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펜더믹 머니라는 다큐를 보았다.
총 2부로 이루어진, 꽤 좋은 다큐라고 생각되어 이렇게 리뷰를 하고자 한다.
* 경제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꼭 보길 권해드린다.
1부 요약 : 시중에 풀린 막대한 통화량과 그 영향들
1. 코로나로 인해 시중에 어마어마한 양의 통화가 풀렸다. 달러, 유로, 엔화까지 전부.
2. 이로 인해 시중에 현물 자산의 가격은 어마어마하게 상승했다.
- 2020년 주요 국가 통화 증가율 : 미국(24.6%), 유로존(11%), 영국(14.9%), 일본(9.2%), 한국(10.1%)
이는 과거 금융위기나 세계 대공황을 일으켰던 거품과는 차원이 다르다. 예를 들어, 보통 채권가격이 오르면 주식가격은 하락하고, 주식가격이 오르면 채권가격은 떨어지는 것이 정석이다. 채권은 수익률이 낮은 대신 안정성이 있기 때문에 경제 위기가 올 땐 보편적으로 상승한다. 주식은 반대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급격한 통화량 증가로 인해 모든 것이 다 올라버렸다. 채권도 오르고, 주식도 오르고, 원자재도 오르고, 코인도 오르고(?). 그냥 전부 다 올랐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한국의 집값만 봐도 그렇다. (물론 한국의 집값은 정책의 실패 요인도 있다.) 그냥 돈만 흔해진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주요 도시의 부동산은 지난 한해 동안 급격하게 상승했다.
그러나, 문제는 코로나 회복 이후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막대하게 푼 통화량이 아직 시중에 제대로 돌지 않았다. 코로나로 인해 여행, 스포츠, 문화 산업이 제대로 활성화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이 돈을 가지고 어디에 쓸 것인가. 그리고 코로나가 회복되고, 사람들이 일상 생활로 돌아왔을 때, 시중에 본격적으로 통화가 돌게 된다면, 그 때 인플레이션은 어떻게 될 것인가.
3. 그로 인해 빈부 격차는 역대 최대를 찍고 있다.
-미국 상위 1% 부자의 자산은 지난 한해 동안 42%가 증가했으며, 중산층의 자산은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 오히려 하위 10%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자산이 증가했는데, 이는 실업급여나 다양한 지원책으로 인한 일시적 상승으로 보인다. 미국의 상위50%(중산층)과 하위10%의 격차는 줄어들었으나, 상위10%와의 격차는 훨씬 벌어졌다.
- 주식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주식에 투자할 여유가 되는 이들이 더욱 부자가 된다는 것을 의미(당연히 세계 1위를 찍은 테슬라의 주인 일론 머스크도 여기에 해당한다)하고, 주식에 투자할 여유가 없는, 노동소득에만 의존하는 이들은 더욱 가난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동의 가치는 땅에 쳐박히고 있지만, 투자하려면 돈이 필요하니 노동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S&P500 지수와 임금 상승률의 격차는 최고를 달린다. 1964년을 기준으로 S&P500 지수가 4000% 상승하고 있을 때, 임금은 900%채 오르지 못했다.
- 원자재나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 이들 역시 더욱 부자가 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현물 자산이 없는 이들은 더욱 가난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해까지만 해도 한국에선 '벼락거지'라는 말이 돌았는데, 이 단어가 바로 이 현상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 미국 역시 부동산 가격이 치솟아 올랐음에도 매물이 없어서 못 팔 정도다.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월세 가격도 오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미국에는 월세를 내지 못해 퇴거 위기에 놓인 가구가 1400만에 달한다. 미국의 상위 1%의 부자들의 자산이 42% 증가하고 있을 때, 1400만 가구가 월세가 없어서 쫓겨나게 된 것이다.
-독일 베를린에서는 시민들이 월세 상한을 정한 법이 무효 판결이 나자 시위를 하기 위해 모여들고 있다.
-중국 역시 집값은 역대 최대치를 찍고 있으며, 이제는 대를 이어 일을 해야 살 수 있게 될 정도다.
