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글을 쓰는데, 지역인재 할당제에 대해서라니 유감이다.
지역인재 할당제에 대한 취지는 이해하나, 누가 짜놓은 제도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지역 인재 유출을 막고자 한다면, 졸업한 대학교를 기준으로 할당제를 정할 것이 아니라, 과거 지역에 거주했던 기간을 기준으로 정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가령, 필자는 지방에서 20년간 살았고, 열심히 공부해서 서울로 대학교를 간 케이스이다.
초,중,고 모두를 지방에서 다녔음에도, 노력해서 서울의 유명 사립대학교에 왔는데, 서울에서 대학교를 다녔다는 이유 하나로 지역인재 할당제에 속하지 않는다.
'인재의 기준이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가 애매하긴 하지만, 일단 젊은 세대가 '그나마 제일 공평하다는 수능-대학'을 기준으로 잡아보자.
그렇다면, 서울토박이가 지방대를 졸업하게 된 경우와 시골토박이가 서울 사립대를 졸업하게 된 경우를 비교해본다면, 어느 쪽이 더 유능한 인재라 추측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어느 쪽이 '지역'의 발전을 위해 '남을' 것인가?
필자가 서울에 올라와보니,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이 많이 있었다. 그들 중에는 서울에 남고 싶어하는 학생들도 많았지만, 지방에 내려가고 싶어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필자도 지방에 내려가고 싶은 학생 중 하나였다. 치여사는 삶, 낯선 환경 때문에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이 다시 내려가지 않으려는 가장 큰 이유는 인프라 부족, 일자리 부족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공기업의 지방이전은 이러한 부분을 일정 해소하는 역할을 해주었다고 볼 수 있다. 공기업의 지방이전은 서울에서 대학교를 다녔던 지방 사람들에게 고향에서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었다.
필자 같은 경우에도 요즘 그렇게 인기 있는 '공기업'이 고향에 있다면, 그리고 가산점으로 도전해볼만하다면, 서울에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서울보다 고향에서의 삶이 더 익숙하고 편한데 굳이 낯선 환경에, 물가가 비싼 서울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
반대로, 서울 토박이들은 지방에서 적응하는 것이 좀 힘들다.
서울 인프라가 워낙 구축이 잘 되어 있다보니, 그러한 도시적 삶에 익숙해진 서울 토박이들은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이 영 불편한 것이다. 원래 사람은 자신들이 기존에 살아왔던 스타일이 편하다.
일단 대학은 다녀야겠으니, 시골토박이가 상경했던 것처럼, 서울 토박이들도 지방으로 내려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이후에 어디로 갈 것인가? 서울로 컴백? 아니면 지방? 서울에 일자리 많고, 사기업들도 많은데, 지방의 공기업을 하나만을 보고 서울에서의 삶을 버리고 내려갈 것인가. 즉, 지방으로 이전된 공기업에 취직한다고 할 때, 포기해야 하는 정도가 시골 토박이와 서울 토박이가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결국 지역 발전을 위해 지역에 남을 확률이 높은 것은 해당 지역 토박이들이다.
하지만 해당 지역의 대학교를 졸업했다는 것만으로 가산점을 부여함으로써, 서울의 사립대까지 졸업한 유능한 인재는 여전히 서울에 남아있게 되고, 남는 인재들은 '해당 지역 대학교 학생들'로 채워지게 됨으로써 지역의 특정 대학교 학벌-파벌 형성을 장려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차라리 과거에 지역에 거주했던 기간을 기준으로 지역인재 할당제를 실시한다면, 학벌에 형성은 완화될 것이고, 지역 인재 유출을 막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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