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술 마시는 편지

어둠속검은고양이 2025. 5. 7. 22:11

오랜만이에요. 정말로.

늘 하는 변명이지만, 편지를 써야겠다 생각은 자주 했어요. 이번 연휴도 길었구요. 하지만 으레 그렇듯 쓰지는 못했네요.
심적 여유가 없었어요. 연휴기간은 빼고. 일을 마치고 오면 아무 생각도 하기 싫어서. 그래도 좀 더 노력 해보려고 시험 접수도 하고, 도서관에 희망도서도 신청해서 대출했는데. 결국 책은 몇 장 펼치지 못했네요. 시험 일정은 곧 다가오는데 책은 한장도 펴지 못했구요. 일을 하고 나면 그냥...머리를 굴리기 싫더라구요. 아무 생각없이 있고 싶어서. 다 본 웹툰을 몇 번이나 정주행했는지 몰라요. 흘러가는 세상사 속에서 몇몇 떠오르는 생각들과 메모가 있었지만 퇴근하고 나면 아무런 의미없는 메모에 불과했지요. 오늘도 오후 9시에 퇴근해서 편지를 써요.

슬픈 음악을 들어서 그런가. 오늘 따라 술 생각이 나더라구요. 그래요. 사실 지금 술 마시고 쓰는 편지에요. 오해하지는 마세요. 술 마시지 않아도 오늘은 편지를 쓰려고 마음 먹었으니까요. 내일은 새벽 일찍 나가야해요. 일은 많지. 해도해도 일은 늘어나지. 인원충원을 요청했지만, 돌아오는 건 계약직 가르쳐서 업무 일부를 이관하라는 말 뿐이지. 어차피 그 업무 이관해봐야, 계약직하는 업무를 제가 대신하는 거니까, 조삼모사죠. 오랜만의 편지인데 투정 좀 할게요. 아니, 업무 잘하는 에이스가 혼자서는 도저히 버거워서 제가 보조로 투입된 건데. 2명의 인원으로는 도저히 안돼서 3인  체제가 된건데. 에이스를 다른 부서로 보내고 다시 2인 체제 만드는 인사이동이 말이 되는가 싶네요. 일주일에 3번은 오후 9시 마감시간까지 채워서 일하고, 일주일에 2번은 새벽에 출근해요. 매주 그렇게 하는건 아닌데, 자주 그래요. 그래도 일이 늘어만 가네요. 제 일이 타부서 마감과 연계되어 있어서 눈치는 계속 받구요.... 사실 제 일이 얼마나 많든지 타부서 사람이 고려해줄 이유는 아니죠. 일이 많든 적든 타인에 의해 퇴근 시간이 늦어진다면 저도 짜증이 날거예요. 늦어지는 것도 한두번이지.

아, 술을 너무 빨리 마셨나봐요. 정신이 몽롱하네요. 여튼 그런 상황이에요.
원래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안 마시는 편이었는데. 오늘 마신 술에 기분이 알딸딸해져서 뭔가 기분이 좋아지네요. 급하게 마셔서 그런가봐요. 뭐 그건 그거고. 조심해야죠. 술 마시고 편지를 쓰는 거부터가 아웃인가? 하루하루 살아가는게 바빠서 주변상황에 관심이 없어지는 느낌이에요. 저에게 마감 눈치를 주시는 분은 정치에 그렇게도 관심이 많고, 그렇게 이야기를 많이 하시던데. 뭐,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에 관심을 갖는 건 좋은 것이지만, 시간이 많아 보이시는 것 같아서 조금 그래 보이긴 하네요. 뭐, 제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 걸 수도 있구요. 그냥 그렇다구요.

편지를 쓰기 전까지만 해도 제목을 뭘로 할까 고민 했는데, 제목은 결정됐네요. 술 마시는 편지로. 술기운이 확 뻗치는 느낌이 들어서 물을 자꾸 마시고 있어요. 아무래도 술을 너무 빨리 마셨나봐요. 그래도 이상하게 구토하고 싶다거나 그렇진 않네요. 51도 짜리 증류주인데. 여튼 그렇게 살고 있어요. 하루하루 바쁘게, 해야지 하는 결심을 매번 어기면서 그렇게.

열심히 살고 싶은데.
열심히 사는게 힘드네요.

하긴 열심히 사는게 쉬웠으면 너도나도 열심히 살았겠지요.
취해서 그런가, 뭔가 주절주절 말하고 싶어지는 느낌이에요. 하지만 그건 너무 아저씨 같으니까, 참아야겠어요.

그냥 바쁘게 살고 있어요. 다음엔 좀 더 제정신으로 알차게 돌아올게요.
당신은 어떤가요?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매번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 벽에 대고 혼자 외치고 있는 것 같네요.

아, 이젠 모르겠다.
언제 또 돌아올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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