-전세계적으로 부동산이 오르는 것은 패닉바잉(panic buying)의 영향이 크다. 지금 아니면 영영 집을 마련할 수 없을 거란 불안심리가 깔린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미국 회사들이 시중에서 얻게 된 통화를 생산활동에 투자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 회사들은 막대하게 벌어들인 수익을, 또 제로금리로 빌린 돈을, 자사주 매입에 쓰고 있다. 돈 놓고 돈 먹기가 시작된 것이다. 자사주를 매입하는 순간, 주가는 다시 오를 것이며, 개미들은 모여들 것이다. 회사의 주가가 오른 대가로, CEO들은 스톡옵션을 통해 주식을 받을 것이고, 그 주식으로 막대한 배당금을 받을 것이며, 또 주식을 통해 막대한 자산을 가진 부자로 등극할 것이다. 돈이 생산활동을 견인하지 못하고, 돈이 돈을 견인하는 세상이 와 버린 것이다. 이것은 자못 심각한 현상이다. 과연 지금 이 상황을 미국은 어떻게 해쳐 나갈 것인가.
4. 투자 전략이 바뀌고 있다.
코인, 주식, 부동산, 현물 등등 개인들은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다. 어마어마하게 풀리는 통화량 때문에 지금, 이 때 자산을 증식하지 못하면 영영 바닥에서 살아야 한다는 불안감에 휩싸인 것이다. 그래서 지금 투자자들은 흔히 오래 전에 투자의 왕도로 불리던 '기업을 분석하고, 가치를 파악하라.' '장기 투자를 하라.'와 같은 말 따위를 믿지 않는다. 어떤 건수가 되었던 지금 당장 내 손에 돈이 쥐어질만한 것이면 투자하고 빠르게 빠진다. 예를 들어 요즘 한국에서는 무슨 유명한 회사가 공모주를 발행하면 경쟁률이 치솟는다. 하지만 공모주를 신청한 사람들은 그 기업의 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것이 아니다. 대다수는 그 기업이 그만한 가치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단지 초장에 주가가 확 뛰었을 때 팔아치고 떠날 마음인 것이다. 몇 달전에 유명했던 '도지코인' 잘 알 것이다. 그 코인도 그냥 밈으로 쓰이는 것으로서 아무런 가치가 없음에도, 지금은 300원대지만, 개당 800원을 넘어섰던 적이 있다. (필자도 그 때 소소하게 10만원 정도 벌고 나왔던 적이 있다.) 그냥 지금 당장 내 자산을 불려줄 것이라면 장땡인 것이다. 이 다큐에선 '빚내서 투자하지 마라.'라는 말이 이젠 '빚내서 투자하지 않으면 안된다.'라는 말이 돌 정도로라고 말한다.
2부 요약 : 코로나 회복 이후의 세계와 달러의 패권.
1부와는 달리 2부는 달러가 국제통화가 된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1. 미국은 강력한 군사력과 경제력으로 35달러를 금 1온스로 묶음으로서 달러를 세계 결제 통화로 만들었다.(금본위제)
2, 그러나, 각종 전쟁 비용으로 인해 달러를 마구 찍어내기 시작했고, 달러의 가치에 의문을 품게 된 다른 나라들이 달러를 금으로 교환해달라고 요구하자,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금으로 바꿔주는 것을 중단해버렸다.(닉슨쇼크)
3, 이렇게 가치가 없어진 달러를 미국은 페트로 달러로 만들어냄으로써 다시 국제 통화로 등극하게 된다.(페트로달러)
페트로 달러는 미국이 사우디에 대해 외교적, 군사적 지원을 대가로 석유 결제를 오직 달러로만 받게끔 제한해버린 것을 말한다. 현대에 들어서 오일은 엄청난 가치를 지닌다. 오일이 없으면 문명을 유지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즉 오일을 달러로만 구매할 수 있으니, 각국은 강제로라도 자국의 통화를 달러로 교환해서 갖고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4. 이렇게 공고해진 달러의 지위는 미국에게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 주었다. 미국은 달러를 지불하고, 신흥국에서 각종 상품을 사오고, 신흥국은 그 달러로 미국의 채권을 구매함으로써 달러를 다시 미국에 보내게 된다. 미국에는 상품이 남고, 달러도 남지만, 신흥국에 남는 것은 미국이 이자를 지불하겠다는 채권증서만 남아 있을 뿐이다. (근데, 이 보증서가 과연 보증이 될 것인가? 미국이 안 갚겠다고 배짱을 부린다면? 신흥국들이 미국을 강제할 수단이 없다. 경제력도 안되고, 군사력도 안된다.)
