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존실/떠오르는

티키타카, 그 어려운 것에 관하여.

어둠속검은고양이 2022. 10. 24. 05:06

예전에 필자는 티키타카에 관한 글을 몇 번 쓴 적이 있다.

오래 전에 관계에 대한 글을 쓰면서 티키타카를 언급했더니 티키타카 잘하는 법을 찾아 이 티스토리를 들어오는 이들이 많아진 듯 하여 티키타카에 대해 원론적인 글을 한 편 썼었다. 말 그대로 그런 뻔한 글이었다.

이번에는 그런 뻔할 뻔자의 글 말고 정말 티키타카를 하는데 참고할만한 그런 글을 써볼까 한다. 물론 이 글은 필자의 뇌피셜에 불과하므로 신뢰도나 전문성은 하나도 없음을 미리 밝힌다. 판단은 여러분의 몫이다.

티키타카는 탁구공을 튀기듯 말을 주고 받는 것이다. 그렇기에 기본적으로 나 뿐만 아니라 상대도 나의 드립이나 농담을 잘 캐치할 수 있어야 한다. 나 혼자 말한다고 대화하는 것은 아니니까. 그렇다고 내 입도 아니고 상대방의 입을 조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판을 깔아줄 수는 있다. 판을 깐다는 것. 이게 중요하다.

이것은 사실 타고난 감각,센스의 영역이다. 상대방과 분위기를 캐치하고, 빠르게 판단하고, 과감하게 행동할 수 있는 그런 커뮤니케이션 능력. 그럼 능력 없는 사람은 포기해야 하는가? 커뮤니케이션을 연습할 순 없지 않은가? 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아니다. 커뮤니케이션도 반복과 연습으로 다듬어진다. 그리고 그러한 케뮤니케이션 능력 중 하나인 대응능력을 키우는 것 중 하나는 풍부한 배경지식이다. 소수 매니아들만 즐길 것을 파고드는 것보단 대중적인 것, 인기있는, 유행하는 것을 즐기고 많이 경험해봐야 한다. 공감이라는 것은 추론보다 같은 경험이 있을 때 훨씬 잘 이루어지는 법이다. 물론 색다른 경험, 색다른 분야나 직업이 상대방의 흥미를 끌 순 있으나 이것은 도박과 같다. 소개팅 나와서 여자에게 유희왕 카드 이야기를 한다고 해보자. 관심도 없고, 잘 모르는 이야기를 듣는 것만큼 고역이 없다. 지나가는 듯 슬쩍 이야기를 꺼내며 상대방의 눈치를 봐야 한다. 흥미가 있는지, 없는지. 흥미가 없는데도 이야기를 계속 하는건 상대를 이야기 들어주는 인형으로 보고 있다는 소리다. 무례한 행동인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상대방의 흥미를 유발 시킬까? 그것은 각자 탐색하고 판단해야할 몫이다. 그렇기에 제일 무난한 대중적인 것, 인기있는 것을 보고 즐기고 경험하라는 것이다. 상대방이 흥미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그나마 높고, 반대로 상대방이 이야기를 꺼냈을 때 아는 척이라도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이것을 돌려 말하면 상대방이 아는 척 할 수 있는 여지를, 공감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는 것이다. 그렇게 공통 분모가 생겨야 판을 깔 수 있다.

드립은, 티키타카는 서로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 상대방이 어떤 드립을 치고 있는 먼저 파악해야 하고, 그 드립의 어느 지점에서 재미를 느끼는지 알고 그에 맞춰 적절한 반응을 보여야 하는 것이다. 상대 역시 드립을 치는 것도 나름대로 나를 파악했다 여겼기에 치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이 그렇게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나의 흥미, 나의 대화 주제를 최대한 보여줘야 한다. 서로 정보 공유가 될수록 안 맞는 것은 배제하고 맞는 부분을 고를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게 쉽게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요즘 유행하는 것들-패션, 연예인, 운동, 영화나 노래 같은 것들이다. 이런 것들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의 대응 능력, 배경지식을 늘리다보면 센스도 조금씩이지만 늘 수 밖에 없다.

운동하는 것이 처음은 힘들지만 결국엔 조금씩 익숙해지며 더 빠르고 강하게 운동하게 되듯이 커뮤니케이션 능력-센스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대중적인 것, 가십거리로 시작하겠지만 결국 상대방에 맞춰서 대응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단련된 센스들은 어떤 상대방과의 티키타카도 만들어낼 것이다.

결론을 내리자면, 순간 순간의 대응능력, 재치, 센스는 타고나는 것이 크며, 경험과 연습 끝에 조금씩 조금씩 늘어나므로 공부나 책이 아니라 직접 사람과 부딪치며 천천히 익혀가야 한다는 것이며, (이는 학창시절에 연애해보라는 이유이기도 하며, 모든 건 때가 있다는 말의 의미이기도 하다.) 이러한 관계 형성의 경험이나 연습이 부족한 이들은 손쉬운 화젯거리를 통해 공감할 수 있는 공통분모라도 늘리라는 것이다.

중요한건 공감과 그 공감을 통한 말의 주고 받음이다. 상대방과 나의 개인적 공감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공통분모를 늘려야 티키타카의 시도할 수 있게 되고, 그러한 시도가 경험을 만들어내 티키타카를 만들어 낸다.

귀찮거나 자신의 취향에 맞지 않더라도 같은 사회에서 살아가는 이상 같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대중적 취향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p.s
물론 줏대도 중요하다. 타인에게 관심없다면 굳이 알아둘 필요가 없다. 모든 것을 타인에게만 맞추는 이는 결코 매력적이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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