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존실/일기

일기라면 일기일지도. 일주일간의 삶

어둠속검은고양이 2019. 3. 21. 00:41

한동안 컴퓨터와 휴대폰이 없는 삶을 살았다.

생각보다 쉽사리 적응했고, 내가 원했던 삶으로 돌아간 것 같아서 마음은 편했다.
다만 티스토리를 못한다는 것이 조금 아쉬웠다. 생각보다 티스토리는 내 삶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본래의 삶으로 돌아와 밀린 글을 쓰면서도, '정말로 글쓰는 법을, 그리고 생각하는 법을 잊어버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뭐라고.

의무감 비슷한 느낌과 감각의 사라짐 속에서 내 글은 뜻대로 나오지 않았다. 사실 지금 쓰는 이 글도 그렇다. 전엔 뭐가 그리 할 말이 많았는지. 그리고 무슨 감정을 그렇게 느꼈고, 드러내고 싶었는지.... 근래에 쓴 글들은 하고 싶었던 말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글을 마치면서 이물감이 느껴진다면, 대체적으로 글을 잘 쓰지 못했다는 사실과 맞아 떨어진다. 필자의 마음에 들지 않는 글인데, 과연 독자에게 전달이 잘 될리가 없지 않은가.

개인만족의 기록보관소에 전달력을 따지는 것도 웃기지만서도.

이번 글을 주제는 주제없음이 주제인가보다. 뭔가 글 쓸거리가 없을 때랄까, 글이 쓰여지지 않는달까 하는 느낌이 들 때면 꺼내쓰던 단골 메뉴다. 그래도 이번 글은 막상 쓰다보니 쓰여지는 느낌이 들지만, 감각적인 느낌이 돌아오지 않는 것은 아쉽다.

....생각이 많았던 것은 그저 현실에도 도망치고 싶었기 때문일까.

생각보다 생각없던 삶이 편하긴 했다. 세상도 잊고, 나도 잊고, 매일 똑같은 시간대에 귀찮음을 느끼면서도 일 나가고, 갔다와서 적당히 쉬고, 적당히 공부하고. 그건...노예화되는 과정이었나 싶기도 하다. 생각없이 산다는 것은 편하지 않을까. 뭐하러 따지고, 분노할까.

고등학교 때, 친한 친구에게 내 꿈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나에겐 상반된 꿈이 두 가지 있다고 했다.
하나는 멋지게 성공해서 테라스 있는 아파트에 살면서 도시의 야경을 바라보는 것이고, 또 하나는 무인도를 하나 구해서 집짓고 자급자족 하면서 사는 것이었다. 하나는 입신양명의 삶이라면, 하나는 목가적인 삶이라고나 할까. 어른이 되어버린 지금, 그 목가적인 삶이 목가적인 삶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목가적인 삶이 워낙 돈이 많이 들어야지... 인프라가 없는 자연에서 풍족하게 살려면 인프라를 자급자족할 수 있을 정도로 돈이 있어야 한다.

돈, 돈, 돈......money.

살아가는데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지는 않는데, 뭔가 심리적으로 항상 돈을 염두하게 된다. 생각보다 내가 돈이 많이 들지 않는 것은 저렴하게 먹고, 저렴하게 입고, 저렴하게 살기 때문일게다. 취미생활이라 해봐야 뭐 있나 싶고.

다시 돌아가서, 살았던 지난 일주일이 행복했던 이유는 아무래도 고향에서의 삶이었기 때문일까 싶기도 하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자질구레 해서 여기까지. 새삼 정서적 안정은 삶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하다 느끼지만, 그 만족스러움은 분명히 삶을 생각없이 굴러가게 만드는 힘이 있다.

서론이 길어졌다.
쓸 말은 다른 글로 시작해야할 듯 싶다.
잘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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