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존실/떠오르는

미련한 짓

어둠속검은고양이 2022. 9. 8. 22:24

인터넷을 하다 우연히 네가 좋아하던 노래를 듣게 되었다.
이젠 숨겨진 명곡이라는 말로 많이 알려진 노래다.

그런 노래들이 하나씩 있다. 유명한 가수들의 유명한 앨범들 사이로 유명하지 않은 노래들이. 들어보면 역시 유명한 가수답게 노래가 꽤나 괜찮다.

노래에 관심없던 나였으니 네가 좋아하던 그 노래도 잘 모를 만도 했다. 네가 가수는 유명한데, 잘 안 알려진, 진짜 좋은 노래라며,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라며 노래방에서 불러주었을 때 처음 알게 된 노래였다.

세월이 흐르고 문득 이 노래를 듣게 되니 이 노래를 부르던 네 모습이 떠오른다. 사랑을 말하는 노래 가사가 마음에 닿아서 그럴까. 그 때 그 시절의 아련함들이 나를 뒤덮는다.

이제 너는 이곳에 없다. 하지만 쓸데없게도 이 노랠 부르던 너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생각해보는 것이다. 일말의 기대감을 가지고서.

그러나 다 부질없는 짓이다. 이제와서 그 때 그 심정을 알아본들 무얼할 수 있단 말인가. 일말의 기대감을 지니는 것조차 웃긴 일이다. 나의 이 감정들이 그 때 그 시절의 아련함 때문인지, 아니면 너에 대한 일시적인 회한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다. 허나 분명한 건 흔치 않은 노래이기에 그 때 그 시절이 더욱 선명하고 더욱 그립다는 것이다.

추억이라는 건 그런 것이다.

일상적이지 않을수록, 특별할수록, 그 시절이 더 빛나보이고, 더 선명하고, 더 아쉬워 보인다. 그러나 나이를 먹어버린 지금, 그 시절을 두고서 후회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 잘 안다. 그렇기에 잠깐 감성에 젖을지언정 후회한다거나 미련을 갖진 않는다.

선택하지 못했던 미래들은 떠올릴 때마다 늘 아쉬울 수 밖에 없다. 말 그대로 선택하지 못 했던 것들이니까.

뒤돌아 보는 건 미련한 짓이다.

p.s
체리필터 - 피아니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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