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인을 존중하고, 다양성을 강조하는 이 시대에 공동체를 강조한다니 무슨 말인가 싶다.
그렇지 않은가? 이제 인간은 얼마든지 홀로 살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돈만 있다면, 옷도 음식도, 주거생활도, 모든 것을 편하게 제공받을 수 있다. 하다 못해서 구매도 대행해주고, 장례도 대행해주고, 하객도 대행해주고, 퇴사도 대행해주고, 온갖 사회생활에 필요한 행동 양식들 조차도 돈만 있으면 서비스 산업을 이용해서 처리할 수가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인간이 홀로 살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적어도 겉보기에만 그럴 뿐, 실상 인간의 삶은 과거보다 더욱 더 긴밀해졌다. 단지 그러한 긴밀성이 서비스의 교환과 물건들로 감추어지고, 숨겨졌을 뿐이다. 수요자가 없으면 공급자가 없듯이, 문명을 공급하는 자가 없으면 수요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법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단지 끊임없이 관계만을 갈구하며 찾아다닐 것이 아니라, 희미해져가는 공동체에 대한 인식을 되살리고 그 중요성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2.
고독.
공동체가 사라져 버리며 등장하게 된 고독은 인간을 향한 가장 끔찍한 형벌 중 하나다. 돈이 없으면 죽음조차도 허락되지 않는 것이 고독이라 할 수 있다.
엄밀히 말해서, 돈이 없다는 것과 고독은 별 상관관계가 없는 말이지만, 대부분의 고독사가 경제적 어려움 끝에서 홀로 죽어간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분명히 고독사 자체는 이 두 가지가 결합되어 있는 사회적 현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은 정확히 말하면 고독보다 고독사라 할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돈이며, 현실이라는 사실을 잘 알지만, 죽는다는 것도 역시도 돈이라는 것을 쉽게 망각하곤 한다. 죽은 시체를 가지고 의사에게 진단서 받아야 하고, 유품 정리해야 하고, 장례도 치루어야 하고, 법적 절차도 밞아야 한다는 등 수 많은 돈이 든다. 하긴, 아이를 낳는 것은 당장 닥쳐올 일이지만, 죽는 것은 먼 미래의 일이니까. 그 때 가서야 생각하게 되는 것일 게다. 게다가 본인은 훌훌 털고 가버리면 그만이니까.
죽은 사람에게 유가족이 있다면 유가족들이 한푼 두푼 모아서 장례라도 치르겠지만, 무연고자 같은 경우는 국가에서 모든 비용을 부담하여 처리하되, 무연고자의 재산은 국고로 귀속한다.
정확히 말하면, 무연고자의 자연사만이 '완벽한 의미'에서 고독사라 할 수 있겠지만, 자살이든 자연사든 뭐가 되었든 간에 자신이 죽고난 다음에 후속처리를 해줄 사람이 없는 고독사는 대체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고, 그 비용은 전적으로 세금으로 메꾸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국가는 공동체로부터 걷어낸 세금으로 처리라도 할 수 있지, 고독사가 발생한 건물주 입장에서는 욕만 나올 상황이다. 냄새도 빼내고, 도배도 다시 해야하고, 장판도 교체해야 하며, 또 주변 세입자들이 나가는 손실까지 생각하면 결코 고독사한 사람의 명복을 빌어줄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사람의 죽음 앞에서 돈과 비용에 관해서 세고 있는 것이 참으로 비정해보이겠지만, 남아 있는 사람들이자, 사회에게는 비용이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것을 어쩌겠는가. 참으로 슬픈 현실이다.
그런 의미에서다.
필자가 돈이 없으면 죽음조차도 허락되지 않는다고 말한 것.
3.
태어남과 (자살을 제외한) 죽음은 결코 자의에 의해 일어나지 않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원치도 않게 처음부터 끝까지 비용을 발생시킨다. 그리고 해당 비용들만큼을 지불할 능력이 없으면 그들에게 탄생과 죽음은 허락되지 않는다.
공동체가 와해되어 버린 이 때, 시대가 흐를수록 무연고자의 고독사는 갈수록 많아질 것이고, 이는 거대한 사회적 비용문제로 떠오를 것이다. 이미 일본에서 한창 이슈화 되고 있는 문제인데, 지금 한국은 죽음에 대해 대비하기는 커녕 살아가기에 바쁜 실정이다.
국가의 대책이 없다면 무연고자는 입주 자체가 거부되거나, 사망시 손해비용에 대한 보증금을 요구받을 날이 올지도 모른다.
어느 유품정리사 업체의 글을 보고 떠오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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