세상을 볼 수 있고 더 넓은 시야를 갖출 수 있으니. 인생이 더 풍족해지니까. 그러나 세상을 공부한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내가 서 있는 발판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세상은 넓고 개인의 능력과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까. 내 삶의 구심점을 찾는 것이 먼저다. 구심점이 있어야 세상도 내 앞길에 맞춰낼 수 있는 것이다. 세상을 공부하는 것은 내 삶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고통을 전가시킨 사람들 : 모 포인트

사람이 이리 악독할 수가 있나 싶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고 했는데, 고통을 십시일반 분담하지는 못할망정 자신들이 입은 피해를 타인에게 전가한다. 그것도 잘 모르는 사람에게 떼로 달라들어서 전가한다. 나는 조금도 피해입기 싫으니 네가 다 뒤집어 써라. 너 혼자 모든 사람의 고통을 다 짊어져라. 너가 죽든지 말든지 그건 내 알 바 아니다. 너 하나만 불행하면 우리 모두가 행복하다. 이런 더럽고도 추악한 마인드다.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을 강요하던 옆나라 일본이나 중국을 보며 비웃고 욕했지만 욕할 거 하나 없다. 그 일이 지금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으니까. 사람 사는 곳 다 똑같다고 말은 했지만 막상 지금 일어나고 있는 사건을 보니 어질어질하다. 절벽에 매달려 있는 사람의 동아줄..

죽음에 대비하는 자세

톨스토이의 부활 이라는 소설에 보면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라는 신의 물음에 천사가 '자신의 죽음에 대해 미리 아는 것'이라는 걸 깨닫는 장면이 있다. 정확히는 죽음이 아니라 자신의 미래에 대해 아는 것을 뜻하겠지만, 어느 쪽이든 좋다. .......우리는 늘 죽음에 대비해야 한다. 언제든지 내가 떠나도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우리는 늘 내일이 있을것처럼 살아간다. 어제도 해가 떴고, 오늘도 해가 떴으며, 내일도 해가 뜰 거라 여긴다. 그러나 매일 모이를 먹던 닭에게 다가온 손은 모이를 주러 온 손이 아니라 자신의 모가지를 비틀 손이었다는 걸 닭이 몰랐다는 것처럼 우리는 언제 죽을지 알 수 없다. 그러니 매일매일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고도 진부한 말이고, 중요한 것은 대..

프랜차이즈 공화국 : 자영업 지옥

자영업의 핵심은 가성비다. 적절한 가격과 가격에 맞는 품질. 가성비를 올리는 방법은 2가지다. 1. 가격을 낮추거나 2. 품질을 높이거나 그런데 개인 자영업자들은 품질에서 승부보기 어렵다. 프랜차이즈가 발달한 한국은 음식이 상당히 상향 평준화 되었기 때문이다. 상권분석, 맛과 서비스, 노동강도와 조리시간, 회전율까지도 고려한 전문가들의 비법으로 인해 품질이 상당히 상향 평준화 되었다. 고로 승부를 걸려면 가격을 낮춰야 한다. 그러나 음식 재료를 줄일 순 없으니 마진을 줄이는 대신 박리다매식으로 가거나 본인이 직접 조리를 하는 과정을 늘려서 비용을 낮춰야만 한다. 예를 들어 프랜차이즈 식당은 메인 음식부터 재료 하나하나, 소스까지도 다 납품받아서 판매한다. 극단적으로 프랜차이즈 치킨 가게에서 하는 것이 뭐..

멋진 신세계의 도래

영상 매체의 플랫폼 산업의 발달은 누구나 생산자가 되고 누구나 소비자가 될 수 있는 자유를 가져다 주었지만, 하루에도 수 만 건씩 쏟아지는 영상매체들은 무분별한 정보 제공, 선동, 왜곡, 무비판적 추종자들에 의한 비전문가의 영향력 확대, 편식적인 정보섭취 등 수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오로지 수익만을 좆는 이들이 넘쳐나고, 이들은 관심과 이목집중을 얻기 위해 자극적 선동과 왜곡을 일삼고 있으며, 전문적 지식없이 뇌피셜을 아님 말고 식으로 내뱉으며 모든 책임을 사회에 떠넘기고 있다. 덕분에 사회는 전문가들의 말보다 더 자주 접한 사람의 말들에 휘둘리는 이들로 인해 의미없는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언론이 제 4의 권력이라는 말처럼 일부 방송국의 전유물로 남아있던 것이 좋은 것일까. 아니면 이런 부작용들..

돈 : 갈망의 시대

빈부격차가 눈에 띄도록 커져가는 이 때 지금 시대는 그 어떤 시대보다도 돈을 갈망하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월급은 오르지 않는다. 실물 자산은 계속 오른다. 노동의 가치와 화폐가치는 갈수록 떨어지는데, 실물 자산의 가치는 오르고만 있다. 월급만으로 살아가기 힘든 이 때, 돈의 영향력은 너무나도 커져 버렸고, 사람들은 돈이 인간관계를, 시간을, 경험을, 계급을 결정짓기에 이르렀다는 것을 직접 체감하고 있다. 돈이 인간관계를 직접 만들어주지 않는다. 그러나 돈은 인간관계를 만들 수 있는 장을 제공해준다. 돈이 경험 자체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돈은 경험하기 위한 비용을 지불해준다. 돈이 시간 그 자체를 늘려주진 않는다. 그러나 돈은 쓸데없는 시간 낭비를 줄여준다. 돈이 계급을 결정짓지는 않는다. 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