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들어와보니 청원에 대한 조건으로 온통 난리다.
양성징병제라는 것이 어떤 답변을 하든 유권자들의 표를 잃게 되는 것이라 이번 정부에 있어서 상당한 압박감이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조건을 달아버릴 줄은 생각도 못했다.
사람이 화장살 들어가고 나온 후가 다르다지만 참 그렇다. 씁쓸한 웃음만이 나올 뿐이다.
누가 청원을 했는지 몰라도, 양성징병은 문재인 정부에 상당한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문제였다.
1. 양성징병제에 아무 생각 없습니다.
- 개까인다. 미래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생각도 없는 것이 과연 제대로 된 정부인가?
2. 양성징병제에 논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필요하면 여성징병도 고려하겠습니다.
- 진보쪽에 불고 있는 페니미즘의 대부분의 표를 잃어버리는 상황이 올 것이다.
3. 양성징병제는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 당장 저출산 문제로 인한 군인 인력 감소가 코앞인데, 고려하지 않는다고 욕 오지게 먹는다. 젋은 남성들의 표를 잃어버리는 상황이 올 것이다.
4. 양성징병제는 의무와 평등, 현실에 비추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으로 논의중에 있습니다.
- 어떻게 논의하고 있다는 것이냐? 논의과정을 말하라. 대답 얼버부리면서 기만하는 것 아니야고 욕을 오지게 먹는다. 젊은 남성들의 표도 잃고, 여성들의 표도 일부 잃을 수도 있다.
이게 참 그렇다.
가득이나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마당에 어느 대답도 지지율 하락세를 부추길 모양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4번과 같이 답변함으로써 어느 정도 유예를 두는 모양새로 나갔어야 했다. 어느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지 몰라도 악수를 뒀다고 생각한다. 그렇게도 전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을 비판하고 나온 문재인 정부가, '소통'을 그렇게 강조하며 청와대 청원 사이트까지 만들었던 정부가, 이제와서 1달 내 20만명이라는 조건을 부랴부랴 달아버리는 것이 참으로 구차하게 느껴질 뿐이다.
앞서 글을 썼듯이 필자는 '양성 징병제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양성 징병제를 찬성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문제의 인지 정도만 하고 있는 단계이며, 이러한 '인지'가 단순히 보복심리로만 일어난 찌질한 행동으로 치부하지 말자는 것이다. 올해 예상되는 신생아가 (예측보다 더 빠르게) 40만명이 무너진 30만명대라는 기사를 본 것이 바로 며칠 전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 당장의 지지율 하락, 표를 잃지 않기 위해서, 국가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를 무시해버렸다. 청원에 말맞는 인원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핑계로 말이다.
문재인 정부는 현 국방의 기술력과 예산으로 모병제의 가능여부를 따지고, 모병제를 했을 때와 징병제를 유지했을 때 국방의 공백 발생 여부를 따졌어야 했다. 차라리 현재 모병제의 가능여부, 현 국방 기술력과 예산에 따른 모병제와 징병제를 진행했을 때 예상되는 결과 등을 연구 중에 있다고 답변을 했으면 최소한 국가가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주고', 고민하고 있다는 제스쳐가 되었을 것이다.
이번에 사족처럼 달라붙은 저 1달내 20만명이라는 조건은 분명히 악수 중에 악수다.
대답으로서의 0점짜리 답변이며, 당장 '문제로 인식되는 지점'을 지지율, 표 때문에 무시해버렸다는 점에서 정부가 인기영합을 위해 미래의 문제를 도외시 한다는 점만 보여준, 거짓된 소통 정책이라는 점에서 -100점이다.
생각보다 실망스러운 조치였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이다.
P.S
저출산은 단번에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경제가 좋아져도 말이다.
결국 양성징병제와 모병제에 대한 논의는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 밖에 없다.
한 세대만에 출산율이 반토막 나버린 대한민국의 미래가 참으로 막막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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