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시성(The Great battle, 2017)
감독 : 김광식
장르 : 시대극 외
개봉일 : 2018.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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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캐스팅의 집합체 영화.
장점과 단점이 극명해서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다. 이번에 540만명을 동원해서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VOD로 넘어갔지만, 아직까지 상영하는 곳이 한 두군데 정도는 있다. 이 영화에 대해서는 딱히 할 말이 없다. 실제로 하는 것보다 까대기는 쉬운게 이치 아니겠는가. 하지만 관객으로서, '프로'인 연기자들의 연기에 대해 언급할 수 밖에 없다.
미스캐스팅과 연기 그리고 양만춘 캐릭터.
배우들은 저마다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 이미지는 관객들이 캐릭터에 몰입하는데 영향을 미친다. 이 이미지는 조금 고착화되어 있어서 배우가 탈피하기란 어렵다. 그래서 배우들을 보면, 다양한 역할을 가리지 않고 하는 배우와 비슷한 역할만을 주로 하는 배우로 크게 나뉜다. 어느 쪽이 더 낫다고 할 수는 없다. 결과적으로 해당 캐릭터를 얼마나 소화하느냐가 핵심이니까 말이다.
그런 점에서 안시성의 양만춘에 조인성을 캐스팅한 것은 미스 아닌 미스캐스팅이다. 무슨 소리냐면, 이 영화의 특징은 양만춘이라는 영웅을 장수가 아닌 인간적인 양만춘을 그려내고 있다. 권위의식에 얽매이지 않고, 소탈하면서도, 안시성의 한 사람으로서의 양만춘을 그려내기 위해서는 딱딱함, 우락부락, 강인한 인상보다는 부드러운 느낌의 조인성이 어울렸다. 만약 영웅으로서의 면모, 장수로서의 면모를 그리고 싶었다면 실력파의 중년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이 적절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미스 캐스팅이 되어 버렸다.
인간적인 양만춘이라지만, 수십만 대군을 수천의 군사로 버텨야 하는 급박한 전투와 치열함 속에서 그 양만춘이 위세가 부족하다면 어떨까? 결과가 눈에 보일 정도로 확연한 전쟁을 해야 하는 병사들은 사기가 땅에 떨어질 것이다. 그러한 병사들에게 사기를 넘어서 독기를 불어놓고, 비장한 각오를 불어넣는다는 것은 '인간적인 양만춘'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전쟁의 신과 같은 느낌을 주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배우 조인성은 이 이미지에서 실패했다. 실제로 양만춘이 조인성과 같은 장수였다면, 병사들은 도망치고, 안시성은 패하고 쑥대밭이 되었을 것이다. 차라리 '인간 양만춘'과 양만춘의 희생적인 부분을 엮어서 병사들이 용기백배하는 모습을 그렸다면 더 어울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그외 캐릭터들도 미스캐스팅이었다.
정확히 말해서 미스캐스팅을 넘어서 캐릭터 자체를 살리지 못했다. 고구려 신녀는 왜 나왔는지 의문이고, 논란이 된 양만춘 동생(설현)도 왜 나왔는지 의문이다. 없어도 영화 스토리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캐릭터들이었다. 물론 연기도 상당히 문제였다. 영화를 보면서 연기 때문에 몰입감이 떨어진 것은 정말 처음이다.
사극 드라마 '대조영'
나는 전쟁씬에서의 조인성을 보면서, 사극 드라마 '대조영'이 떠올랐다. 드라마 '대조영'에서 중년의 연기파 배우들의 이미지와 연기가 천하를 호령할 것 같은 '영웅 양만춘'의 모습을 잘 그려냈기 때문이다. (가상이지만, 대조영의 아버지 대중상도 너무 멋졌다.) 그렇기에 정말 아쉬운 영화였다. 이 엄청난 예산을 가지고 차라리 그 때 그 배우들을 캐스팅해서 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물론 그렇게 되면 영화가 그리고자 했던 '인간 양만춘'의 이미지가 희석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년의 연기파 배우들이라면 '인간 양만춘'을 나름대로 멋있게 해석하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본다.
당연히 전투씬, 연출, 규모 면에서는 뛰어나고, 신경을 많이 쓴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모든 것들을 배우 미스캐스팅과 연기로 깎아버린 영화이기도 하다. 배우 연기를 필자가 많이 깠지만, 연기 이전에 캐릭터의 이미지와 배우의 이미지를 매치시키는데 실패한 감독을 잘못이 크다. 어쩌면 감독도 알지만서도 영화 성공을 위해 안정적인 길을 택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한 명의 관객으로 아쉽다는 평을 내린다.
제 점수는 5점 만점에 3.5 드립니다.
몰입, 연기, 캐릭터 연출을 중시하는 분들께는 비추천 영화다.
국산(?)의 장대한 전투씬, 규모, 연출 보고싶다는 분께는 킬링타임용정도로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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