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지만, 완성도가 높은 영화.
몇 점을 줄까 고민했다....솔직히 어지간한 영화가 아니고선 대부분의 영화가 잘 만들어져서 몇 점 줘야 할 지 헷갈릴 때가 있다...(기본 5점 + 영상/효과/음향/상징성 + 액션 + 캐릭터 특성 + 액션에서의 새로운(?) 여성상을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총 9점을 줬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단순 액션물로만 보기에도 손색이 없는 영화다.
어떻게 보면 지극히 단순한 스토리임에도, 나름 상징을 생각해가며 지루하지 않고 끝가지 몰입할 수 있었다.
매드맥스는 사실 시리즈물인데, 4편은 전편과 크게 연관이 없고, 단지 주인공(맥스)이 같다는거 정도인듯 싶다.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 이 영화 하나만 본 채로 평해보겠다.
영화가 담아내는 캐릭터와 몇몇 상징성으로 평을 해보고자 한다.
스포를 하겠다.
(사실 스토리가 너무 단순해서 스포라고 하기에도 애매하다. 하지만 영화가 담아내는 액션과 상징성은 이 영화의 완성도를 상당히 높였다.)
핵전쟁으로 인해 멸망한 이후 완전히 변해버린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주인공 '맥스(남성)'가 노예로 잡히는 것으로 이 영화는 시작된다. 피를 제공하는 가축으로 살아가는 주인공은 부족을 배신한 '퓨리오사'를 잡기 위해 출전하는 전사의 '피주머니'로서 같이 딸려가게 된다. 그 와중에 탈출하는데 성공한 맥스와 퓨리오사가 임모탄을 피해 동쪽 끝으로 도망치다 서쪽으로 다시 돌아가 그의 왕국을 손에 넣는다는 이야기다. 모든 액션은 도로에서 시작되고 도로에서 끝난다. 다만 도로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다시 동쪽에서 서쪽으로 되돌아가는 과정만 있을 뿐이다.
1. 영화가 진행되면서, 동쪽으로 도망을 간다고 했는데, 왜 하필 동쪽일까?
동쪽은 해가 떠오르는 곳, 즉 새로운 앞날이 시작되는 것을 상징한다. 독재자 임모탄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를 얻어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는 점을 나타내기 위해 감독은 '동쪽'으로 설정한 듯 싶다. 엄연히 말해, 도망가는 방향이 동쪽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왜냐하면 이들은 임모탄에게 벗어나는 것이 최우선 목표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유'를 찾는다는 것에는 '생존'이라는 기본 전제가 있어야만 한다. 그렇기에 동쪽에 위치한 어머니의 땅, 초록의 땅은 이들에게 생존과 자유에 대한 희망과 목표가 되었다. 물론 퓨리오사에게는 희망이 아닌, '구원'을 받기 위한 곳이다.
2. 왜 퓨리오사에게는 '구원'이 필요했을까?
그녀는 엄연히 말해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어릴 때 강제로 납치돼서 낙인이 찍힌 노예가 되었다. (정확한 과거사가 나오진 않지만) 그녀는 결국 임모탄에게 신임받는 전투차량을 모는 사령관이 되었다. 기계로 대처된 잘려나간 오른팔은 그녀의 삶이 치열했음을 암시한다. 계급사회에서 노예에 불과한 그녀가 여느 전사와 같은 '남자'를 제치고 사령관이 되기 위해 치열한 투쟁을 해왔을 것이며, 계급사회에서 사령관이라는 지위를 가진 그녀는 '여성'이기 전에 '명예 남성'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마음속까지 굴하지는 않았음에도) 이에 따랐던 무수한 희생들을 그녀는 임모탄의 아이를 낳는 그릇으로 전락해버린 다섯 여성을 해방시킴으로서 이에 대해 '타락(?)'해 버린 본인을 구원하고자 했을 것이다.
3. 시타델과 발할라 그리고 종교
세계의 핵전쟁 이후 불안정한 체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임모탄은 종교적인 신으로 추앙받는다. 그는 최후의 거점요새라는 의미를 가진 시타델이라는 왕국을 세우고 자신은 신으로서 그곳에 군림한다. 그를 따르는 전사들은 관객들이 보기에 기이할 정도로 그를 추앙하고, 굳게 믿는다. 종교는 종말 후 영화의 단골메뉴와도 같다. 문명 이전부터 존재해왔을 종교는 종말 이후에도 끝없이 이어지리라 생각한다. 저 전사들을 보며 현재의 광신도들이 떠오른다. (그 종교가 기독교든, 이슬람이든, 카톨릭이든, 불교든 간에 말이다.) 영화 속에서 '발할라'를 믿는 이들을 보며 비웃는 이들은 과연, 그들이 믿는 사후세계는 과연 존재할 것이라 장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발할라는 북유럽신화에 나오는, 영웅들의 사후세계라 불리는 곳이다.) 어쨌든, 시타델은 몰락해버린 세계에서 유일한 지상의 천국일지도 모른다. 제일 중요한 물이 나오고, 기름과 무기가 있으며 생존을 향한 끝없는 투쟁을 위한 전사들의 장이다. 전사들은 '발할라'라는 곳으로 가기 위해 용맹히 싸운다.
