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 Y라고 아냐?"
"아니..이름은 기억이 나는데, 얼굴은 기억이 잘 안 나네. 왜?"
"걔 죽었다더라."
"어? 진짜? 얼굴이 기억 나는 것도 같은데, 지금 생각나는 얘가 걔인지 모르겠다. 긴가 민가 한데.."
"간암이래. 죽은 지는 좀 됐어."
"집에 알리지 말랬대. 부모님한테 안 알리고 그냥 죽을라고 했는데 어머니께서 이식 수술까지 했는데 잘 안 됐나봐."
몇 달 전 친구의 결혼식에 가서 동창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참 기분이 묘했다.
난 아직도 지금도 생각나는 그 사람이 Y인지 확신할 수 없다. 이름은 확실히 알겠는데, 얼굴은 모르겠다. 오래전 학교 다닐 때 언뜻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남자애들이 담배 없으면 Y에게 빌리러 가자고 했던 것이. 복도에서 한 개피만 달라고 사정하던 걸 본 것 같기도 하고.
이렇게 별로 기억조차 나지 않은 사람인데, 그래도 동창생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녀의 죽음이 나름 충격으로 돌아왔다. 무언가 기분이 묘했다. 내 주변에도 젊은 나이에 죽는 사람들이 생긴다는 것이 새삼스레 다가왔다. 친척이나 가족의 장례는 여러 번 겪어봤으나, 내 또래의 젊은 사람의 죽음은 인터넷이나 텔레비전에서나 보던 것이었다.
세상에는 저마다의 삶과 이야기가 존재하지만 모든 것엔 끝이 있다. 모든 삶이 결국 죽음으로 끝나듯 모든 이야기도 결말이 있다. 그 이야기들이 나를 얼마나 설레게 했든, 나에게 어떤 감동을 주었든, 감정은 희미해지고 이야기는 잊혀진다.
우린 살아감으로써 저마다의 이야기를 하고, 또 그 이야기를 듣지만, 그 삶과 이야기들은 끝끝내 희미해지고 사라진다.
나의 이야기도 언젠가는 사라질 것인즉, 훗날 나의 이야기를 편린이나마 기억해줄 이가 있을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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