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존실/잡념들-생각정리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는 불가능하다.

어둠속검은고양이 2017. 11. 28. 23:53

뜬금없이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에 대한 글을 쓰고자 한다.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에 관한 문제점은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지적해왔고, 뉴스에서도 다루었던 것으로 안다. 하지만 기록으로 남겨두기 위해 필자가 이렇게 글을 쓴다.



'블랙프라이데이'는 애초에 한국의 경제구조상 밴치마킹이 불가능하다. 

그것은 바로 한국,일본과 미국의 유통구조상의 차이에 의해 발생한다.


유통업이란,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상품이 잘 흐를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즉, 생산지나 공장에서 생산되어진 물건이 소비자가 직접 구매하기 전까지 상품이 흐르는 과정에 관여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보자면, 도매상, 공판장, 소매상 등을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도매상, 공판장, 소매상 등을 보자면, 이들은 직접 물건에 대한 값을 치루고 물건을 받아온다. 즉, 생산자나 제조자는 대가를 받고, 물건을 하자없이 계약에 명시된 대로 잘 건네주면 그것으로 거래를 끝인 것이다. 그 물건을 다시 되팔든, 아니면 본인들이 쓰든 말든 그것은 물건을 떼온 사람의 마음이다. 도매상은 처음에 떼온 가격에 조금의 이윤을 붙여서 소매상들에게 적절하게 나누어 판매하는 것이다. 소매상은 그 물건을 다시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즉, 소비자가 구매하는 가격에는 유통업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의 이윤과 건물유지비, 인건비, 유류비 등등 많은 것들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유통이 복잡할수록 비싸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유통업 대표격인 백화점 구조를 보자면, 한국과 일본은 말이 유통업이지, 실상 임대업과 같다. 백화점이라는 간판을 달고 커다란 건물을 지은 다음에 각각의 제조사와의 계약을 통해 제조사가 입점을 하는 구조다. 즉, 커다란 건물에 다양한 제조사들을 '선별해서 모아둔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지, 일정기간 동안 공간을 대여해주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아가는 임대업인 것이다. (아주 넓게 유통업을 생각해보면, 소비자를 위해 상품을 '모아준다'는 의미로 유통에 관여하한다고 볼 수 있긴 하다.)


백화점에서는 해당 물건을 구매하여 백화점에 비치하는 것이 아니라, 건물을 빌려줄테니 입점해서 니들이 직접 팔라는 것이다. 단지, 백화점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위해, 여느 상가와는 달리 여러가지를 고려한다. 상품의 질, 가격, 소비자 선호도 등등을 고려하여, 특정 브랜드는 무료로 입점시켜주기도 한다. 결국 물건을 판매하고, 물건에 대한 책임은 입점한 곳에 전적으로 달려 있는 셈이다. 물론, 고객응대에 불만이 생길 경우, 브랜드 이미지상 백화점 측에서 어느 정도 관여를 할 것이다. 백화점 입장에서는 매우 좋은 전략이다. 상품 구매를 위한 자본도 필요없고, 그 상품을 관리하는데 들어가는 비용도 절감할 수 있으며, 재고품 처리할 일도 생기지 않으니 말이다. 대신, 그만큼 입점 브랜드들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다.


하지만 해외 유통업체들은 도매상처럼 제조사에 직접 매입해서 상품을 진열한다.

제조사, 브랜드들은 유통업체에서 요구한대로 물건을 넘겨주고 나면 끝이다. 그 결과, 해외 유통업체들은 연말이 될 때 백화점에 남아있는 물건들(재고품)들을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발생한다. 그래서 열기 시작한 것이 '블랙프라이데이', 대규모 할인 판매다. 어차피 이월되면 팔리지도 않은 물건들을 땡처리식으로 처분하는 것이다.


하지만 해외유통업체와는 달리 임대업에 가까운 상황에서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가 가능할까.


한국의 백화점들은 재고처리를 위한, 대대적 할인 판매할 필요가 없다.

재고처리는 전적으로 브랜드, 제조사가 알아서 해야 할 문제이며, 백화점은 이미 고객을 유도하기 위해 상시 할인을 하고 있다. 또한 너무 할인을 심하게 하면 오히려 백화점 브랜드 가치가 떨어질 수 있으니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다.


입점한 브랜드, 제조사들은 그럼 재고처리를 어떻게 하냐? 바로 아울렛으로 상품을 이월시킨다. 아울렛이 할인 폭이 크고 가격이 싼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이월된 상품들을 재고처리하듯 처분하는 것이다. 여기서도 처분되지 않은 것은 완전 땡처리로 넘어가거나, 아니면 브랜드 이미지 관리를 위해 소각-처분된다. 이미 브랜드, 제조사 별로 재고처리를 위한 방안이 정해져 있으며, 굳이 백화점에서 대규모 할인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정부에서 억지로 진행한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에 제조사들이 참여할 이유가 없고, 본보기로 백화점들이 참여한다고 하더라도, 그 부담은 입점브랜드, 제조사들이 짊어져야 하는 것으로, 백화점은 손해볼 이유가 없다.


결국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는 그저 눈속임, 낮은 할인율, 재고처리(원래 이 취지가 맞긴 하지만)용 땡처리 시장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