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 인류 최후의 날(cell, 2016)
감독 : 토드 윌리엄스
개봉 : 2016, 6 29
장르 : SF, 공포, 스릴러
불친절한 영화.
유사 좀비 영화.
비추 영화.
리뷰
스티븐 호킹의 소설 셀을 바탕으로 찍은 영화다.
필자는 원작 소설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영화 자체로서 평을 하고자 한다.
이 영화는 평점이 매우 낮다. 그 이유는 영화가 뭔가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거 같은데, 해석의 여지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사실, 이 영화는 전개하면서 상징적인 것들을 '대화'로 친절하게, 순차적으로 풀어주고 있다. 단지 해석의 가닥을 잡을 수 있는 실마리를 '영화 시작 부분에 짧은 대화로 풀어놔서' 눈치채게 힘들게 만들어놔서 그렇지. 영화의 첫 실마리를 잡고나면 영화를 따라가면서 해석하는 것이 매우 용이하다. 인물의 대화로 대놓고 보여주니까. 영화 해석의 실마리에 대한 초점, 배분이 실패했을 경우, 영화가 어떻게 망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영화다. 핵심과 해석 부분을 영화에 어떻게 배분하고 담아내야 하는지 중요성을 일깨워준 영화. 게다가 영화는 말하고자 하는 바를 '보여줘야 하는데' 이 영화는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인물의 대사로 대놓고 풀어놓고, 보여주는 것은 좀비 영화로서의 공포와 액션에 치중해서 이도저도 아니게 됐다.
(스포일러-해석 있음)
필자도 몇몇 리뷰를 보고서야 파악할 수 있었다.
사건의 시작-핵심
핵심은 주인공의 '처음 통화내용'이다. 주인공은 가상현실을 구현하는 회사와 대규모 계약을 체결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직후에 휴대폰 전파로 정신이 이상해진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유사좀비지만, 좀비는 아니다.
휴대폰 전파로 정신이 이상해진 사람들(phoner라 지칭)의 행동은 폭력과 살인을 동반한다. 하지만 주인공이 이 증상을 파악할 당시에는 '자학하는 여성'을 보여준다. 즉, 이 'phoner'라 지칭된 사람들은 (타인을 물어뜯고, 식육을 행하는) 좀비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예다. 좀비가 자학을 할 리는 없으니까. 게다가 중반부로 갈수록 이들은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전파를 전달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중간중간에 인물들의 대사를 보면 알 수 있는데, 이들은 정신적으로 하나로 통일-공유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은 처음에는 휴대폰으로 송수신했으나, 후반으로 갈수록 직접 입으로 전파를 소리내어 전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꿈 속의 인물
생존자들의 꿈 속에서 이상한 인물이 공통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 인물은 주인공이 자신의 만화에서 디자인 했던 바로 인물로서, 영화의 첫 포인트(주인공의 대사)를 잡아낼 수 없었던 관객들에게 혼란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첫 포인트를 잡아냈더라면, 어째서 주인공이 디자인한 인물이 공통되게 등장하는지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가상현실을 구현하는 회사가 사고의 원인이 되었고, 그렇기에 그 회사에서 디자인을 담당했던 주인공의 인물이 생존자들의 꿈에 나타난다 볼 수 있다.
가상현실 - 전파 - 그리고 뇌
결국 이 영화는 뇌에 대해 묻고 있는 듯하다. 일반적으로 뇌를 구성하는 신경세포와 시냅스에서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 받는데, 여기서 발생하는 신호들을 일종의 전기신호라 칭한다. 그리고 가상현실은 실제 존재하지 않지만, '뇌의 자극'을 통해서 '가상'현실을 만든다. 즉, 뇌의 전기신호와 가상현실(뇌의 전기적 자극), 그리고 전파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으며, 영화는 이 세 가지를 엮어낸 것이라 볼 수 있다. 이에 대한 것들은 영화 중간중간에 대사로 잘 보여주고 있다. 저 phoner 들은 '저녁에 잠을 자는데, 이제는 휴대폰이 아닌, 입으로 소내내고 있다. 낮과는 달리, 어떠한 행동을 해도 꼼짝하지 않고 있는데, 마치 업데이트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라든지, '지금은 밤에 활동하지 않지만, 체계적이게 되면? 밤에도 활동할 수 있게 된다면?' 이라는 질문들이 나온다. 즉, 전파라든지, 가상현실이라든지..... 뇌도 컴퓨터처럼 재설계를 하거나, 업데이트할 수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초기에 있었던 혼란은 처음 인간들이 접하게 되면서 발생한 일종의 오류상태였으며, 그것이 점차 체계적으로 잡혀가는 과정을 그려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전파는 직접적인 전달방식이 휴대폰에서 사람의 입으로 바뀌었으나, 일종의 전파로서 생존자에게 간접적으로도 끊임없이 전달되고 있다. 그것은 생존자들의 꿈에 공통된 인물이 나온다는 것을 통해 유추할 수 있다.
결말
이 영화는 첫 대사의 포인트를 잡지 못하면 처음부터 끝가지 뜬구름 잡는 영화가 된다. 그리고 결말은 '이게, 뭐야?' 된다. 하지만 첫 부분을 바탕으로 해석을 하다보면 결말도 자연스레 그려진다. 결국 주인공은 실패했다. 주인공 phoner가 되어 버린 것이다. 결말에 나타나는 '행복한 모습'은 주인공이 바라던 것들이었다. 주인공도 여느 감염자처럼 전파송신탑을 빙빙 돌고 있으나, 뇌 속에서는 행복회로를 돌리고 있는 것이다. 비극적인 결말을 표현한 것이다.
러닝 타임을 차라리 길게 잡고 풀어나갔더라면 영화가 이렇게까지 망하지 않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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