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항간에서 말하는 '설명충'이자, TMT(too much talker)다.
의사소통에 있어서 왜곡은 일어날 수 밖에 없기에, 맥락적 배경까지 꼼꼼하게 이야기하는 편이다. 하지만 그런 것을 타인은 별로 원치 않기 대화상에서는 좀 더 자제하는 편이고, 대신 이렇게 블로그에 생각을 정리하는 것으로 대체하곤 한다.
모든 사람은 성별, 나이, 환경, 취향, 욕구, 지적 수준, 인지 능력, 재능 등의 차이로 저마다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이해한다. 거기에 의사소통 자체의 불완전성까지 생각하면, 모든 사람은 생각을 교류한다고 믿고 있을 뿐, 각자 자신의 말만 하면서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말이 많은 인터넷상에서는 항상 말싸움이 일어난다.
니 생각이 옳다느니, 내 생각이 옳다느니... 이런 대화 속에서 항상 나오는 말이 이해와 소통, 가능성, 상대적 입장이다. 분명히 우리가 지닌 한계를 생각하면,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어느 정도 염두해야 할 필요는 있으나,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대화라는 것은 발화자와 수신자의 교류다.
발화자가 아무리 a라고 주장을 했어도, 수신자가 b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것은 수 많은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발화자의 지적 수준, 전달능력, 수신자의 지적 수준, 이해 수준, 주변 환경, 심리 상태 등등 그저 발화자라는 인간과 수신자라는 인간의 차이에 의해서 발생될 수 밖에 없는 지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화를 함에 있어서 어느 정도 가능성을 염두해두고 대화를 시작하지만, 그것은 그저 가능성을 염두하는데 그칠 뿐, 완벽하게 '대비'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것에 대해 '공감'이라는 말, '폭력'이라는 말로 교묘히 바꿔서 상대방을 마치 가해자, 공감무능력자로 몰아가는 경우를 필자는 많이 봐왔다. 진정으로 잡음이 일어나길 바라지 않는다면, 대화를 하지 않고, 사람을 만나지도 말고,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으면 된다.
사람이 살아감에 있어서 교류는 늘 일어나는 것이고, 이러한 교류들은 불완전하기에 늘 잡음이 일어날 수 밖에 없고, 불편한 누군가가 생길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러한 불편함은 다시금 대화를 통해 조율해나가는 수 밖에 없다. 그러한 조율은 전적으로 그 대화의 발화자와 수신자 사이에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다. 한계상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것이며, 삶이 피곤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러한 사소산 대화조차도, 표현조차도 제 3자가 끼여들어 왈가왈부하다가 대화가 산으로 가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리고 그 제 3자들은 하나같이 '그렇게 느낄 수도 있으니', '그럴 수도 있다' 라는 가능성을 무기로 들고 나온다.
그리고 우습게도 그들은 그러한 가능성을 무기 삼아서 타인을 공격한다.
타인이 몰이해적이고, 몰상식적이며, 가해자로,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간다. 그리고 이해를 '요구'한다. 이해는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설득을 통해 자발적으로 이끌어내는 것이다. 그들은 타인에게 '가능성'을 요구하면서, 자신들이 '잘못되었을 가능성'을 조금도 염두하지 않는다.
'열린 마음으로 가능성을 고려해야 돼.' 상대주의적 입장을 절대적 신화처럼 믿으면서, 상대주의는 무조건 옳은 것이기 때문에 이해를 하지 못한 너네들이 나빠! 와 같은 스탠스를 취한다. 오만과 독선을 선과 악, 가해와 피해로 나누어 포장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각자 자신만의 생각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그 사람이 팔랑귀든, 말뚝귀든 간에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조금이라도 자신만의 생각이 존재하고, 여기서 소통의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가능성을 우리는 (불완전하지만, 유일한 수단인) 대화를 통해서 설득과 이해를 거치게 된다.
하지만 설득과 이해를 사라진지 오래다.
대화는 없고, 발화자와 수신자를 가해자와 피해자로 변환하여 비난하기에 바쁘다.
가능성이라는 단어는 가해자와 피해자로 변환하기 위한 수단으로 바뀌어버렸다.
타인에게 이해를 요구하기 전에, 자신은 이해하려고 노력했는지 생각하는 것이 우선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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