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존실/잡념들-생각정리

평범한 것이 모자람을 뜻하게 된 이때

어둠속검은고양이 2022. 5. 29. 03:23

자정이 지나고 새벽이 되면 글이 쓰고 싶어져서 키보드를 두드리게 된다.

그리고 어떤 글을 쓸까 간략하게 메모해 두었던 수첩을 뒤적거리곤 한다. 그외에도 티토리를 보면 쓰다만 여러 글들이 임시저장되어 있는 걸 보곤 한다. 글을 한번 썼으면 마무리를 지어야 할텐데. 하잘 것 없는 글일지라도 글을 쓰다보면 어떨 땐 왠지 내키지가 않거나 글이 잘 풀어지지 않아서 그렇게 잠시 덮어버리게 된다. 그리고선 이렇듯 글을 쓰고 싶은 밤이 되면 이따끔씩 꺼내보는 것이다.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처럼 업무를 처리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나면 생각이 점차 줄어드는 것 같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의 정신적, 육체적 자원들을 현재 굴러가는 내 삶을 유지하는데 집중하다보니 다른 것에 신경 쓸 여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흔히 말하듯 자신의 분야에선 깊이가 더해지지만, 주변 일엔 무관심해져서 시야가 좁아지는 것과 같다. 시간도 그렇고, 그렇게 평일에 글 쓰는 것도 점차 미루게 되고, 생각도 서서히 닫혀져 간다. 그래서 뭔가라도 글을 쓰기 위해서 수첩이나 지난 날 쓰다만 글들을 보곤 한다..

평범함이라는 것이 모자람이 되어버린 이때.

수첩에 적혀 있는 여러 글귀 중 하나다. 아마 이와 유사한 주제로 시작했던 글도 있을 것이다. 첫 영감은 다른 작품에서 받았던 걸로 기억하지만, 무척이나 인상깊고, 공감이 가서 적어놓은 글귀다. 어느 새부터 평범하다는 것은 평범하지 못한, 모자람을 가리키는 것이 되어 버렸다. 자기 PR이라고 해서 자신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자신의 캐릭터성 - 이미지를 각인시킴으로서 우린 비로소 한 사람으로 인정받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회사 부품1, 회사 부품2, 학생1, 학생2.... 와 같이 그저 어떤 집단의 구성하는 부품에 지나지 않게 되니 말이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처럼 우린 타인으로부터 도구나 부품이 아닌 사람으로 인지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해야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들이 과연 김춘수 시인의 <꽃>에 나오 것처럼 그 인간의 본질을 인식한 것일까. 진정한 인간관계를 형성했다 말할 수 있을까. 타인으로부터 사람으로 인정받기 위해 행하는 캐릭터성 확립이 과연 그 사람의 본질과 대체 무슨 상관이 있을까. 하지만 그조차 없는 사람들은 사람이 아닌 도구1에 불과할 뿐이니, 애초부터 자신의 캐릭터성을 확립하는데 익숙치 않은 이들의 삶은 참으로 고역스럽다. 어딘가에 소속되어 같은 구성원으로서 존재하지만 물 위에 떠 있는 기름처럼 동화되지 못하고 붕 뜨게 되는 것이다. 흔하게 보이는 그저 그런 애매한 캐릭터로.

우린 우리의 본질을 이해받고, 인정하고, 진정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싶다고 아우성치지만, 대게 사회생활이라는 것이 그렇듯, 너 뿐만 아니라 나도, 우리 모두가 그렇게 사회 속에서 표피적으로 인정하고 인정받으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우린 고독하다고 외치지만, 결과적으론 본인들 역시 타인의 고독함에 무관심할 뿐이다. 관심있는 것은 나의 고독일 뿐.

그렇기에 이젠 평범함이라는 것은 이제 아무런 특징도 없는, 흔하디 흔한, 그저 그런, 애매한, 모자란 것을 가리키는 것이 되어 버렸다. 기준이 높아진 걸까. 아니면 사람이 많아져서일까. 혹은 둘 다 일지도 모르겠다. 매체의 발달들은 타인을 더욱 쉽게 관찰할 수 있도록 만들었지만, 그 결과 모두의 관심은 더욱 더 소수에 집중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소수에 대한 관찰들은 사람들의 기준에 대한 허들을 높여 놓았다. 수도권에  과밀화된 인구는 사람을 흔하게 만들어버렸다. ( -물론 과거부터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인적 자원 하나로 밀어부친 나라로 사람을 도구처럼 쓰고 버리는 것이 기본 마인드로 장착되어 있다..) 대한민국은 대다수가 평범해지지 못해서 불행해지고 고통받고 있다.

평범함이라는 것이 모자람을 뜻하게 된 이 때 평범해지는 것이 참으로 힘들다.
하지만 기억해주었으면 한다.

당신은 모자란 것이 아니라, 당신이 평균이라는 것을.
세상의 대다수는 매체가 무관심한 사람들이고, 그들이 세상을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