4. 여전사의, 여전사에 의한, 여전사를 위한 영화
퓨리오사를 제외한, 영화 속에 등장하는 다섯 여인들은 퓨리오사를 의지해 도망치는 것이 다였다. 물론 맥스와 퓨리오사가 싸울 때 여자들이 도와주는 부분이 있었지만, 매우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현실과 마주할수록 점점 여전사가 되어 간다. 특히 스플렌디드는 싸우는 와중에도 자신은 무기를 장전할 줄 모른다며 내뺐지만, 퓨리오사를 구하기 위해 몸을 내던져 총알을 막기도 하고, 자신을 희생하기에 이른다. 케이퍼블은 남성사회를 광적으로 신봉하는 눅스를 '노예'에서 '인간'으로서 변화시키며, 겁많던 프래자일 또한 퓨리오사를 도와 과감히 싸움에 임한다. '퓨리오사'는 '명예남성'으로서 존재했지만, 그녀의 목표는 줄곧 '탈출'이었다. (이는 퓨리오사가 사회체제에 대해 마음속까지 굴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녀는 사회에 합류하여 권력을 나눠가진 것에 대한 죄책감을 덜고 싶은 듯, 다섯 여성들을 데려간다. 여자들이 활약하는 액션 영화는 많다. 툼레이더도 있고, 레지던트 이블도 있고....뭐 훨씬 많다. 그러나 이 영화 속에서는 '성장하는 여성들'의 액션이 있다. 이들은 계급과 남성 중심의 사회로부터 도망치지만, 되돌아가서 그들과 대립하며 싸운다. 오히려 그 계급사회를 손에 넣어, 노예들을 해방시키고, 진정한 천국을 만들어낸다.
또한 이 해방을 위한 전쟁에 적극적을 싸웠던 이들이 더 있었으니, 바로 할머니들이다. 이들이 존재했던 사회는 마치 아마조네스를 느끼게 한다. 퓨리오스의 고향이었던 그곳은 오염되고, 물이 고갈되어 더 이상 농작물을 수확할 수 없는 황무지로 변해버렸다. 남아있는 이들은 모두 할머니들 뿐이다. 그러나 이들은 '할머니'가 아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명사수들이자, 전사들이다.
5. 눅스, 맥스, 퓨리오사
이들 셋은 모두 피로 이어진 사이다. 영화에서 보면 알 수 있듯, 맥스는 눅스의 피주머니로서 전투에 참가하게 되었고, 퓨리오사의 목숨을 구하기도 한다. 이들 셋은 '맥스의 피'를 통해 굳게 맺어진 사이로서, 동등한 전사이자, 동료라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다. 이 셋은 서로가 적으로서 대립하지만, 서서히 마음을 열며 서로를 도와주는 굳건한 동료가 되어 간다. 특히나 퓨리오사와 맥스는 서로가 서로를 보조해주는 진정한 파트너라고 할 수 있다.
기억나는 상징성은 대략 이정도로 다 적은 듯하다.
대사는 간결하다. 액션이 주가 되어 있다. 그러나 하고자 하는 말을 액션으로 다 담아냈다. 처음부터 끝가지 액션이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고 몰입감있게 볼 수 있는 영화였다. 인물들 또한 꼭 필요한 인물들만을 바탕으로 진행된 영화였다. 그렇기에 인물 하나하나의 특성이 살아있었다. 또 하나, 이 영화의 즐거움은 음향효과와 더불어 초반에 나타난 영상 효과였다. 전투씬에 걸맞는 적절한 음향은 액션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이 영화는
“Where must we go, we who wander this wasteland, in search of our better selves.”
The First History Man
문구를 끝으로 결말을 맺는다.
자막으로는 "희망 없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위해 가야 할 곳은 어디인가."라고 나타나지만, "더 나은 우리 자신을 찾기 위해 이 황무지를 방황하는 우리는 어디로 가야만 하는가."- 인류 최초의 역사 로 직역할 수 있겠다. 임모탄이 끝장나고 퓨리오사가 집권(?)하게 되면서 새로운 역사와 시대가 열렸다는 것을 말하는 암시하는 듯하다.
2015. 6. 4(목) 대학로 C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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