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후배와 통화를 하다 변해버린 나 자신을 발견했다. 예전 같으면 생각지 않았던 것들을 스스럼 없이 생각하고 있었으니. 사람은 늘 변하기 마련이고, 생각은 자유라지만 본인이 느끼기에 안 좋게 변했다 - 낯짝이 두꺼워졌다고 느끼는건 기분이 썩 좋지 않다. '나이 먹으면 이렇게 다들 얼굴이 두꺼워지나? 이게 성인인가?'라고 자기 합리화를 해보려 하지만, 그렇지 않는 성인들도 많다는 걸 알기에 그저 내가 그런 인간이라는 걸 수긍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문득 지난 날의 앨범을 펼쳐 본다.
많지 않은 사진들 사이로 드문 드문 나타나는 나의 지난 날들을, 나와 인연을 만들었던 사람들이 보며, 그 때 그 시절의 감정들을, 노력들을, 추억들을 떠올려본다. 그 때 그 시절의 나는 어디로 가 버렸는가. 하지만 그 때가 아쉽다거나 현재가 후회스럽다거나 하진 않는다. 분명 그 때 후회없을 정도로 정말 열심히 살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던 것으로 기억되고, 그러한 삶의 흔적들을 더듬어 가면서 그 때의 그 열망들이, 활력들이 지금 회복되는 걸 느낀다. 꺼릴 것 없이 지금 나에게 떳떳하다면 조금은 가슴을 당당히 펴고 살아가도 되지 않을까. 그리고 낯짝 두꺼워질 - 사회의 때가 묻는 성인이라고 핑계댈만한 행동들을 생각조차 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아무도 모를 순 없다.
본인조차 모를 순 없는 것이다.
조금 더 떳떳하게, 조금만 더 긍정적으로.
추억을 양분삼아 현재를 살아갈 힘을 얻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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