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네요. 당신은 무탈하신지 모르겠어요.
부디 이 편지를 읽고 있다면 무사히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겠어요.
오늘 저는 바빴답니다. 장마로 인해 농장 주변 지반이 침식 됐거든요. 오전부터 밖에 나가서 물이 더 이상 지반을 침식하지 못하도록 모래주머니를 쌓고, 비닐도 씌웠지요. 생각보다 심각해서 많이 불안했답니다. 옛날에 왜 하늘에 제사를 지냈는지 알 것 같기도 했어요. 비가 계속 내려서 마땅히 할 수 있는 게 없었거든요. 비가 그쳐야 공사라도 할텐데. 그저 비가 더 이상 내리지 않길 바라며 하늘만 바라볼 수 밖에 없었죠.
그렇게 일을 하고 나니 비가 잠시 소강 상태를 보이더라구요. 다행이다 싶었지요. 하지만 초저녁쯤에 퍼붓기 시작해서 다시 불안정해졌어요. 비의 양도 중요하긴 하지만, 비의 양보단 시간당 떨어지는 양이 더 중요해요. 차라리 계속 내리되, 천천히 내렸으면 지반이 침식될 일 자체도 없었을텐데.
편지를 쓰는 지금은 비가 소강상태네요. 새벽엔 또 어찌될지 몰라 조심스러워요. 그런데 안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어요. 임시라도 조치할 수 있는 조치는 다 했으니까요. 그저 날씨가 이대로 비가 천천히 내리길 바랄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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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편지를 쓴 지 2일이 지났네요. 다행히도 무사히 지나갔어요. 오늘은 비가 많이 내릴 거라 했는데, 아직까지 비 한 방울 내리지 았고 있네요. 날씨 예보를 보면 오늘이 오전이 고비인데 부디 오전도 무사히 넘어갔으면 좋겠어요. 오늘이 지나고 나면 한동안 또 바빠질거예요. 침식된 곳을 다시 보강하고 혹시나 모를 앞으로의 장마에 대비해야 하니까요. 내년에는 또 어떻게 될 지 모르겠죠.
확실히 기후 온난화의 문제점이 느껴지네요. 가물거나 홍수거나. 지난 가뭄 때문에 비가 와도 해갈이 부족하다는 소식을 들은 게 불과 한 달 전이었던 것 같은데. 전세계 기후학자들이 경고하고 있다고 하죠. ......앞으로 우린 어떻게 될까요. 기후로 인해 멸망하는게 바쁠까요. 아니면 기후로 인한 문제들 앞에서 서로 다툼 끝에 공멸하는게 빠를까요. 어느 쪽이든 절망뿐이네요.
그래도 혹시 몰라요.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멸망 전에 문제를 극복할 실마리를 발견할지도요. 부디 그렇게 되길 바라며 살아가는 수밖에요.
일단은 지금 당장 닥친 문제부터 해결해야겠죠.
부디 더 이상 피해가 일어나지 않길 기도 해봅니다.
당신도 무사히 지내시길 빌게요.
p.s
장마를 단어는 의외로 순 우리말이에요.
이젠 장마 대신 우기와 건기라는 말을 써야 한다는 논의가 오간다는데, 격세지감을 느끼네요. 저의 시간이 점점 더 빨라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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