5. 근데 문제는 세계에 퍼지게 된 달러다. 두 차례의 석유파동이 터졌다. 이로 인해 세계적으로 달러가 넘쳐나다보니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에 빠지게 된 것이다. 미국은 과감한 결단을 내리게 된다. 미국 금리를 21%까지 올림으로써 달러를 거둬들인 끝에 달러의 가치를 지켰다.이 패턴이 매번 반복되는 것이다. 미국이 달러를 꾸준히 풀면서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해외로부터 각종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받아 물가를 안정시키면서,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수많은 신흥국들이 미국 대신 경제 위기를 겪게 된다는 점이다. 한국과 같은 신흥국들은 미국에 상품을 수출함으로써 달러를 벌어들이고, 그 통화를 바탕으로 자산이 크게 형성한다. 미국은 한국과 같은 나라에서 값싸게 상품을 가져옴으로써 물가를 안정시킨다. 이것이 미국이 물가를 안정시키면서도 꾸준하게 경제 발전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그러나 달러가 많이 풀려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조짐이 보이면 미국은 달러를 조이기 시작한다. 미국과 거래하던 한국 기업들은 그때부터 자금이 막히게 되고, 미국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던 금융자산들은 자금이 빠져나가게 된다. 경제 불황의 시작이다.
* 그만큼 국제기축통화의 지위는 엄청난 것이다. 국제기축통화의 지위를 가질 수만 있다면, 물가도 안정시키면서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 성장은 필연적으로 물가 상승을 동반하는데, 이 물가 상승의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중국이 지금 위안화를 국제기축통화로 만들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6. 그리고 지금, 국제기축통화인 달러가 팬더믹을 이유로 미친듯이 풀렸다. 3개월 만에 3조달러라는 어마어마한 통화량이 풀린 지금, 그리고 추가로 막대한 부양책을 예고한 지금, 미국내 자산은 끝도 없이 오르고 있고, 미국마저도 물가 상승의 압박을 받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금 역대 최저 지지율을 달성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미국은 과연 금리를 안 올릴 수 있을까. 그리고 달러를 본격적으로 거둬들일 때, 과연 우리나라는, 전세계는 경제 위기를 받지 않을 수 있을까.
2018년 경제 금융위기 이후 폴 크루그먼은 헬리콥터 부양책이라는 초강력 수단을 내밀었다. 석유파동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금리를 올림으로써 미국의 대량의 실업자와 기업 파산을 만들어냈던 폴 볼커와는 달리, 폴 크루그먼은 그런 상황을 겪지 않기 위해 돈을 미친듯이 풀었다. 말 그대로 헬리콥터에서 달러를 뿌린다는 의미의 무제한 양적 완화로 경제 위기를 봉합하는데 성공했다. 일시적 봉합을 한 후에 부실채권, 부실회사를 서서히 정리하려던 그 때 코로나가 터지게 되면서 미국이 다시 한번 경제 부양책을 꺼내든 것이다. 이렇게 거대하게 부풀어 오른 달러를 미국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과연 이번 펜더믹 머니를 2018년 경제 금융 위기처럼 넘어갈 수 있을까.
이 다큐는 부채부담의 불공정함을 지적하며 끝마치고 있다.
세대간으로 보면 미래 세대가 현제 새대의 부채를 안고 있고, 계층간으로 보자면 저소득층이 부채 부담을 지고 기득권층이 수혜를 받게 되는 구조이며, 지정학적 위치로 보자면 달러 시스템에서 주변국들이 부채 부담을 갖고, 중심부인 미국은 수혜를 받게 되는 구조입니다. 코로나 이후 달러 중심의 경제 질서는 거대한 변화를 맞이 될 것입니다.
p.s
이 다큐를 보고 나면 확실히 시야가 더 넢어지는 느낌이다.
그리고 앞으로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 지도 어렴풋이 보인다. 우리는 지금 격변의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이젠 투자하지 않으면 뒤쳐지는 상황까지 도달했다. 투자는 이제 살아남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다. 그러나 이 머니 파티가 언제까지 지속되지는 않을 것은 분명하다. 당장 지금부터 미연준에서는 내년 6월까지 테이퍼링을 실시하기로 했고, 한국도 이에 맞춰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우리는 파티가 끝날 때를 대비해야만 하지만, 파티가 지속되는 한 최대한 파티를 즐겨야만 한다. 코로나 이후 시대는 진정 빈자와 부자로 나뉘게 될 것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