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첫 대화는 최저임금 1만원 인상에 관한 것이었다.
후배는 반대하는 쪽이었고, 필자도 반대였다.
후배는 현재 최저임금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곳이 많기 때문에 힘든 것이지, 최저임금이 적어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후배의 말대로 현 제도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편인데, 단지 제도상으로 1만원 올린다고 해서 문제 해결되리라고 보지 않는다. 그렇다고 최저임금이 살만큼은 된다고 말하는 후배의 말에 동의는 못하지만 말이다.
필자가 최저임금 1만원 인상에 반대하는 이유는, 현재 내수가 죽어가는 근본 원인을 잘못 짚었다고 보기 때문이고, 오히려 최저임금 1만원으로 인상했을 때 부작용으로 인한 내수 문제가 더 커지리라 판단하기 때문이었다.
필자가 판단한 바로는, 문제점은 바로 '대기업의 프렌차이즈와 전략을 통한 골목상권 침해'다. 프렌차이즈화로 인한 각종 수익은 대기업으로 모아지고, (재투자가 이루어지긴 하겠지만) 사내유보금으로 남게 되는 등의 부의 집중화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즉 돈맥경화가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랬더니 후배는 필자가 대기업이나 부자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며, 프렌차이즈화를 막을 수는 없지 않겠냐며, 자유경제시장을 막는 것은 공산주의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렇다.
대기업의 프렌차이즈화는 일종의 전략이고, 자본주의와 자유경제시장을 신봉하는 우리로써는 그것들을 제재할 필요가 없다. 후배말대로, 경쟁하는 것을 억지로 개입해서 평준화시키는 것이야말로 공산주의화가 맞다.
하지만 프렌차이즈화로 인한 문제점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세 집 건너 닭집, 세 집 건너 까페.... 동일 업종 개업은 어찌하지 못하겠으나, 동일 회사의 상가가 문여는 것은 명백히 문제가 아닐까. 프렌차이즈에 가입하는 점주는 월 매출에 대한 확신과 매리트가 있기 때문에 하는 것이고, 본사는 점주들의 이러한 부분을 최대한 신경써줘야할 의무가 있다. 허나 첫 개업할 때 뿐이고, 1년 채 지나지 않아 근처 500m 근방에 같은 프렌차이즈 상가가 들어서는 것이 말이 되는가? 게다가 특정 브랜드 피자는 탈퇴하는 순간 보복조치에 들어가기까지 했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는 국가가 개입해야 하는 것이 맞다.
자본주의의 기본 원칙들, 공평한 경쟁을 지키는 것이 국가가 할 일이지, 불공정한 계약, 법을 벗어난 행태들까지도 '자유 경쟁'이라는 미명 아래에 눈감아주는 것은 국가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자본주의를 헤치는 자들로서 엄히 다스려야 할 것들이다. 국가의 시장개입은 최소화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국가는 국민들의 삶과 복지를 지켜야할 의무도 지고 있다. 국가는 회사가 아니고, 자본주의 그 자체도 아니다. 국가는 늘 공평,분배,자유,경쟁 등 양쪽의 입장에서 외줄타기 하는 것이다.
하지만 단지 이것만으로 될까....
필자가 우려하는 것은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다. 애초에 후배가 필자에 대해 반문했던 이유도, 동일 상표, 제품들끼리의 경쟁이 아닌, 대기업이 문어발식으로 상권을 침해한다는 것을 문제시 삼았기 때문이다. 후배말대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원리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익추구는 당연한 것이며, 프렌차이즈도 결국 본인들의 선택이다.
하지만 필자는 '국가의 입장'에서, '거시경제' 측면에서 바라보고 싶었다.
분명히 대기업의 이러한 결정들은 지극히 본인들의 이윤을 위한 합리적 결정이며,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개개인의 합리적 결정들이 전체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면 분명히 문제를 일으키고 있었다. 바로 '돈맥경화'현상. 부의 집중.
시장경제를 헤치지 않는 선에서 과연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인가.
자본주의는 늘 변해왔다.
자유 방임에서 독점으로, 수정자본주의, 그리고 현 신자유주의까지.
자본주의 자체는 늘 문제를 품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문제점이 일시적으로 해결된 것처럼 '보일'뿐, 결국 세계대전, 공황 등의 다른 형태로 인해 잠깐 해소됐을 뿐이다. 현 신자유주의로 인한 문제점으로 인해 선진국에서는 국가개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얼마전 피케티 열풍이 불었고, 월가를 점령하라는 문구가 나왔던 것처럼... 반대로 유럽은 노동유연화, 복지 축소,친기업 정책으로 돌아가고 있다. 어느 한쪽이 문제가 생기면 자연스레 다른 쪽으로 움직임이 발생하는 법이다. 대한민국으로 그런 기로에 서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후배는 여전히 신자유주의를 굳게 믿고 있다.
그 후 이야기는 다시 '인공지능'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등으로 이어졌다.
임금이 상승하면, 사업주들은 로봇으로 대체할 것이다는데 이견은 없다. 그리고 그 로봇을 수리하는 로봇도 나올 정도가 된다면, 그 때는 인간 모두가 노동에서 해방되는 유토피아가 올 수 있지 않을까하고 후배는 생각했지만, 필자는 그리 생각하지 않는다.
로봇이 모든 일을 대체하는 순간이 온다는 것은 인간이 일을 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다는 것이고, 이것은 기존 자본주의 시스템이 완전히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을 믿는 필자는 (자본주의 역시도 인간의 이기심을 기본 전제로 삼고 있다.) 기존 자본주의 시스템의 정점에 서 있는 이들이 과연 모두가 공평하고, 풍요롭게 살 수 있는 유토피아를 꿈꿀 것인가 였다.
후배는 몇몇 부자들은 반대하겠지만, 대부분 찬성할거라 믿었다.
모두가 행복하게 산다는데, 굳이 반대할 이유가 있겠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자본주의에서 '돈이 권력이자, 힘'일 수 있는 이유는 '돈이 곧 목숨'이기 때문이다. 일자리를 주고, 그에 대한 대가로 돈을 주고, 그 돈을 통해서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가가, 상위 0.1% 부자들의 권력이 권력일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의 거대한 돈이 수 많은 사람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굳이 일하지 않아도, 복종하지 않아도 최소한으로 먹고 살 수 있다면 어느 누가 굴복하겠는가. 기존 시스템의 승자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내려놓고 다른 이들과 동등한 위치로 내려와야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부자들이 반대할 거라 믿었다. 부자들이 악하다고 믿거나, 혹은 그들에게 반감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들 본연의, 인간의 이기심을 믿었기 때문이다. 미래의 유토피아가 현 체제의 승자들의 선의로 이루어지게 될 거라 믿는 것은 순진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인간의 어느 측면을 더 보느냐는 개인의 차일 테지만 말이다.
자본주의에서 돈의 권력이자, 힘일 수 있는 이유는
'돈, 그 자체가 생사여탈권을 결정할 수 있는 도구'
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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